[쵸콜릿(Chocolat)]
영화는 고즈넉한 한 마을에 낯선 이방인들이 가져온 인간의 아름다운 감정이 살아나는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인간적인 정서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가 ”강력한 감정이 자연적으로 넘쳐나오는 것이다”라고 ‘시’를 표현한 것 만큼이나 그들의 인생을 아름다운 감성적 선율로 물들여 놓는다.
비엔[Vianne, 줄리엣 비노쉬(Juliette Binoche)]과 그녀의 어린 딸 Anouk[아누크, (Victoire Thivisol)]는 1959년 어느 날, 프랑스의 한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사람들은 경건한 신앙심을 가지고 엄격한 카톨릭 규칙을 준수하며 전통을 중시하면서 조용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곳에 비엔은 다양한 모양을 가진 쵸콜릿을 직접 만들고 판매도 하는 상점을 연다. 비엔의 쵸콜릿 상점은 인간적인 감정을 잊고 살았던 마을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열정을 서서히 일으키며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울리며 다가선다.
표면적으로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마음 한 쪽에 떨쳐내지 못하는 짐을 가지고 있다. 캐롤라인과 조세핀은 각자의 가족에게서 직면하는 걱정과 갈등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해왔다. 그러나, 비엔의 공간에서 캐롤라인과 그녀의 엄마, 아들간의 감정적 거리는 가족간의 유대감이 굳건해지고, 조세핀은 독립된 삶을 유연하게 형성해간다. 마음의 틈에서 새어나오는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는 공간이다.
캐롤라인 모녀와 아들이 가진 감정적 거리와 조세핀의 가정문제는 비엔의 공간에서 가족간의 유대감이 돈독해지고, 독립된 삶이 형성되면서 기쁨을 만끽하게 되는 삶으로 변화된다. 또한 마을에 집시밴드가 방문했을 때도 그들을 거부하는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비엔은 그들과 함께 소통의 장을 만든다.
비엔의 쵸콜릿은 인간사회에서 필연적 요소인 이해와 소통을 의미한다. 비엔의 다채로운 의상은 인간이 가진 섬세하고 감미로운 감정을 의미하며 이해와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인간사회에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쵸콜릿 상점을 바라보던 마을 사람들은 감정의 교류와 소통이 가져다주는 기쁨의 순간이 선사하는 선물과도 같은 삶의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며 변화를 즐기고 있다.
금욕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을 엄격하게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레이노 시장은 자기부정적 태도를 일관해오며 마을에 변화의 물결을 몰고온 비엔을 탐탁해하지 않으며 몰아내려고 한다. 그는 아집과 독선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그릇된 인간군상을 대변한다. 그러나, 쵸콜릿의 맛과 향으로 레이노를 풍부한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영화는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 죄악시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본연의 감정이 있는 모습의 진가를 깨닫게 하면서, 비엔은 동화 속 요정과 같은 역할로 다가와 열린 마음과 이해라는 쵸콜릿의 향연을 펼치며 마법의 주문을 속삭이고 있다. 각자의 공간을 허락하지만 공감이 존재하지 않는 현대의 회색빛 도시에서 차디찬 표정과 그 표정뒤에 숨겨진 내면의 감정이 활짝 피려고 할 때, 잠시 풍미가 가득한 쵸콜릿에 취해 본다면 마음 한 켠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게 과감히 용기있는 손짓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