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만날때까지

프로포즈 데이[Leap Year]

by 조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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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자신의 시 “이니스프리의 호수섬(The Lake Isle of Innisfree)”에서 아일랜드에 위치한 ‘이니스프리’를 낭만적인 이상향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 “프로포즈 데이(Leap Year)”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주요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애나가 스스로 만들어놓았던 편견의 장막을 걷어내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신의 가치를 확연히 마주하기까지 내딛는 행진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애나[Anna, 에이미 아담스(Amy Adams)]와 데클란[Declan, 메튜 구드(Matthew Goode)]이 그들의 여정에서 보여주는 절묘한 단합은 현대인이 마주한 소외와 갈등 속에서 소통과 보물찾기 게임의 향수를 자극한다. 애나는 기다리던 청혼을 직접 하기로 하고, 미국 보스톤에서 연인 제레미가 컨퍼런스로 머물고 있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간다. 아일랜드에는 윤년에 청혼을 받은 남자는 여자의 청혼을 수락해야만 하는 전통이 있어 애나는 기대감으로 한 껏 들떠 있다.


애나의 여정은 쉽지 않다. 폭풍우로 처음 도착한 해변가 마을 딩글에서 여관주인 데클란이 더블린까지 애나를 데려다주기로 한다. 양떼들과의 소동, 잃어버릴뻔한 여행가방을 되찾는 소동은 애나의 기대, 다급한 마음이 빚어내는 행동과 투박한 말투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데클란과의 소소한 갈등을 고조시키는듯하다. 그러나, 더블린으로 가기 위해 기차역에 도착해 더블린행 기차가 올 때 까지 발리카버리 성의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감상한 시간과 기차를 놓친 후, 기차역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여관에서의 체류시간을 기점으로 애나와 데클린의 여정은 전환점에 직면한다. 각자의 입장을 고수한 채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너머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확인하는 기류를 형성한다.


더블린은 애나와 데클란에게 상반된 가치가 있는 장소이다. 애나에게는 청혼이 이루어져야 하는 낭만적인 요소가 숨쉬고 있는 공간이고, 데클란에게는 과거의 아픈 상처를 직시해야만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애나와 데클란이 서로의 진실에 대면하면서 더블린은 가식적인 낭만을 거두어내는 애나와 새로운 희망과 낭만을 대면하게 되는 데클란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찾은 더블린에서 애나의 청혼을 승락한 데클린이 애나에게 끼워주는 반지는 미국 보스톤에서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의 긴 여정이 가져온 인고와 행복을 축하하는 의식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 부속품같은 존재였던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애나는 자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의 가치를 인식하게 한 데클란과의 여정이 선사해준 새로운 삶의 시작을 멋지게 일구어낼 것이다. 그래서 애나와 데클란이 함께 탄 낡은 자동차는 더욱 멋진 낭만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더블린에서 풍요로운 음악과 한껏 성숙해진 삶의 정취를 담은 이야기가 그들만의 동화로 들려올 것이라고 기대하게 한다. 이 가을, 매일 마주치는 순간이 만들어내는 나의 동화 속 더블린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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