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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Jan 11. 2019

지구와 닮은 외계행성은 얼마나 될까?

과학기술 넘나들기 (95)

우주와 관련된 SF 영화 중에는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거나, ‘인류가 떠난 이후의 지구’를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다. SF 중에서 하나의 장르를 형성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윌 스미스와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가 함께 출연했던 영화 ‘애프터 어스(After earth; 2013)’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인류가 떠난 이후 황폐해진 지구를 묘사한 영화 애프터 어스의 포스터 ⓒ 월트디즈니스튜디오코리아(주)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서기 3072년이라는 먼 미래다. 이때의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노바 프라임’이라는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한 상태다. 인류가 더 이상 살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오염됐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인류가 이주한 시기는 서기 2070년경으로, 현재와 그리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국내에서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역시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비교적 최근의 영화로서는,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패신저스(Passengers; 2016)’를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새로운 개척 행성을 향해 5천 여 명의 승객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데, 우주선을 타고 120년을 여행하는 동안 인공 동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이처럼 ‘지구와 거의 똑같은 환경을 지닌 행성’은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일 뿐 아니라, 실제로도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인간이 이주하여 생존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산소를 대거 포함한 공기와 풍부한 물이 가장 중요하다. 아쉽게도 태양계 내에는 이런 곳이 없다.

물론 태양계 내에도 생명체 존재 여부 등으로 관심을 모으는 곳은 있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그리고 화성 등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작은 미생물 수준의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밝혀내려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물은 있을지 몰라도 대기 중에 인간이 호흡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산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람처럼 지적인 고등동물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나, 인류가 대거 이주해서 살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갖춘 태양계 밖의 행성, 즉 외계행성들을 찾는 작업들을 해 왔고, 그 후보들을 이미 목록에 올려놓은 상태이다.

물론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산소와 물이 충분히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조건 등을 감안하여 외계행성의 환경을 추측하고 있다.

외계행성 자체, 즉 태양계 밖의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다른 행성들은 이미 많이 발견이 된 바 있다.

그중 일부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추어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는데, 이를 ‘골디락스(Goldilocks)’ 행성이라 부른다.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소녀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물가상승은 거의 없는 이상적인 경제 상태’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골디락스 행성의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물이 있어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이 지구를 비추는 태양처럼 항성의 빛을 꾸준하게 받되, 너무 가깝거나 멀어서는 안 되는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지역을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이라 한다.

이처럼 항성으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있어서 기온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지 않으면 생명체가 살 수도 있을 것이므로,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구를 닮은 행성으로 한때 거론되었던 글리제581c의 가상적인 모습 ⓒ GNU Free 


외계행성은 1990년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발견되어 왔는데, 특히 지구와 유사한 외계행성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2007년에 ‘글리제(Gliese)581c’가 발견된 이후부터다.


이 행성은 적색왜성인 글리제 581을 공전하는 행성 중의 하나인데, 천칭자리에 있어서 지구로부터 20광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인데다, 암석과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어 생명체 가능성 여부 등으로 한때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항성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데다, 온실효과 등으로 생명체가 살기에는 지나치게 뜨거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골디락스 행성 후보에서 멀어졌다. 이후 그보다는 약간 떨어져있는 다른 행성에 학자들의 관심이 더 집중됐다.

그러나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이상적인 ‘슈퍼 지구’라던 이른바 글리제581g 등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짜 행성으로서 관측 착오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가중되었다.

수많은 외계행성을 찾아낸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발사 전 모습 ⓒ Wikipedia 


그 후 2009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사되면서 골디락스 행성 찾기가 본격화 됐다.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외계행성들을 찾기 위해 우주로 발사된 이 망원경은 약 9년 동안 수 십 만개의 항성과 외계행성 2600여 개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는 연료가 고갈되어 임무를 완전히 마치고 퇴역하였다.

물론 케플러 망원경이 발견한 외계행성이 모두 골디락스 영역의 행성은 아니다. 다만 그중 일부는 지구와 환경이 매우 유사해 생물체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구와 매우 유사하여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는 케플러452b의 가상적인 모습 ⓒ Wikipedia 


특히 주목받은 것이 2015년 7월에 발견된 케플러-452b다.


이는 지구에서 1,400광년 거리에 있는 행성인데, 지름은 지구의 약 1.6배이며 공전 주기가 385일로 지구와 매우 유사하여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 행성계의 항성인 케플러-452 역시 크기와 온도, 밝기 등이 태양과 비슷할 것이라 추측되었다.

2018년 4월에는 케플러 우주망원경보다 400배 높은 탐색 성능을 갖춘 외계행성 탐색 위성 테스(TESS;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발사되어 벌써 외계행성 3개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2018년 4월에 발사된 TESS 우주망원경의 상상도 ⓒ NASA 


천문학자들은 현재 은하계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을 정도의 골디락스 행성이 최소 2억 개 이상 존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즉 이들 중 일부에 ‘산소를 포함한 대기와 물’이 충분히 있어서 미래의 인류가 이주할 수 있을 수준의 환경을 갖추었다고 해도, 외계행성들은 모두 너무 먼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글리제 581c만 해도, 빛의 속도로 20년을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는 우주의 스케일로 보면 지구로부터는 ‘무척 가까운 거리’에 해당하지만, 현 수준의 우주선 속도로 가기에는 수 십 만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수백, 수천 광년 떨어져 있는 다른 외계행성들은 우주선으로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연구가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SETI) 등과 관련해서도 골디락스 외계행성들에 대한 탐구는 지속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a7%80%ea%b5%ac%ec%99%80-%eb%8b%ae%ec%9d%80-%ec%99%b8%ea%b3%84%ed%96%89%ec%84%b1%ec%9d%80-%ec%96%bc%eb%a7%88%eb%82%98-%eb%90%a0%ea%b9%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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