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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Jan 18. 2019

유전자 맞춤 아기, 현실화 가능할까

과학기술 넘나들기(96)

지난 해 11월에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아기를 출산하게 했다는 것인데, UC버클리의 다우드나 교수, 브로드연구소의 장펑 박사 등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기술 개발의 주역들도 일제히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유전자 차별 등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 가타카의 포스터 ⓒ 콜럼비아픽처스 


유전자 맞춤 아기 하면 1997년에 제작된 SF영화 ‘가타카(GATTACA)’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앤드류 니콜 감독에 에단 호크, 우마 서먼이 주연으로 나온 이 영화는 유전자 맞춤 아기가 보편화된 먼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제목인 가타카는 영화에 나오는 우주 항공 회사의 이름이지만, 아데닌(Adenin; A). 티민(Thymine; T), 구아닌(Guanine; G), 시토신(Cytosine; C) 등 DNA를 구성하는 염기들을 임의로 배열하여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유전자 편집 아기는 윤리적인 문제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Pixabay


피 한 방울로 갓 태어난 아기가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 수명, 기타 건강지표 등을 정확히 예측해내는 영화의 첫 장면은 상당 부분 실현되어서, 질병 진단용 DNA칩 등은 이미 상용화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뛰어난 점은 단순한 기술의 예측뿐 아니라, 미래의 ‘유전자 차별’ 가능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등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데에 있다.
     
현재는 거의 세계적으로 생명윤리 차원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는 금지되고 있지만, 일종의 모라토리엄 상태이다.

영화 가타카에 나오는 것과 유사한 DNA칩 ⓒ Free Photo 


작년 중국의 유전자 편집 아기는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실효성 측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고, 워낙 무모하게 진행된 탓에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중국에서조차 관계 당국이 해당 과학자의 연구를 중지시키고 엄정 대응에 나섰다고 전해진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 유전자 편집 아기의 안전성과 실효성 등이 어느 정도 입증된다면, 이러한 모라토리엄이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일명 시험관 아기라 불리는 인공수정 시술 역시 처음에는 각계에서 적지 않게 반발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난임과 불임 부부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다. 그리고 똑똑하고 건강한 아기를 바라는 것은 전 세계 모든 부모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유전자편집에 이용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 Guido4 


유전자 맞춤 아기는 당연히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서 부유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을 것이므로, 오늘날 가난이 대물림되듯 열등한 유전자 역시 대물림될 것이다. 그러면 영화에서처럼 인종차별, 학력차별 등보다 더한 유전자 차별이 일상화된 불평등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열등한 유전자를 타고난 주인공이 유전자 맞춤형 우월 유전자를 타고난 동생을 도리어 수영 시합에서 이기는 인간 승리를 보여주고, 다른 사람의 생체정보를 바꿔치기하여 꿈꾸던 우주비행사가 되는 데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유전자 편집 아기 모라토리엄이 해제된다면, 과연 첨단의 생명과학기술로 열등한 유전자는 제거하고 최상의 유전자들로 맞춤형 인간을 설계할 수 있을까?
     
일부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대단히 비관적이라 생각한다. 무엇이 우월한 유전자이고 무엇이 열등한 유전자일까? 이들을 구분하는 것조차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예를 들어 자폐증이나 우울증, 신경쇠약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가 확인된다면, 그 역시 제거 대상인 ‘열등한 유전자’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역사상 잘 알려진 천재와 위인, 특히 탁월한 과학자나 예술가 중에는 이러한 정신 병리적인 성향을 보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겸상적혈구 유전자가 많이 나타나는 지역 분포 ⓒ Free photo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 중에는 이른바 겸상적혈구 빈혈증(鎌狀赤血球貧血症; sickle-cell anemia)이라는 것이 있다. 정상적인 적혈구는 도넛처럼 둥근 모양이지만,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염기 하나가 바뀌어 비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지면 적혈구의 모양이 낫 모양(겸상)으로 바뀌게 된다.

     
겸상적혈구를 지닌 사람들은 당연히 심한 빈혈을 일으키고, 모세 혈관을 막기 쉬우므로 육체적 피로나 통증, 뇌출혈 및 각종 장기의 기능 장애를 유발하고,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
     
겸상적혈구의 대립유전자 2개로 동형 접합된 사람들은 심각한 빈혈증으로 대부분 일찍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유전자의 이형 접합자(Heterozygote)는 별다른 이상 증세를 느끼지 않으며 도리어 정상인보다 말라리아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심각한 열등(?) 유전자가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건재한 이유가 바로 말라리아에 대한 강한 저항성 때문이다.
     
말라리아 감염은 아프리카 등의 열대 지역에서 여전히 무서운 위협일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흑인의 약 10%, 아프리카 전 인구의 46% 정도가 이 겸상 적혈구 빈혈증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정상 적혈구와 겸상적혈구(아래) ⓒ Free photo 


이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가뜩이나 새로운 인수 공통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우월한(?) 유전자 조합의 인간들이 도리어 신종 바이러스 등에 극히 취약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성이든 열성이든 인간의 유전자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와 생존경쟁의 산물일 것이다. 과욕을 부려서 섣불리 맞춤형 인간을 시도하려다가 도리어 개성의 상실이나 인류 절멸에 가까운 부작용과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c%a0%ec%a0%84%ec%9e%90-%eb%a7%9e%ec%b6%a4-%ec%95%84%ea%b8%b0-%ed%98%84%ec%8b%a4%ed%99%94-%ea%b0%80%eb%8a%a5%ed%95%a0%ea%b9%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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