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Random Harvest)]
찰스(로널드 콜먼)는 지금 익숙해 있던 어느 집에 와 있다.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된 배경이, 자신이 찾고 있던 어떤 해답이 떠오를 듯 하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 이전에 그는 사람들에 의해 존 스미스라 불리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의식하지 못했으며, 언어도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신병원에 있었다. 그를 자신의 아들이라 기대하며, 찾아온 어느 부부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그들의 아들이 아니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었던 그는 어느 독일인에 의해 아라스 근처에서 발견되었고, 이후, 이곳 병원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은 모든 사람들이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종전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산책하던 존은 영문도 모른 채, 병원 밖으로 나오게 된다. 안개속을 뚫고, 자신의 정체성을 세상밖으로 나타내듯이, 존은 그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를 에워싸고 있던 안개는 더 이상 그의 곁에 머무르지 않으며, 그에게 길을 내어주고 있다.
존의 곁에서 안개가 걷히며, 종전과 함께 그의 여정에 밝은 빛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어느 가게에 들어온 존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처지에 있고, 이때 가게로 들어온 폴라 이지웨이(그리어 가슨)의 도움으로 거리로 함께 나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종전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폴라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이후, 존과 폴라는 새로운 삶의 여정을 만들어낸다.
폴라의 애정어린 보살핌으로 건강을 회복하며, 존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글을 쓰면서, 신문사 직원으로 면접을 볼 기회까지 성취하며, 계속 전진해가고 있다.
그러나, 리버풀에서 자동차와 부딪치는 상황을 겪게 된 이후, 존은 자신이 누구였는지에 대해 기억을 되찾게 되지만, 3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폴라에 대한 기억을 잊은 채, 자신이 살던 랜덤 홀 저택으로 되돌아 간다.
찰스 레이니어의 모습을 되찾은 존은 이제 더 이상 존의 모습이 아니지만, 항상 주머니에 어떤 열쇠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리버풀에는 무슨 이유로 가게 되었는지를 기억을 발견해내려 애를 쓰면서 그 열쇠가 무언가 와 연결되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회사를 경영하기 이전, 캠브리지에서 학위를 마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의 길을 선택했고, 이제 그는 ‘영국 산업의 왕자’라는 헤드라인으로 잡지에 실릴 정도로 명성을 날리는 인물이 되어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마주하며, 이제 정치분야에 진출하게 되는 시점에 있다.
현실속에서 마주하는 시나리오가 때때로 영화보다 더욱 영화같은 시간을 그려내어, 보다 정교하게 펼쳐지는 것처럼, 찰스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여정은 고단한 길을 통과했을 때 마침내 기억을 되찾게 된 사랑의 힘과 인내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잡지의 글을 통해 찰스의 존재를 알게 되어, 마가렛 핸슨으로 그의 비서로 일하면서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채, 주변의 상황을 통해 그의 기억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폴라의 기다림이야말로 사랑 그 이상의 진중한 감정의 가치를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찰스가 전에 머물던 아름다운 그들의 집에 도착하여,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바로 ‘폴라’라고 부르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던 모습에서, 깊이 감동이 전해진다. 그러나, 마음의 여정이 더욱 빛을 내는 것은, 시간이 시간의 여정을 관통해내며 나타내는 시간의 파워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이 시대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서일 것이다.
영화는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의 1941년에 출판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마빈 르로이가 감독했으며, 로널드 콜먼, 그리어 가슨, 필립 돈, 수잔 피터 등이 열연한, 1942년에 개봉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