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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13. 2019

꿀벌들의 놀라운 벌집 환기 전략

서로 다른 온도 임계값 가진 벌들이 협동

주어진 일을 아무런 불평 없이 열심히 해내는 동물로 우리는 꿀벌과 개미를 든다. 특히 ‘개미와 베짱이’ 우화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보편적인 교훈으로 자리잡았다.

     
꿀벌도 개미 못지 않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꿀벌들은 먼 거리 마다 않고 부지런히 꽃을 찾아다니며 꿀과 꽃가루를 실어 나른다.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벌통 속에서 꿀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게 여겼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그동안 벌들이 날갯짓으로 바람을 불어넣어 벌통 속 열기를 식힌다고 생각해 왔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이같은 ‘벌들의 환기 과학’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을 찾아냈다.

논문 제1저자인 하버드대 SEAS 및 OEB 박사후 연구원 제이콥 피터스 박사가 인공 벌집 실험을 하는 모습. ⓒ Jacob Peters/Harvard SEAS 


측정과 계산모델 조합해 유체 패턴 설명

   
꿀벌들은 보통 크고 복잡하게 구성된 벌집 구멍에서 산다. 때로는 좁게 뚫려 있는 나무 구멍 속에서 살기도 한다.
     
둥지 내부가 뜨거워지면 일군의 벌들이 안으로 기어 들어가서 날개를 팬처럼 사용해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좀더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다. (참고 동영상 아래)



문제는, 꿀벌들이 어떻게 이 환기 단위들을 스스로 조직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대(SEAS)와 유기체 및 진화생물학부(OEB) 연구팀은 구조 틀(framework)을 개발해 벌들이 환경신호를 사용해 집단적으로 군집을 이뤄 지속적으로 벌집을 환기시키는 방식을 설명해 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마하데반( L Mahadevan) 교수(응용수학 및 물리학, 유기체 및 진화생물학)는 “수천년 동안 벌과 같은 사회적 동물들은 개체보다 훨씬 큰 사회적 규모로 유체 흐름과 힘을 활용해 기계적 안정화와 온도조절 및 환기와 같은 생리학적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측정과 계산 모델을 조합해 날개바람을 일으키는 벌들이 어떻게 둥지를 환기시키기 위해 대규모의 긴급 유체 패턴을 창출하는지를 정량화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제이콥 피터스(Jacob Peters) SEAS 및 OEB 박사후 연구원은 “벌들이 둥지를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 날갯짓을 할 벌들을 모집하거나 혹은 의사소통 체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피터스 박사는 “대신 개별 벌들이 온도 변화에 반응해 보이는 날갯짓과 유체 흐름 물리학이 벌들의 집단적인 공간 조직으로 이어져 효율적인 냉각 해법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왕립협회 인터페이스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실렸다.

연구팀은 꿀벌이 둥지를 식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둥지 안팎의 공기 흐름과 둥지 입구의 꿀벌 위치와 밀집도를 측정했다. ⓒ Jacob Peters/Harvard SEAS 


벌들의 행동둥지의 환경물리학과 연계돼

   
연구팀은 2017년 여름 복더위에 실험을 실시했다. 피터스 박사와 마하데반 교수 및 전 SEAS 및 OEB 박사후 연구원인 오리트 펠레그(Orit Peleg) 박사가 하버드대의 콩코드 필드 스테이션에서 일련의 인공 벌집을 사용해 여러 주 동안 모니터링했다.
     
연구팀은 벌집 안팎에서의 온도와 공기 흐름, 그리고 둥지 입구에서 날갯짓을 하는 벌들의 위치와 밀집도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벌들이 둥지 입구 전역에 퍼져 있기보다는 공기 유출이 가장 높은 제일 뜨거운 지역에 모여 그 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 지역들은 공기 유입이 가장 높은 좀더 시원한 지역과는 분리돼 있었다.

연구팀은 벌들이 둥지 입구 전역에 퍼져 있기보다는 공기 유출이 가장 높은 제일 뜨거운 지역에 모여 그 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 Pixabay


중요한 발견은 벌들이 서로 다른 온도 임계값을 가지고 있어 그 임계값을 넘어서면 날개 부채질을 시작함으로써 집단적으로 온도 변화에 잘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이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면서 연구팀은 이런 모든 행동이 둥지의 환경 물리학과 연계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날개 바람을 바깥으로 내보내면 벌들이 둥지 안쪽의 온도를 감지할 수 있다. 만약 온도가 올라간다면 낮은 임계값을 감지하는 벌부터 날개 부채질을 시작해 점차 다른 임계값을 가진 벌들이 합세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환기가 되고 따라서 벌집 온도는 더욱 안정될 수 있다.
     
그리고 공기 유출과 유입을 분리하기 위해 군집을 형성하면 마찰과 흐름의 물리로 인해 더 많은 찬 공기가 둥지 안으로 유입될 수 있다.

둥지 안쪽이 뜨거워지면 벌들은 날개를 부채로 사용해 더운 공기를 끌어내고 더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 YouTube / Honey bees backward flapping / chillimadcornishboy 


생명체의 집단 생태생리 이해 위해 물리적 환경 고려 필요

   
현재 콜로라도대(볼더)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펠레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어떻게 물리적 환경 역학을 활용해 생리학적 과정을 대규모로 조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터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비록 물리학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유전학과 진화에 뿌리를 둔 생물학적 변이가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우리 이론은 온도 임계치에 대한 벌들의 개별적 가변성이 벌집 온도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할 뿐 아니라, 이런 다양성이 효율적인 환기를 위해 필요한 부채질 행동의 안정적인 정형화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난방, 환기, 공기조절 시스템으로부터 컴퓨터 냉각 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분야에서 자연생물체로부터 영감을 얻은(bioinspired)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 시스템이 현재의 시스템보다 특정 요구사항에 더 잘 적응 및 반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하데반 교수는 “좀더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이번 연구는 생명 자체의 특징인 집단 생태-생리학의 풍성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유기체와 이들의 물리적 환경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f%80%eb%b2%8c%eb%93%a4%ec%9d%98-%eb%86%80%eb%9d%bc%ec%9a%b4-%eb%b2%8c%ec%a7%91-%ed%99%98%ea%b8%b0-%ec%a0%84%eb%9e%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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