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동물안의 인간
동물도 생각이 있을까? 감정이 있을까? 동물도 시기와 질투가 있을까? 언어나 자기 인지 능력이 있을까? 공포심을 느낄까?
이 질문에 대해서 30년 동안 동물행동학을 연구한 노르베르트 작서(Norbert Sachser)는 ‘동물안의 인간’(DER MENSCH IM TIER)이란 책에서 그렇다고 답변한다.
동물행동학자들은 특히 척추동물에게는 감정이 있다고 본다. 척추동물의 대뇌에 있는 변연계는 모든 포유류의 조상에게서 발견된다. 인간과 동물의 신경계는 같은 방식으로 활성화되어 기본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고 동물행동학자들은 밝혀냈다.
가장 뚜렷한 공통점은 공포와 불안
그 중에서도 특히 공포와 불안은 매우 뚜렷하다. 갑자기 뱀이 나타날 때 사람이나 원숭이에게 나타나는 반응은 비슷하다. 심장이 뛰고 숨은 깊어지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근육은 공포에 휩싸인다.
원숭이는 시기와 질투가 심하다. 원숭이가 돌멩이를 가져오면 오이를 하나씩 줬다. 오이를 받으려고 열심히 돌멩이를 가져오던 원숭이들은 그 중 한 원숭이에게 포도를 주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이를 받던 원숭이들은 화가 나서 더 이상 돌멩이를 주워오지 않았다. 포도를 더 좋아하는 원숭이들이 시기와 질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돌멩이를 가져오지 않은 원숭이에게도 포도를 주자, 분노는 더욱 격렬해졌다.
동물도 주위 환경에 따라 비관적이 되기도 하고 낙관적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실험용 쥐에게 두 가지 소리를 들려준다. 첫 번째 소리를 들었을 때 손잡이를 당기면 먹이가 나왔다. 두 번째 소리가 들렸을 때 손잡이를 당기면 아무 보상이 따르지 않았다.
이렇게 훈련받은 쥐에게 한 번도 들려주지 않은 3번째 소리를 들려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육장이 축축하고 빛과 어두움이 불규칙하게 바뀌는 열악한 환경에 살던 쥐들은 비관적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낙관적이다. 세 번째 소리를 들었을 때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손잡이를 당기는 숫자가 적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더욱 자주 당겼다. 낙관적인 쥐, 비관적인 쥐는 이렇게 길러진다. 히말라야 원숭이와 돼지, 찌르레기 등도 비슷했다.
사람의 상식과는 다른 동물들의 특징도 있다. 기니피그는 귀엽다고 쓰다 듬어줘서는 안된다. 고양이나 개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동물은 사람이 쓰다듬어주면 좋아하지만, 기니피그는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놀라운 발견은 조류의 인지능력이다. 까마귀와 앵무새는 대형 영장류만큼이나 수준이 높은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회색 앵무새 알렉스이다. 2007년 31세에 죽은 알렉스는 500여 개의 단어를 이해했다.
누벨 칼레도니아 까마귀는 도구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나뭇가지를 굽혀서 갈고리를 만들어 나무 구멍 안에 있는 벌레를 꺼내 먹는다.
침팬지 같은 유인원의 지능이 높은 것은 이해가 된다. 동물의 지적 능력을 분석할 때 가장 놀라는 것은 새의 지능이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서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두뇌 용적이 척추동물에 비해서 매우 적은 새의 지능이 어떻게 척추동물과 유사할까? 까마귀와 앵무새는 대뇌피질에 주름이 없으면서 어떻게 원숭이와 맞먹을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졌을까?
저자는 그 답을 ‘평행진화’에서 찾는다. 생물학적으로 서로 가깝지 않지만 같은 조상을 가진 종끼리는 비슷한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 평행진화이다. 포유류와 조류는 약 3억 년 전에 갈라져 따로 진화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조류와 포유류의 대뇌는 전혀 다른 구조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뇌 용적은 크게 차이가 나지만, 인지능력은 둘 다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했다. 새의 뇌는 덜 발달한 것이 아니라, 구조가 다른 것이다.
스트레스는 동물도 싫어한다
사람과 동물이 서로 매우 유사한 특징 중 하나는 불안정한 사회체계와 불분명한 사회관계 속에 있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서 불행해진다는 점이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방법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 똑같다. 사회적 파트너와의 긴밀한 관계를 쌓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가 굳건할수록 스트레스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쉽다.
아마도 동물의 인지능력이나 도구사용능력 등이 더 많이 밝혀지고, 유전적인 유사성이 더욱 많이 드러날수록 사람과 동물 사이의 거리는 더욱 더 가까워질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얼마나 닮았는가를 추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그 차이는 동물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성과를 가지고 판단하면 매우 쉽다. 이 세상의 어떤 동물도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고, 소설을 쓰지 않으며 성당을 건축하지도 않는다. 신문사나 방송국을 세워 뉴스를 전하지도 않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마이클 토마셀로(Mihael Tomasello) 말을 인용했다. 토마셀로는 “ 동물들에게는 ‘문화가 축적되는 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동물과 인간이 만들어낸 성과의 차이는 문화인 셈이다.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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