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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Jan 09. 2019

나쁜 모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호주, 유고 등에서 착한 모기 살포에 성공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 중 모기처럼 위험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모기로 인해 말라리아(yellow fever), 황열, 지카(Zika), 뎅기열(denque)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들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뚜렷한 모기 퇴치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살충제를 개발해 살포했지만 밤중에 인체를 습격하는 모기를 막지 못한 채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호주 등 모기 피해국 과학자들이 모기 퇴치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고 있다. 모기 번식을 막는 세균을 모기에 감염시켜 질병을 일으키는 못된 모기들을 지구상에서 추방해나가자는 것이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수컷 모기에 감염시켜 질병을 유발하지 못하게 하는 모기 퇴치 프로그램이 세계 12개국에서 진행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Wikipedia 


호주 타운즈빌, 뎅기열 환자 사라져 


9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지금 착한 모기로 나쁜 모기를 퇴치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호주 북동부 지역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에 위치한 도시 타운즈빌(Townsville)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도시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7년여에 걸쳐 대규모 모기퇴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남태평양 연안 산호초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타운즈빌은 19만3000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전원도시다. 매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월드 모스키토 프로그램(World Mosquito Program)’이라고 명명된 모기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멜버른 소재 모나시 대학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유전자변형(GM) 모기를 타운즈빌 시 전역에 살포했다. 그리고 협약을 맺은 수천 가구에 특별한 바구니가 들어 있는 모지박스(Mozzie Box)를 배포했다. 바구니 속에는 착한 모기가 자라나고 있는 알과 착한 모기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음식이 들어 있었다.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이곳에서 뎅기열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1년 이후 댕기열 환자가 4명 발생했는데 프로그램이 실시되기 전 동일 기간 동안 발생한 뎅기열 환자 수 54명과 비교해 92%가 줄어든 것이다.

4명의 환자 중 타운즈빌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는 1명뿐이고, 3명은 여행객들이었다. 여행객들이 수시로 이동 중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타운즈빌 내에서 뎅기열에 걸릴 확률이 거의 사라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궁금한 것은 과학자들이 개발한 이 GM모기의 정체다. 모나시 대학 과학자들은 이 모기에 대해 볼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이집트숲모기라고 설명했다. 

남태평양 연안 산호초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타운즈빌은 19만3000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전원도시다. 이곳에서 최근 이곳에서 ‘월드 모스키토 프로그램(World Mosquito Program)’이라고 명명된 모기와의 전쟁이 수행되고 있다. ⓒ Pixabay


모기 퇴치 선언 국가, 12개국으로 증가 


사람에게 이로운 이 박테리아가 이집트 숲 모기에 자연스럽게 감염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을 통해 모기 알 속에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주입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왔다.

첫 번째 시도는 2000년대 초 켄터키 대학 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당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시 지융(奚志勇, XI Zhiyong) 박사는 이집트숲모기가 알에서 부화하면서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그는 이집트숲모기 알에 박테리아를 주입했다. 이런 시도는 2005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감염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실망한 시 지융 박사는 암컷 모기가 박테리아를 감염시키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수컷 모기의 감염 가능성을 생각했다.

사람이나 동물을 무는 것은 모두 암컷 모기다. 시 지융 박사는 이 암컷 모기가 수컷 모기와 관계를 가졌을 때 암컷 모기 역시 박테리아에 감염되고, 암컷 모기가 사람을 물더라도 전혀 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기 퇴치 프로그램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열대 지방 곳곳에서 과학자들을 통해 모기 수컷에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감염시켜 살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호주 모나시 대학의 ‘월드 모스키토 프로그램’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 모기가 번성하던 산호초 지역 인근 타운즈빌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착한 모기들이 계속 번성해 나쁜 모기들이 설 자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나시 대학 연구팀은 현재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은 물론 암컷 모기까지 함께 풀어놓고 있는 중이다. 가능한 빨리 착한 모기의 수를 늘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최종 목표는 타운즈빌의 살고 있는 모기를 전부 착한 모기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주 정부는 뜨거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모나시 대학 학장인 스코트 오닐(Scott O’Neill)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모기를 퇴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스리랑카 등 11개국의 다른 열대 지방 나라들 역시 이 모기퇴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모기 퇴치 프로그램이 환영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 Pixabay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시에서는 1200만 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콜롬비아의 메데인 시에서는 200만 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호주 타운즈빌에서와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타운즈빌처럼 성공을 거두고 있는 나라는 유고슬라비아와 인도네시아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시민들 사이에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유포되면서 성과가 늦어지고 있는 중이다.

모나시 대학의 오닐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유전자변형(GM)과는 방법이 다른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일반 대중의 지나친 두려움을 자제해줄 것”을 충고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환영을 받는 것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타운즈빌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수행하는데 개인당 13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리오데자네이루의 경우 개인당 4달러를 지출하고 있는데, 오닐 교수는 앞으로 해당 비용을 1달러로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강봉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82%98%ec%81%9c-%eb%aa%a8%ea%b8%b0%ea%b0%80-%ec%82%ac%eb%9d%bc%ec%a7%80%ea%b8%b0-%ec%8b%9c%ec%9e%91%ed%96%88%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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