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니가 짜증을 내?
오늘 아침 엄마와 싸운 바람에 기분이 영 좋지 않은 J양. 방금 온 남자친구도 J양의 상태를 눈치챈 것 같아요. 슬슬 말도 붙여 오면서 기분을 좀 풀어주려는가 싶더니,
잘 안되는 것 같자 금세 자기가 답답한 표정이 되어선 되려 짜증까지 내는 남자친구.
J양은 섭섭하면서도 어이없을 따름인데요. 내 기분을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짜증을 내는 애인. 대체 왜 그러는 거죠?
뉴욕 주립대의 벨라비아 교수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준비했어요. 교수는 81명의 대학생을 모아 시나리오를 보여줬습니다.
당신은 카페에서 애인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애인이 시무룩한 것 같아 보이는군요. 아마 당신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참가자들의 대답을 종합해보니 J양의 남자친구처럼 유독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었죠!
왜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애인의 기분을 풀어주지 못하고 되레 화를 내게 되는 걸까요? 교수는 이를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급한 단정’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애인이 자신과의 연애에 만족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Murray et al, 2000) 늘 자기 자신을 낮추어 평가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애인의 기분이 자기 때문에 나빠진 게 아닌데도 “혹시 나 때문일지 몰라” 하고 걱정하게 돼요.
이러다 애인이 떠나면 어쩌나 두려워 상황을 해결하려고 시도하지만, 기분 풀어주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금방 풀리지 않고 애인이 계속 꽁해 보이면 “아, 나와의 연애가 별로인가 보다”하고 단정 지어 버리게 되는 거예요. 이별에 대한 두려움에 내 노력이 거절당했다는 생각이 더해지니, ‘욱’하는 반응이 나오게 되는 거죠.
자존감이 낮은 애인은 당신이 귀찮거나 싫어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당신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는 거예요.
물론 이런 사람과 연애하는 건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가끔씩 섭섭한 일이 생길 테니까요. 하지만 애인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런 부분도 보듬어주고 이해해야겠죠?
혹시라도 자존감 낮은 애인이 당신의 기분을 풀어주지 못하고 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너 때문에 화난 게 아니야.
오늘 엄마와 싸워서 그래.
그래도 널 보니까 좀 괜찮아진다!
그럼 불안감이 사라진 애인은 당신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더 노력할 거예요!
참고 논문 *Bellavia, Gina, and Sandra Murray. "Did I do that? Self–esteem–related differences in reactions to romantic partners’ moods." Personal Relationships 10.1 (2003): 77-95.
어려운 연애, 조금 더 쉽게. 연애의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