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연구원 발간, 지난 여름 폭염 등 예측
블랙스완(Black Swan). 예외적이고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재난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를 가리키는 용어다. 지진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여겼던 한반도에서 경주와 포항 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지진으로 전 국민이 충격을 받은 것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첨단기술이 등장하게 되면 재난도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자연재난과 함께 산업재난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인들은 이 같은 블랙스완이 또 언제 나타날 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이런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생했다. 재난이 닥치기 전에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를 탐색하여 이를 시나리오 형태로 도출하고, 재난이 닥친 후에는 준비한 시나리오별로 대처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다.
Future Safety Issue 발간 내역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이 같은 설립목적의 일환으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언제 발생할 지 모를 재난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보고서를 비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는데, 바로 ‘미래안전 이슈(Future Safety Issue)’ 시리즈다.
자연재난 및 산업재난 발생 시 대응 시나리오 마련
Future Safety Issue 시리즈는 뉴스 및 온라인에서 수집한 재난안전 분야의 빅데이터를 ‘R-Scanner’라는 시스템을 통해 분석한다. R-Scanner는 빅데이터에서 재난 및 안전 분야 정보를 탐색하여 이를 재해석할 수 있는 형태로 재가공하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다.
물론 컴퓨터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리즈에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확보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통찰력 있는 시사점까지 담겨있다. 이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미래에 발생할 재난들에 대한 대처방안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
Future Safety Issue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10호가 발간됐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일어난 자연재난을 비롯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대형사고 등이 시의적절하게 편성되어 있다.
미세먼지와 만성질병의 상관관계를 시각적으로 제공하여 이해를 돕도록 작성되어 있다.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대표적인 자연재해 사례는 제2호에서 다뤄진 ‘한 달간의 폭염지옥’이다. 지난 2014년에 발간된 이 보고서에는 최악의 폭염사례가 미래에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실제로 이와 유사한 상황이 지난해 여름에 나타나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발간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온열질환에 따른 인적피해 뿐 아니라 시도간의 물 갈등 그리고 헌혈수급 대란 등 사회전반에 대한 혼란을 상황별 시나리오로 예상하면서 대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국경을 넘는 재난’이라는 주제로 2년 전에 발간된 제5호도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번 터지면 국경이란 경계는 무용지물이 되다시피하는 화산과 감염병에 대해 다룬 보고서였는데,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문에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발간된 제9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미세먼지 문제를 다루고 있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 보고서에는 미세먼지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그리고 입자개수가 많을수록 위험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시간이 갈수록 입자 크기가 작아지고 개수도 많아지게 되는 만큼, 미래의 미세먼지 위험도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일년에 3회 정도로 비정기적 발간
자연재난과 함께 Future Safety Issue가 주로 다루고 있는 분야는 첨단기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난들이다.
제8호의 주제인 ‘인공지능의 활용과 위험사회’에서는 인공지능(AI)의 오남용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와 빈부격차의 심화, 그리고 언론의 조작과 통제 및 인간존엄성 약화 등 멀지 않은 미래에 겪을 부작용을 언급하고 있다.
단적으로는 ‘인공지능 선생님’과 ‘인공지능 대통령’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고, ‘부(富)의 영생’이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도 예견하고 있다.
가장 최근 발간된 제10호에서는 ‘올스톱! 국가전력기능 마비’가 주제로서 초연결사회에서 국가기반시설이 마비되었을 때를 가정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대정전이 발생했을 경우 혈액수급 중단과 통신망의 마비, 그리고 사회혼란에 따른 국가기능마비 등을 시각적인 인포그래픽 등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역정전 시 일어날 시간별 시나리오 ⓒ 재난안전연구원
다음은 Future Safety Issue 발간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안전연구실의 백승지 연구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마치 무크(mook)형태의 잡지처럼 비정기적으로 발간되고 있는데 Future Safety Issue 발간과 관련하여 향후계획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향후 연간 2~3회 새로운 시나리오에 기반한 Future Safety Issue 발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래에 발생가능한 선구적인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미래재난 대비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부각시키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보고서를 읽어 보니 일반인들도 알아야 할 내용이 굉장히 많다. 너무 좋은 내용임에도 열독률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혹시 스마트폰 등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지?
아직은 모바일에서 볼 수 있는 방향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재난연구원의 자체 앱도 없는 상황이어서 Future Safety Issue를 스마트폰에서 열람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단행본으로 엮어서 관련 기관에 배포하여 관계자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책자는 계속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 시리즈 전체를 다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누리집의 홍보마당 메뉴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링크)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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