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10대의 뇌
10대 청소년은 부모에게 엄청난 시련을 준다. 모든 사람이 인정할 만큼 청소년의 상태는 어렵다. 가장 힘든 청소년으로 중학교 2학년생을 꼽기도 한다. 청소년 시절의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에 대해서 사람들은 ‘질풍노도’라는 표현을 쓴다.
물론, 이 시기의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는 일차적으로 성적인 변화에서 나온다. 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급격한 신체 변화와 함께 정서적 정신적 충격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10대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변화 중 지금까지 잘 거론되지 않은 것이 바로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이다. 10대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아주 특별한 지점에 있다. 어른의 눈으로 10대의 뇌를 바라보는 것은 크게 잘 못됐다. 청소년의 뇌는 기능, 배선, 능력 모든 면에서 성인의 뇌와 다르다.
‘10대의 뇌’(The Teenage Brain)는 청소년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이혼한 뒤 10대 아들을 키운 경험을 가진 신경과학자 프랜스 시 젠슨(Frances Jensen)과 워싱턴 포스트 과학 칼럼니스트인 에이미 엘리스 넛(Amy Ellis Nutt)이 함께 썼다.
10대들이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화를 잘 내고, 충동적이고, 잘 집중하지 못하고,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다. 어른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약물이나 알코올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위험한 행동에 쉽게 끌려 들어가기도 한다. 왜 그럴까?
지난 10년 동안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생애 첫 21년 동안 뇌 영역이 서로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랬더니 뇌의 연결성은 뇌 뒤쪽에서 앞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80%만 완성된 청소년의 뇌 회로
10대의 뇌는 80%밖에 성숙되지 않은 상태이다. 나머지 20%의 뇌는 배선이 엉성한 상태로 그대로 남아있다. 이 20%의 엉성한 부분이 청소년의 불확실한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판단력을 길러주는 이마엽이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의 상당 부분을 잘 설명해준다. 왜냐하면 사람이 지성과 교양을 갖춘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마겉질과 앞이마겉질 덕분이기 때문이다.
10대의 뇌는 인생의 어느 때보다 더욱 막강하면서 동시에 취약하다. 청소년들은 모든 것을 빠른 속도로 학습하지만 정작 그들의 뇌는 회백질을 제거하면서 뉴런들을 없애고 있다. 이렇게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사실이 성립할 수 있을까? 신경과학자들은 바로 신경의 가소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소성을 다른 말로 하면 학습능력이다. 청소년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할 때마다 뇌는 바뀐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배선이 바뀐다. 이 변화무쌍한 뇌의 신경가소성은 청소년이 생각하고, 계획하고, 배우고, 행동할 때마다 뇌의 물리적 구조와 기능적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인간의 뇌의 가소성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더욱 활발하게 발휘된다. 물론 이는 자신의 환경을 얼마나 잘 아느냐가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린 뇌는 자신이 자라는 환경 유형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시냅스의 성장 덕분에 10대는 감각을 추구하는 학습기계가 되지만, 뇌 신호가 정상궤도를 쉽게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급성장에는 분명 위험한 측면도 있다.
청소년 문화 2차대전 이후 본격 등장
19세기까지만 해도 청소년은 작은 성인으로 인정받았다. 밭에 씨를 뿌리고 소 젖을 짜고 장작을 패는 아동의 손길이 필요했다. 미국 독립 당시 새로운 개척 자원의 절반은 16세 이하였다. 여자가 18세가 되도록 혼자면 짝을 찾는 일은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10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대공황과 관련이 있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대공황이 닥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자 가장 먼저 아동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이 갈 곳은 학교뿐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1930년대가 끝나갈 즈음에 미국 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만 14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대부분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10대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대이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드디어 10대에 대해서 겉으로 드러난 변화뿐 아니라, 뇌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청소년기가 삶에서 최고의 10년이라고 본다. 10대들은 무엇이든지 배울 준비가 되어있으므로, 어디서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중요하다. 집 안에 숙제와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일은 부모가 10대를 도와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다. 비웃거나 비판적으로 말하거나 못마땅해 하거나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뇌에 대한 다른 연구와 마찬가지로 10대의 뇌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핑곗거리를 줄 수 있다. 10대의 뇌가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청소년은 아마도 자신을 야단치는 어른에 대해서 이렇게 변명할지 모른다.
“뇌가 그렇게 시켰어요.”
그러므로 뇌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도 인간의 양심과 도덕은 과연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에 대한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뇌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학교에서의 교육방식과 가정교육에 매우 중요한 도움을 줄 것이다.
‘10대의 뇌’는 저절로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뇌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전두엽에 배선도 안 깔린 것들이~”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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