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지구의 충돌구 비교 연구로 확인
소행성 충돌에 따른 공룡 멸종설은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도 큰 두려움을 자아내게 한다. 이 때문에 각국 천문대에서는 지구를 향해 움직이는 소행성들을 예의 주시하며 살피고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8일자에는 달과 지구에 충돌하는 소행성 수가 지난 2억9천만년 동안 약 세 배가 증가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지구 역사와는 좀 다른 얘기다.
기존 학설은 요즘보다는 먼 옛날에 소행성이 지구에 더 자주 떨어졌으나 지각 변동 등에 의해 흔적이 사라지거나 마모돼 잘 알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비율을 알아내려고 노력해 왔다. 연구 방법은 대체로 충돌구(craters)와 그 주변 암석들의 연대 측정을 통해서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방식의 문제점은 최초의 충돌구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침식이나 다른 지질학적 요인으로 인해 마모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NASA의 루나 정찰위성에서 수집한 열 데이터와 이미지로 달 표면을 연구해 소행성 충돌구의 나이를 결정했다. ⓒ Data plots by Dr Rebecca Ghent, University of Toronto Illustration by Dr Thomas Gernon, University of Southampton
달을 보고 지구를 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달 연구를 통해 지구의 소행성 충돌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발견했다. 왜냐하면 지구와 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은 비율로 소행성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달은 지구에 있는 충돌구를 점차 파괴하는 판 구조론 같은 여러 지질과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논문 공저자이자 소행성 전문가인 미국 콜로라도 소재 남서연구소(Southwest Research Institute) 윌리엄 봇키(William Bottke) 박사는 “이 작업을 수행하는데 유일한 장애물은 달에 있는 큰 충돌구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정찰 궤도위성(LRO)이 수집한 온도 자료와 이미지를 사용해 달 표면을 연구한 결과 달에 있는 소행성 충돌구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었다.
디바이너(Diviner)로 알려진 NASA 정찰 우주선의 온도 라디오미터는 달 표면에서 열이 어떻게 방사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측정치에서는 덩치가 큰 암석들이 미세한 토양보다 더 많은 열을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률의 변화를 논문에서 모델링한 그림. 연구에 활용된 지구와 달의 충돌구 일부가 배경에서 강조 표시됐다. ⓒ Data from NASA GSFC / LRO / Arizona State University; Artwork by Rebecca Ghent
달 암석 분해속도로 충돌구 나이 계산
논문 공저자로 캐나다 토론토대와 미국 애리조나주 행성과학연구소(Planetary Science Institute)의 행성과학자인 레베카 겐트(Rebecca Ghent) 교수는 달의 암석이 토양으로 분해되는 속도를 계산해 충돌구 근처의 커다란 암석의 양과 충돌구의 나이 사이의 관계를 밝혀냈다. (관련 동영상 아래)
연구팀이 겐트 교수의 기술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모든 달 충돌구의 나이는 10억년 미만이었다.
나이가 ‘젊은’ 충돌구들은 오래된 충돌구들보다 더 많은 바위들로 덮여있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소행성이 진입해 들어올 때 뿜어져 나온 암석들이 수억년 동안 작은 운석우로 계속 땅에 쏟아져 내리면서 발생한다.
달에 있는 충돌구의 나이와 갯수를 지구에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연구팀은 양쪽이 매우 유사하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이는 지구에 있는 많은 충돌구가 유실됐다는 기존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봇키 박사는 “이는 지구의 가장 안정된 지역에 있는 오래된 충돌구 수가 달보다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 이유는 침식 때문이 아니라 2억9000만년 전에는 충돌 비율이 더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남서연구소(SwRI)는 지구에서의 소행성 충돌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루나 정찰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달의 충돌구 크기를 재고 나이에 따라 색상을 입혔다. 달 표면에는 연대가 2억9000년 이하의 충돌구(파란색)들이 대다수이며 이는 지구의 것과 일치한다. 이 같은 사실은 지구와 달 모두 2억9000만년 이후 소행성 내습이 증가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 NASA/LRO/USGS/University of Toronto
“2억9000만년 전에 형성된 충돌구 수 적어”
논문 공저자이자 영국 사우샘프턴대 지구과학 부교수인 토머스 거논(Thomas Gernon) 박사는 “’지구상에 충돌구가 더 적은 것은 마모에 의한 유실이 아니라 충돌 자체가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논 교수는 오랫동안 사라졌던 다이아먼드 화산 이야기를 한데 모아 증거들을 개발해 냈다. 이 다이아먼드 화산은 킴버라이트 관(kimberlite pipes)으로 불리며, 지표 아래 몇 킬로미터를 당근 모양으로 뻗어 있다.
논문 제1저자로 이번 연구 프로젝트에서 모든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 토론토대의 사라 마즈루이(Sara Mazrouei) 연구원은 “캐나다에는 관련된 지형 가운데 가장 잘 보존되고 연구된 것이 있고, 아울러 잘 연구된 대형 충돌구도 몇 개 있다”고 말했다.
거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6억5000만년 동안 안정된 지형에서 형성된 킴버라이트 관들은 대체로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같은 기간 동일한 지형에서 형성된 커다란 충돌구들이 보존되었을 것이란 사실을 가리킨다.
이는 지구와 달에서의 소행성 충돌구 기록이 유사하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한편, 2억9000만년 전에 형성된 충돌구가 희박한 것은 그 이전보다 소행성 충돌이 더 적었기 때문이라는 이론을 뒷받침해 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달에서의 소행성 충돌 비율을 보여주는 비디오. 캐나다 토론토대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달과 지구에서의 소행성 충돌 비율이 2억9000만년 전에 비해 2.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Yxkwvb8pc&feature=youtu.be ⓒ Data by Mazrouei et all (Science 2019; Video by SYSTEM Sounds)
“공룡 멸종 시기는 소행성 충돌이 크게 늘어나던 때”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2억9000만년 동안에 걸쳐 일어난 소행성 충돌구 형성 비율이 7억년 이전보다 2~3배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충돌 비율이 이같이 상승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연구팀은 2억9000만년 이전에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 주 소행성 벨트에서 일어난 대규모 충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사건은 태양계 내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파편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연구팀의 이번 발견은 지구의 생명의 역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구의 생명은 소행성 충돌 등 주요 멸종 사건에 의해 정지되었다가 새로운 종이 급속하게 진화하게 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2억9000만년 동안에 걸쳐 일어난 소행성 충돌구 형성 비율이 7억년 이전보다 2~3배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Pixabay
멸종 사건에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이 주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룡들은 2억5000만년경에 번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논 교수는 “종들은 처음부터 커다란 충돌에 특히 취약했었고, 초기 동물집단들이 더욱 그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룡의 몰락은 지구와 충돌하는 큰 우주 암석들이 급증한 것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불가피했던, 운명과의 만남이었다고 말하는 게 타당한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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