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환경에 생존 적응중
기술의 발달로 우주여행에 대한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 일반인이 우주왕복선을 타고 지구 궤도를 돌거나, 수학여행 다녀오듯 달에까지 가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어느 여행이나 그렇듯 우주여행 역시 건강이 중요하다. 일반 우주여행객들도 우주여행의 위험성을 극복할 수 있는 신체 건강한 이들이 선발되고 적응 훈련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우주비행선이나 우주정거장에서 변이된 박테리아에 의해 예상치 못한 병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다행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주공간에서 이런 병독성 변이 박테리아에 의한 위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유즈 우주선과 분리된 뒤 Expedition 56 승무원들이 촬영한 국제우주정거장(ISS) 모습. ⓒ NASA/ Roscosmos
국제우주정거장에 미생물 수천 종 서식
국제우주정거장(ISS)에는 지구상에서 묻어 올라간 수많은 미생물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우주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별도의 대책이 없지만,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팀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국제우주정거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들은 엄혹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위험하거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박테리아로 변이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ISS에서 박테리아를 분리해 분석한 결과 지구상에 사는 동류 박테리아와는 일부 다른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유전자들은 박테리아가 인체 건강에 해를 입히도록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대신 이 박테리아들은 단순히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응하고, 아마도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이끈 노스웨스턴대 공대 에리카 하트먼(Erica Hartmann) 조교수(환경공학)는 “우주공간에는 방사선과 미세 중력, 환기 부족 등 박테리아를 포함해 살아있는 유기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것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가혹한 조건들이다. 그런데 슈퍼박테리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환경은 슈퍼박테리아를 선택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은 ‘아니오’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미생물학회 기관지 ‘엠시스템스’(mSystems) 8일자에 게재됐다.
로봇 장비를 작동하고 있는 스페이스 셔틀 STS-122 미션 전문가들 모습. ⓒ NASA
우주 밀폐 환경이 미생물에 끼치는 영향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는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밀폐된 환경에서 미생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하트먼 교수는 “우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창문을 열거나 외부로 산책을 나가거나 환기를 시킬 수 없는 작은 캡슐에 갇혀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이런 환경이 미생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우주비행사나 화물에 묻어서 함께 우주로 나간 수천 종류의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미국 국립생물기술정보센터(The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분리한 이들 수많은 박테리아의 유전체 분석을 포함해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운용하고 있다.
하트먼 교수팀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과 세레우스균(Bacillus cereus) 균주를 지구상의 같은 균주들과 비교했다.
흔히 인체 피부에서 발견되는 황색포도상구균은 다루기가 까다로운 항생제 내성균(MRSA) 균주를 포함하고 있다. 반면 토양에서 사는 세레우스 균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하트먼 교수는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매우 행복하게 지낸다”며, “피부는 따뜻할 뿐 아니라 박테리아가 정말로 좋아하는 특정 기름기와 유기화학물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테리아를 다른 곳에 떨어뜨리면 이 균들은 매우 색다른 환경에 처했음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건물의 표면은 차갑고 황량한데 이런 환경은 어떤 박테리아들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건물 표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하기 위해 유리한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가 선택되거나 변이된다.
이 유전자들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도록 돕기 때문에 가혹한 환경에서도 먹고, 자라고,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장기 우주여행 및 화성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로는 스페이스X가 첫 손으로 꼽힌다. 사진은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발사체에서 지구를 배경으로 스타맨 마네킹을 촬영한 모습. ⓒ SpaceX
논문 제1저자인 하트먼 교수실의 라이언 블라우스타인(Ryan Blaustein) 박사과정 연구원은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박테리아들은 질병을 일으키기 위해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정거장의 박테리아에게서 항생제 내성이나 병독성에 관한 어떤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우주여행자 건강, 엄격 체크해야
이것은 우주비행사나 앞으로 우주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하트먼 교수와 블라우스타인 박사는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우주정거장이나 우주 왕복선에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하트먼 교수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미생물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비행사는 대단히 건강한 사람들인데, 우주여행을 우주비행사 기준에 못 미치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떤 병에 걸린 사람을 우주공간의 폐쇄된 곳에 집어넣으면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고, 이는 마치 비행기 안에서 누군가가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경우와 같다는 것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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