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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크릭 May 08. 2020

과학 이슈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조금 재미없어도 정확한 글을.


작년 말,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잘못된 자가 임상실험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암환우 커뮤니티 내의 이슈를 넘어 주요 언론의 뉴스에도 오르내렸다. 나는 늘 그랬듯 내 일이 아니니 딱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헛소문 때문에 사람 여럿 잡겠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친척 한분이 안부를 물으시면서 미국으로 개 구충제를 구해서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있는데, 암 예방뿐만 아니라 먹어두면 여러 가지로 좋다고 하시면서 근거가 되는 유튜브 채널까지 보내주셨다. 그 채널에서는 연세대학교 연구실에서 연구재단에 제출했던 연구계획서의 내용을 개 구충제 효과의 근거로 보여주고 있었다 – 젊은 사람이 각잡고 나와서 아나운서처럼 아주 신뢰감 있게 설명하니 그렇게 생각하실 만도 했다. (찾아보니 이 계획서를 제출하신 교수님께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항암제로 복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절대 아니라고 해명까지 하셨다.)


당시 친척분께는 이 근거 자료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고 간단히 설명드리고 거절했지만, 한동안 이 일이 마음에 남았다. 잠시 찾아본 자료에는 말도 안 되는 내용들도 있었지만 꽤나 논리적인 설명들도 있었다. 실제로 펜벤다졸/알벤다졸을 항암제로 repurposing 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서 사실과 가설과 거짓의 경계가 더 모호해졌다. 거기다 이 사안이 사회적 이슈가 되다 보니 너도나도 조회수를 올리려고 온갖 정보를 쏟아내는 통에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웠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텐데, 이런 정보들을 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내 분야 바깥의 이슈에 대해서는 의견을 말하기가 더 조심스러워진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는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서 조금만 분야가 멀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서로 잘 모르는 때가 많다. (그냥 아는게 없는건가) 그래도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과학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남아서는 절대 아니다). 과학자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적어도 나는 학교에서 논문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영어로 된 논문을 읽을 수 있고, 연구재단에 제출된 보고서가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있지 않은가? 


과학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문제에 대해 어설프게 답을 내리기보다는, 과학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과학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과학적 배경을 설명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누가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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