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등과 소통 가능성 커져
중풍에 걸리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뇌 속에는 표현하고 싶은 신호가 있다. 문제는 그 신호 해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이 뇌 속에 있는 신호체계를 전극으로 감지, 컴퓨터를 통해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3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뇌 속에 들어 있는 단어(words)와 문장(sentences)을 말로 바꾸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일부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뇌전증, 중풍 등으로 인해 언어 장애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파를 언어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환자 치료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 Pixabay
뇌 안에 있는 정보 컴퓨터로 재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은 스위스 제네바 대학, 컬럼지아 대학 등의 뇌과학자들이다.
제네바 대학의 스테파니 마틴(Stephanie Martin) 교수는 “사람들이 책을 큰 소리를 읽을 때 뇌의 변화를 모니터링 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심한 충격이나 질병을 앓았을 때 대화 능력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 환자들은 그들의 눈이나 동작을 사용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복잡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스크린 위에 있는 커서로 글자들을 움직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다. 뺨을 움직여 안경에 있는 스위치에 자극을 주어 센서를 움직이면서 대화를 해나가던 우주과학자 고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과학자들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를 활용, 환자의 생각을 직접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BCI란 뇌파를 센서로 전달해 그 내용을 분석하고, 컴퓨터를 통해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뇌파를 담을 수 있는 CD 플레이어를 개발해 상용화한 경우도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는 눈으로 모니터를 움직여 환자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홍채·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다. ⓒ Pixabay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는 눈으로 모니터를 움직여 환자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홍채·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환자의 생각을 실제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억양과 톤으로 재현하는 것은 아직까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영역에서 과학자들이 부분적이나마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AI, 로봇 기술에 큰 영향 미칠 듯
컬럼비아 대학의 컴퓨터과학자 니마 메스가라니(Nima Mesgarani) 교수는 “쉽지않은 일이지만 연구팀은 지금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언어적인 신호(signs)를 소리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하며 그 내용들을 도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개인 간의 다양한 신호 체계를 해독하고,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 컴퓨터의 음성 모델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 모델을 통해 뇌종양 등의 수술, 중풍이나 강한 충격을 받아 언어 표현이 마비된 환자와의 소통이 가능해지고, 후속 치료를 수행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뇌전증(epilepsy)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인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환자는 물론 가족 등을 고민하게 하는 병이다.
의료계는 그러나 뇌전증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놓을 경우 발작이 일어나기 수일 전에 뇌 상황을 감지하게 되고, 그 원인을 제거해 급작스러운 발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바 대학의 마틴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20~30분 동안의 분석이면 뇌전증 환자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생각을 숫자화 하는 작업 과정. ⓒ neuralnetworksanddeeplearning.com
니마 메스가라니 교수 연구팀은 그동안 5명의 뇌전증 환자의 청각피질(auditory cortex )로부터 언어를 어떻게 주고받는지 데이터를 입수했으며, 이 정보를 컴퓨터를 통해 재구성하는 신호체계를 만들고 있다.
그는 “환자로부터 입수한 데이터를 0~9으로 구성된 신호로 변환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들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해 말로 재현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성공률은 70% 정도”라고 말했다.
독일 브레멘 대학, 네덜란드 크리스찬 허프 대학 연구팀도 유사한 연구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들은 뇌암 수술을 마친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한 결과, 환자들의 의사를 마이크로폰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관계자들은 이 기술을 상용화 할 경우 의료계는 물론 음성인식 기술 전반에 크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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