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조현병, 알츠하이머 등 치료 가능성 열어
고령으로 인해 여러 가지 정신적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기억력이 급격히 쇠퇴하거나 어린아이처럼 사리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들 환자들을 대상으로 급격히 저하되는 뇌 기능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인지 기능이 저하된 동물(쥐)을 대상으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해 임상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존 신경안정제의 합성원리를 적용해 과학자들이 기억력을 회복시켜 인지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뇌의 신셩세포. ⓒ Wikipedia
뇌세포 ‘노이즈’ 줄여 신경세포 활동 강화
15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인지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한 곳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중독치료기관 캠에이치(CAMH, Centre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다.
이곳 연구진은 그동안 기억력이 쇠퇴한 노쇠한 동물들에게 새로 개발한 의약품을 투여한 후 그 효능을 관찰해왔다. 그리고 최근 이 약물의 효능을 확인했다.
오래 살아 기억력이 저하된 동물들에게 이 의약품을 투여한 결과 30분 후부터 뇌 기능이 회복됐으며, 2개월 후 실시한 뇌 검사에서 이전에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던 뇌세포들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래 살아 기억력이 저하된 동물들에게 연구팀이 개발한 의약품을 투여한 결과 30분 후부터 뇌 기능이 회복됐다. ⓒ Pixabay
인지 기능 회복으로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
나이가 들어가면서 뇌기능 저하는 계속 심해질 수 있고 우울증(depression), 조현병(schizophrenia), 알츠하이머(Alzheimer) 등으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에 바로잡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의료계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애를 먹어 왔다.
캠에이치 연구팀은 이런 증상이 학습(learning)과 기억(memory) 기능을 관장하는 뇌세포 때문이라고 보았다. 기능이 저하된 이 세포가 활기를 되찾아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할 경우 저하된 인지 기능이 다시 회복돼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GABA(gamma-aminobutyric acid)’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γ-아미노부티르산. 뇌척수액(CSF)에 포함된 중추신경계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뇌의 대사와 순환 촉진작용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물질 'GABA'는 뇌의 대사와 순환 촉진작용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ixabay
‘GABA’의 기능이 활성화될수록 뇌의 인지 기능이 활성화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를 방해하는 물질이 있다. 신경세포 내에서 무질서하게 발생하는 ‘노이즈(noise)’가 이것이다.
‘노이즈’는 신경전달물질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세포 활동을 저하시키며, 부정확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노이즈’를 줄여줄 경우 ‘GABA’의 활동을 강화해 기능이 저하된 뇌세포 활동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노이즈’를 줄여줄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의약품은 기존의 향정신성 의약품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 합성 의약품은 1933년 처음 소개됐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신경안정제로 널리 사용되었던 메프로바이메이트(meprobamate)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지금까지 대표적인 신경안정제로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약물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바리움(Valium), 재낵스(Xanax)은 ‘GABA 수용체’를 타깃으로 해 제조한 신경안정제다.
‘GABA 수용체’는 중추신경계에서 빠른 억제성 시냅스 전달의 중재자(mediator)로 경련을 비롯 인지 기능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연구팀은 ‘벤조디아제핀’의 합성 방식에 기능을 더 추가해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동물(쥐) 실험을 실시한 결과 투약 후 30분이 지나 기억력이 강화되기 시작했으며, 2개월 후에는 노쇠한 쥐의 기억력이 젊을 때처럼 회복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발된 의약품을 노쇠한 동물(쥐)에 실험한 결과 기억력이 젊을 때처럼 회복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 Pixabay
연구에 참여한 켐에이치의 에티엔느 시빌(Etienne Sibille) 박사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험용 쥐들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인지 기능이 사라진 상태였으나, 약물 투여 후 불과 30분만에 그 기능을 80~90% 회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약물을 투여할 경우 인지기능을 상실한 늙은 쥐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50~60%까지 회복이 가능하며, 55~60세 연령의 환자들에게 더 유효할 수 있다”고 시빌 박사는 설명했다.
또한 “이 약물을 사람에게 투여할 경우 인지기능 회복은 물론 난치병인 퇴행성신경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워싱톤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회(AAAS)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과학자들은 이 의약품의 효능을 사람에게 확대해 특히 알츠하이머와 같은 난치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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