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언스타임즈 Jan 18. 2019

곰팡이 독소, 토종 곰팡이로 잡는다

암 발병 원인 중 하나인 아플라톡신 제거 효과

곰팡이가 만드는 독소를 억제하는 방법에도 ‘이이제이(以夷制夷)’ 바람이 불고 있다. 이이제이란 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뜻으로서, 자신의 적을 제압하는데 있어 또 다른 적을 이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소속 연구진은 미 위스콘신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특정 곰팡이가 분비하는 유해 독소를 강하게 억제하는 토종 곰팡이를 메주에서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아플라톡신 생성을 억제하는 토종황국균 ⓒ 농촌진흥청 


아플라톡신은 특정 곰팡이가 분비하는 독소

   
특정 곰팡이가 분비하는 독소 중에 가장 대표적인 물질로는 아플라톡신(Aflatoxin)이 꼽힌다. 보리나 밀, 또는 옥수수, 콩처럼 다양한 곡물에서 주로 자라는 ‘아스퍼질러스플라버스(Aspergillus Flavus)’라는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독소다.
     
다량의 아플라톡신을 짧은 기간 내에 섭취하면 급성 아플라톡신 중독증에 걸리게 되는데, 해당 독소에 대한 저항성을 갖고 있는 생명체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1960년 영국에서 곰팡이에 오염된 땅콩을 먹은 10만 마리의 칠면조들이 폐사되면서 수십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원인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 질병을 칠면조에서 발생한 원인불명의 질병이라는 의미로 ‘Turkey X-disease’라 불렀다.
     
그러나 2년 뒤인 1962년에 접어들면서 땅콩에 핀 곰팡이를 대상으로 하는 집중 조사가 진행되었고, 결국 곰팡이로부터 원인물질인 독소를 분리해내는데 성공하면서 아플라톡신이라 명명하게 되었다.

콩 같은 곡물에서 주로 자라는 아스퍼질러스플라버스 곰팡이 ⓒ 농촌진흥청 


이처럼 강한 독성 때문에 아플라톡신에 노출되면 암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 외에도 어린 시절에 노출되면 성장 장애나 발달 지연과 같은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안전처의 관계자는 “아플라톡신은 경구, 즉 입을 통해 노출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가장 독성이 강한 아플라톡신B1의 경우는 피부를 통해서도 침투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 때문에 특정 곰팡이에 오염된 곡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아플라톡신은 사람이 먹는 식품뿐만 아니라 축산용 사료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플라톡신으로 오염된 사료를 닭이 섭취하면 닭고기나 계란 등에서 해당 독소가 검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미 식품의약청(FDA)의 발표에 따르면 사람이 먹는 곡물이나 가공식품의 아플라톡신 허용한계는 20ppb이다. 반면 우리나라 식약청은 10ppb인데, ppb는 100톤 중에 1g 정도가 들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곰팡이에 오염된 곡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아플라톡신은 사람이 먹는 식품뿐만 아니라 축산용 사료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 Pixabay


경쟁 곰팡이를 키워 생육을 억제하는 이이제이 전략

   
아플라톡신 독소를 억제하는 농진청 연구진의 이이제이 전략은 독소를 생성하는 플라버스 곰팡이와 경쟁하는 곰팡이를 함께 자라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농진청 연구진은 플라버스 곰팡이와 경쟁할만한 곰팡이인 ‘토종황국균 KACC 93295’를 메주에서 분리했다. 해당 곰팡이는 메주와 누룩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전통 방식으로 만든 메주에서 분리했으므로 식품에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이 농진청 측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분리한 곰팡이가 실제로 경쟁할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를 플라버스 곰팡이와 섞어서 배양했다. 그 결과, 플라버스 곰팡이들은 더 이상 아플라톡신을 추가로 생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곰팡이를 걸러낸 배양액에 남아있던 기존의 아플라톡신 양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개발된 아플라톡신 억제 곰팡이와의 비교 테스트에서도 토종황국균은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플라버스 곰팡이에 미국에서 시판 중인 A제품을 10% 넣었을 때는 1800ppb의 아플라톡신이 생성됐으나, 토종황국균을 10% 넣었을 때는 아플라톡신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로써 토종황국균의 탁월한 아플라톡신 생성억제력은 입증되었다.

토종황국균은 미국제품에 비해 아플라톡신 생성 억제력이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 농촌진흥청 


다음은 이번 연구의 실무를 담당한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의 홍승범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아플라톡신 독소의 억제와 관련된 연구가 해외에도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경우 토종황국균 KACC 93295와 비슷한 형질의 곰팡이인 아플라가드(Aflaguard)를 옥수수 밭에 살포함으로써 아플라톡신 농도를 법정 허용량인 20ppm 이하로 유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옥수수나 땅콩 등을 재배할 때 토종 메주 분리균을 활용한다면 아플라톡신의 오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토종황국균 KACC 93295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 생각인지 알려달라
   
메주와 누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아플라톡신 오염이 우려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이 분리해낸 토종황국균을 소량 접종한다면 아플라톡신 오염 문제는 해결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주와 누룩에 곰팡이를 인위적으로 접종한다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고, 메주의 맛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 식품에 대한 아플라톡신 생성 억제 곰팡이의 활용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대효과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동물과 어류에 생리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인 아플라톡신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메주에서 분리한 토종곰팡이가 아플라톡신 생성을 막아 우리들의 식탁 안전도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준래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3%b0%ed%8c%a1%ec%9d%b4-%eb%8f%85%ec%86%8c-%ed%86%a0%ec%a2%85-%ea%b3%b0%ed%8c%a1%ec%9d%b4%eb%a1%9c-%ec%9e%a1%eb%8a%94%eb%8b%a4

매거진의 이전글 유전자 맞춤 아기, 현실화 가능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