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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Oct 02. 2023

승용차에서 차박 하기

뉴질랜드 로드트립-해밀턴,타우포

 이사를 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이사는 특히나 힘들고 특별했어. 집에서 집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집에서 차로 이사했거든. 어마어마하게 비싼 뉴질랜드의 집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 모든 짐을 빼고 완전히 집을 나왔어. 보통 이럴  캠핑카를 구해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무슨 배짱인지 가지고 있던 승용차에서 되는대로 살기로 했어.


 짐이 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승용차에 모든 것을 밀어 넣다 보니 적지 않은 양이었어. 옷을 꽤 버렸는데도 트렁크 공간만으로는 택도 없어서 뒷좌석 가득 짐을 쌓았어. 하루에도 여러 번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뉴질랜드에서는 털후드부터 수영복까지 사계절 옷이 모두 필요하거든. 줄이고 줄인 옷가지, 수건, 침낭, 냄비, 음식. 더 이상은 버릴 것이 없으니 일단 출발이야.



 우리는 해밀턴을 거쳐서 타우포로 향했어. 오후의 햇살을 받아서 해밀턴 호수가 반짝거릴 때부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더라고. 호수 주변에는 놀이터가 있었는데, 에버랜드인가 싶을 만큼 놀이기구가 다양했어. 민망함을 무릅쓰고 꼬맹이들 틈에서 기어이 미끄럼틀을 탔지. 놀이터 옆에 앉아서 지켜보는 엄마들도 내 또래일 텐데, 엄마가 되면 더 이상 이런 것들을 타고 싶지 않아지는 걸까? 진심으로 궁금해졌어.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쉬웠지만 해가 떠있을 때 마저 운전해야 해서 서둘러 이동했어.


 타우포 호수는 해밀턴 호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아주 커다래. 그 끝이 보이지 않아서 정말로 바다 같았어. 호수인데도 파도가 밀려오더라니까. 저녁 노을 아래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닮은 호수가 예뻐서 여러 번 소리를 질렀어. 하지만 해가 다 지기도 전에 무거운 먹구름에 뒤덮여 호수가 점점 어두워졌어. 캠핑장에서 뷰가 좋은 자리를 받았는데, 호수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금세 새까매지더라고. 당연히 별도 달도 안 보였어.



 별빛을 덮고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는 낭만적인 차박이 물 건너가니 기분이 가라앉았어. 여행에서는 역시 날씨가 가장 중요한가 봐. 더 이상 할 것도 없어졌으니 비바람이 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했어. 피곤했는지 금방 잠들긴 했지만, 새벽에는 추워서 몇 번이나 깨어났어. 깰 때마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비를 뚫고 다녀올 자신이 없어서 자꾸만 참게 되더라고. 그러다가 아침이 밝았어. 그래서 승용차에서 차박을 한 첫 경험이 어땠냐고?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그날 저녁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았다면 답이 되었을까?


오늘의 과학
 타우포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거대한 "칼데라 호수"입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마그마가 있던 땅 속 공간이 비게 되지요. 화산 폭발 후에 지반이 무너지면서 함몰된 지형을 "칼데라"라고 합니다. 여기에 물이 고인 것이 칼데라 호수지요. 2만 5천년 전쯤 뉴질랜드 북섬 타우포에서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화산 폭발이 있었습니다. 그 후 지반이 무너지면서 지름이 40km 정도 되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답니다. 타우포 호수 아래는 여전히 마그마가 끓고 있는 활화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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