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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Jan 21. 2019

우주 비밀 밝힐 가속기 건설된다

총길이 100km에 이르는 FCC 설계보고서 공개

1987년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초전도 초대형 입자가속기(SSC)의 건설이 시작됐다. 


빅뱅의 재현이라는 목적을 띤 이 가속기는 둘레 길이가 87㎞나 되는 세계 최대 크기의 가속기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1993년에 이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게 이유였다.
     
그로부터 6년 후인 1998년부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에 걸쳐 있던 거대전자-양전자충돌기(LEP)를 개조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지하 100m 깊이에 총 둘레 길이가 27㎞에 이르는 그 장치를 개조한 까닭은 바로 SSC의 불발로 이루지 못한 실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바로 현재 세계 최대의 가속기인 LHC(거대강입자충돌기)다. SSC 길이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LHC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절대온도(0K, -273.15℃)에 가까운 초극저온에서 작동되는 9300개의 초전도자석 덕분이었다.

CERN은 그동안 구상해온 FCC의 개념설계보고서를 공개했다. 빨갛게 표시된 큰 원이 FCC이며, 왼쪽 아래의 파란색 원이 기존의 LHC이다. ⓒ CERN 


SSC에서 사용하려고 했던 것은 -268.65℃(4.5K)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자석이었다. 때문에 빅뱅을 재현하기 위해선 87㎞에 달하는 가속기가 필요했던 것. 하지만 LHC는 그보다 낮은 -271.25℃(1.9K)에서 작동되는 초전도자석으로 설계돼 길이가 짧아도 빅뱅의 재현이 가능하다.

     
LHC는 공사에 착수한 지 10년 만인 2008년 9월 10일 첫 가동을 시작했다. 우주에서 가장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LHC의 27㎞에 이르는 파이프 안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경주장이자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로 변하게 된다.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성자 빔이 빛의 속도의 99.99%로 양성자를 가속시키면 원자핵을 이루는 대표적인 강입자인 양성자는 27㎞의 가속기 안을 1초 동안 1만1245번 돌게 된다.

LHC 안에서 양성자는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된다. ⓒ Pixabay


세계 최대 LHC보다 4배 더 큰 FCC 공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니 수주일 동안 빛에 근접한 속도로 가속된 양성자는 정면충돌해 자신의 질량보다 1만4000배나 큰 충돌 에너지를 일으킨다. 이때 온도는 태양 중심보다 10만배 이상 뜨거워지게 된다. 빅뱅 직후 10억분의 1초 동안 우주에서 일어났던 일이 재현되는 셈이다. 

LHC는 이 같은 빅뱅의 순간을 1초에 6억번 정도 보여줄 수 있다.
     
양성자가 그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선 파이프 안이 최고의 진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빨리 달리는 양성자가 트랙을 벗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두는 힘도 필요하다. 초극저온에서 작동하는 9300개의 초전도자석이 그 같은 양성자의 탈선을 막아준다.
     
그런데 1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만든 LHC는 불과 열흘 만에 멈춰섰다. 용접 부위에서 미세 균열이 일어나 굉음을 내며 폭발한 것이다. 약 1년간의 수리를 거친 LHC는 2009년 11월에서야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운행은 더욱 조심스럽게 이루어졌다. 원래 설계된 대로라면 7TeV(테라전자볼트)의 에너지를 지닌 양성자가 충돌해 14TeV를 발생시켜야 되는데, 폭발 이후 일정 구간에서 약 4TeV의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만 충돌시킨 것.

LHC가 발견한 힉스 입자는 우주가 탄생하던 빅뱅 당시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순식간에 사라진 물질이다. ⓒ 한국천문연구원


정상 가동한 지 3년 후인 2012년 7월 LHC는 마침내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그동안 ‘신의 입자’로 불리며 과학자들의 애를 태운 힉스 입자를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힉스 입자는 우주가 탄생하던 빅뱅 당시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순식간에 사라진 물질이다.

     
그런데 CERN은 2014년부터 새로운 입자충돌기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미래 원형 충돌기(FCC)’로 불리는 이 새로운 입자충돌기는 둘레가 LHC보다 4배나 더 큰 100㎞이고 충돌 에너지는 7배 더 강력한 100TeV를 내는 규모다.
 
우주 비밀 밝힐 새 입자 발견 기대
   
CERN이 이처럼 거대한 입자충돌기를 새로 계획한 데는 이유가 있다. 힉스 입자를 발견한 LHC는 업그레이드 공사를 해도 최대 14TeV의 충돌 에너지만 낼 수 있다. 바로 그것이 한계다. 힉스 입자 외에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새로운 아원자나 초대칭입자를 찾기 위해선 그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표준모형 이론의 토대를 이루는 총 17개 입자가 모두 발견됐다. 그러나 우주의 대부분은 아직 우리가 그 정체를 모르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은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입자가 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 외에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입자가 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한국천문연구원


지난 15일 CERN은 그동안 구상해온 FCC의 개념설계보고서를 마침내 공개했다. 그에 의하면 총 28조여 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FCC는 2040년에 완공될 전망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CERN의 22개 회원국 등이 갹출한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도 CERN의 연구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지만 회원국은 아니다.

     
또한 FCC는 약 100㎞에 이르는 터널을 완성한 뒤 두 단계를 거쳐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밝혀졌다. 양성자(강입자)끼리 충돌시킨 LHC와는 달리 전자와 그 반물질인 양전자를 충돌시키는 1단계를 거쳐 2단계에서는 전자와 강입자를 충돌시키는 파이프가 설치된다.
     
FCC 대신 중력파 탐지기 등 다른 종류의 거대 과학 시설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나, 조만간 CERN 위원회는 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과 일본도 거대 규모의 가속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은 약 5조원을 투자해 둘레 50~80㎞에 달하는 원형전자양성자충돌기(CEPC)를 건설한다고 발표했으며, 일본은 직선 터널 구간에서 입자를 충돌시키는 국제선형가속기(ILC)의 건설 여부를 다가오는 3월에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규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a%b0%ec%a3%bc-%eb%b9%84%eb%b0%80-%eb%b0%9d%ed%9e%90-%ea%b0%80%ec%86%8d%ea%b8%b0-%ea%b1%b4%ec%84%a4%eb%90%9c%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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