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포럼 개최…우주와 인류 미래 탐색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통해 우주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1년을 기념한 ‘평창포럼 2019’가 지난 13일 ‘지식의 경계에서 바라본 지구 미래(At the Limit of Our Knowledge, Staring into the Future)’를 주제로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폴 데이비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석좌교수와 존 배로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젊은 과학도들과 우주와 인간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우주에 대한 젊은 과학도들과의 대화
개막식에 앞서 젊은 과학도들과 함께 우주의 역사와 생명의 탄생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Yong Scientists Session’ 시간을 가졌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우주학자인 폴 데이비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석좌교수가 ‘우주에서 인류는 유일한 존재인가?’라는 물음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광활한 우주에 과연 인류만 존재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가장 오래된 존재론적 질문 중 하나”라며 “수십 년 동안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으로 하늘을 훑으며 외계의 존재로부터 우연히라도 메시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래왔지만, 현재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광활한 우주에 과연 인류만 존재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가장 오래된 존재론적 질문 중 하나다. ⓒ Pixabay
아울러 “최근 발견된 수많은 태양계 외부 행성들 덕분에 우주에 인간 외에도 많은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으나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어떻게 무생물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할 수 없었다”며 “우주 어딘가의 행성에 다른 생명체 또는 다른 문명이 존재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폴 데이비스 교수는 “외계인이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하는 가정을 포기하고, 사막이나 화산분화구, 염수호 등 일반 지구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지역에 대한 연구를 통해 외계 생명체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 한다”며 또 다른 우주적 존재를 찾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우주의 팽창, 직접 관찰 우주연구 어려워져
‘우주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존 배로우 교수 ⓒ 김순강 / ScienceTimes
이어서 존 배로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가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확장하는 우주의 개념을 통해 우주의 크기와 연령, 그리고 그 안에서 생명이 존재하고 존속하기 위한 조건 사이의 예상치 못한 수많은 연결 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아주 먼 옛날 우주 확장 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을 수학과 물리학의 법칙으로 분석하면서 존 배로우 교수는 “나무가 밀집되어 있는 숲에서 어디를 바라보든 나무 몸통만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우주를 바라볼 때도 빛을 내는 별들의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디를 보든 우리의 시선이 텅 빈 우주를 향할 수밖에 없다”며 우주가 어두운 이유를 설명했다.
텅 빈 우주는 우주의 팽창과 무관하지 않은데, 존 배로우 교수는 “과거에 우리는 우주공간이 계속 팽창해 가더라도, 물질의 속성인 만유인력에 의해 점차 속도가 늦춰져 결국에는 수축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적용시켜 볼 때 우주가 계속 가속팽창하고 있으며 더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져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처럼 우주가 가속팽창을 계속하게 된다면 1억 년 이상 생존하는 천문학자가 있다하더라도 다른 은하를 가시적으로 관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먼 미래의 천문학자들은 현재 우리와 같이 직접 관찰에 의해 우주를 연구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은 힘, 인간과 그 가치관에 집중해야
‘평창포럼 2019′가 13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평창포럼 2019’ 개회식에서는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인 최양희 서울대 교수가 ‘디지털이 힘이다’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디지털이 모든 문화, 생활 등과 융합되면서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그 결과 디지털이 정치적으로, 사회 구성원에 대해 큰 힘을 갖게 되고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불평등과 소외를 확대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디지털의 부작용과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 교수는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 발전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고, 그만큼 인간의 가치관이 중요하다”며 교육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디지털은 힘이다’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최양희 교수 ⓒ 김순강 / ScienceTimes
그는 “인간의 가치관과 윤리의 형성은 좋은 교육에 의해 결정된다”며 대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대학들은 지식의 생산과 인재 양성이라는 아날로그 시대의 미션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간 ‘존재와 의미’에 대한 성찰
개회식 후에는 ‘존재와 의미’라는 주제의 세션이 진행됐다. 이는 인류 공동의 미래를 조망하고 전 지구적인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어디서부터 왔는가에 대한 인식과 그를 바탕으로 한 본질적인 성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존재와 의미’라는 주제의 세션 후에 강연자들과 함께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여기서 신경과학과 진화이론에서 학문적 업적을 쌓아온 니콜라스 험프리 런던정경대 교수가 의식(Consciousness)이 어떻게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혁신적인 이론을 소개했다. 그는 “의식이란 우리를 위해 세상을 밝혀주고 인간이 특별하고 초월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마치 스스로 창조해 낸 멋진 쇼와 같다”고 설명했다.
또 신경생물학자이자 인간 진화생물학 분야의 전문 인류학자인 테렌스 W. 디컨 UC버클리대 교수는 “생명은 정보”라며 “자연과학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목적론적인 창발이 있기까지는 더 복잡한 인간의 생명이 계속해서 불가사의한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태학자 메리 에블린 티커 예일대 교수는 “태초의 순간부터 행성의 생명체에까지 펼쳐진 140억 년의 우주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 ‘우주의 여행’을 제작했다”며 “이같은 진화우주론은 다양한 생명체들과 공생하며 문화를 형성하고 경제활동과 정치활동을 영위하는 인간이 어떻게 거대한 우주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고 강조했다.
우주, 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범지구적인 가치에 대해 세계 유수의 석학들과 다양한 논의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된 ‘평창포럼 2019’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된다.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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