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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Jan 21. 2019

“과학상 수상, 남성에게 유리해”

노벨상 등 629개 과학상 분석, 여성 13.8%

21세기 들어 많은 이들에게 과학상이 수여되고 있지만, 여성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말 ‘네이처’ 지에 게재됐다.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팀이 1969년 이후 2017년까지 위키피디아‧위키데이터에 수록된 의생명과학 분야 525개 과학상 수상자를 집계한 결과, 남성 수상자는 2733명, 여성 수상자는 43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또 같은 기간 중 AACR(암연구협회), 미국임상종양협회, 신경학회, AHA(심장협회), 내분비학회 등 미국 의생명과학을 대표하는 5대 학회 103개 과학상 수상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이 1448명, 여성이 43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벨상 등 주요 과학상 수상자들이 대부분 남성인 상황에서 과학계 편견에 의해 여성 과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NIH 


여성 수상자 절반 이상이 서비스 분야 

   
노벨상도 분석했다. 1901년 이후 지금까지 과학상 수상자는 599명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여성 수상자는 18명이었고 그 중 12명은 생리‧의학상 수상자였다.
     
논문 저자 중의 한 명인 노스웨스턴 대학의 브라이언 우지(Brian Uzzi) 교수는 “노벨상을 비롯한 629개 과학상 수상자를 분석한 결과, 중요한 과학상 수상자의 여성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결과도 발표됐다. 여성 개인 수상자가 받은 상금이 남성의 63.8%에 불과했다는 것.
     
“연구팀이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 수상자의 절반 가량이 변호, 교육, 멘토링, 공공 봉사활동 등 서비스 분야 공적으로 과학상을 수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과학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더 많은 소득을 올리며, 탄탄한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연구 업적을 통해 수상한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유전학자이면서 행동생태학자인 캐슬린 그로간(Kathleen Grogan) 박사는 “실제로 서비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은 절반을 훨씬 밑돌고 있으나 서비스 분야 과학수상자들 절반 이상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시니 도날드(Athene Donald) 교수는 “지금의 교육 풍토는 여성들에게 연구 활동보다 멘토링, 교육, 봉사활동과 같은 서비스 차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Pixabay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대 초 대학 문을 나선 의생명과학 분야 남녀 졸업생 수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교육자들이 여성들을 서비스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캠브리지 대학의 물리학자인 어시니 도날드(Athene Donald) 교수는 “지금의 교육 풍토는 여성들에게 연구 활동보다 멘토링, 교육, 봉사활동과 같은 서비스 차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결과적으로 남성과 대등하게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이 연구에 대한 의욕을 잃게 되고, 과학상 수상을 포기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 중심 과학상 제도 개선해야 
   
워싱턴 대학의 생리학자인 새피나 체르얀(Sapna Cheryan) 교수는 “일반적으로 연구자들은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과학과 관련된 서비스 분야는 그렇지 않다는 것.
     
“바쁜 일과에 허덕이면서 연구 업적을 쌓지 못한 채 과학계에서 선망하는 과학상 수상을 꿈꾸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 여성 과학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때 여성의 과학상 수상이 늘어난 때도 있었다. 629개 과학상 수상자를 분석한 결과 1968년부터 1977년까지 여성의 과학상 수상 비율이 5% 상승했었다.
     
그러나 이 시기 중요한 상들은 남성들의 몫이었다. 시상 규모가 큰 과학상 수상자의 경우 여성이 수상한 경우는 13.8%에 불과했으며, 여성 1인당 수상 금액 역시 남성 수상자에 비해 63.8%에 불과했다.

과학상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금을 적게 받고 있는 현실이다. ⓒ Pixabay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의 사회학자 앤 링컨(Anne Lincoln) 교수도 과학상 수상과 관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000년부터 201년 사이 과학상에 추천된 여성의 수가 남성의 8분의 1에 불과했다는 것.

     
더 놀라운 사실은 분석 대상이 중견 과학자들이 아니라 40세 이하의 신진 과학자들이었다는 점이다.
     
링컨 교수는 “이런 현상이 의식하지 못하는 편견(unconscious bias)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상 수상자 선정 위원회를 통해 많은 여성 신진 과학자들이 탈락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의욕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간 교수는 “시간을 기다린다고 이런 상황이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계 지도층을 중심으로 과학상 시상제도에 대한 강력한 개선조치가 서둘러 취해져야 한다.”는 것.
     
교수의 주장은 과학상을 주관하는 위원회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여성 과학자들이 적은 논문을 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용 비율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과학상 수상을 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편견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그로간 교수는  “여성 과학자들이 적은 논문을 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용 비율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과학상 수상을 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편견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 Pixabay


교수는 “과학계에서 여성은 급할 때 찾는 최후 방편과 같은 대우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이 이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여성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왔다.”며, “과학상 평등 문제가 곧 과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 과학자들의 요구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남성 중심의 ‘훌륭한 과학자(good scienctist)’ 상(像)을 남녀 공통의 전형으로 바꾸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학상 수상 기준을 전면적으로 손질해달라는 것이다.
     
그녀는 “과학상 개선에 있어 성(性) 뿐만 아니라 인종, 장애 등 다른 요인들까지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차별 요인으로 인해 시상자에 대한 불평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과학상을 통해 적용되고 있는 편견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과학계의 여성 차별 문제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이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난제로 남아 있다. 이번에 과학상 수상자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그 심각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3%bc%ed%95%99%ec%83%81-%ec%88%98%ec%83%81-%eb%82%a8%ec%84%b1%ec%97%90%ea%b2%8c-%ec%9c%a0%eb%a6%ac%ed%95%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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