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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Oct 15. 2023

1년에 봄이 두 번

뉴질랜드 로드트립 -왕가누이

 외국으로 떠나면 새로운 날씨를 만나기 마련이야. 한겨울에 따뜻한 동남아시아로 간다거나, 한여름에 서늘한 북유럽으로  수도 있겠지. 그래서 뉴질랜드에 와서도 단순히 날씨가 다르다고만 생각했지, 남반구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진 못 했어. 10월의 봄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러니까, 올해 4월에 한국에서 벚꽃 축제를 실컷 구경했는데, 10월에 뉴질랜드에서 다시 벚꽃을 만난 거야.


 뉴질랜드도 우리나라처럼 중위도에 위치해 있어서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야. 다만 북반구와는 반대로 계절이 돌아가는 거지. 7-8월이 가장 추운 겨울이고, 10월이 되면 날씨가 풀리면서 꽃망울이 터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벚꽃이 핀다니 믿어져? 산타 장식이 진열되어 있는 기념품 상점 밖으로 만개한 벚꽃이 보이는 건 너무나 생소한 조합이었어.


 뉴질랜드의 벚꽃은 여기 왕가누이에서 처음 봤어. 오클랜드에서 로드 트립을 시작할 때는 꽃이 피기 전이었거든. 여기도 스쳐 지나가는 봄이 짧은 건 우리나라랑 똑같아서, 다들 봄꽃이 피는 찰나를 기다리더라고. 그 틈에 오클랜드의 벚꽃 명소를 몇 군데 듣긴 했는데,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다가 지역을 이동했어. 이동 중에 경유한 곳 중 하나가 왕가누이야. 짧게 들르려 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예정에 없이 며칠 머무르다가 해가 뜬 어느 날 벚꽃을 만난 거야.



 봄기운이 완연해서 그런지 해변 놀이터에도 사람들이 가득했어. 왕가누이 놀이터에는, 다른 모든 지역에서 본 것을 통틀어 가장 기다란 "탈 것"이 있었어. 그네만큼 흔한 놀이기구인데,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지도 모르겠어. 줄에 매달려서 경사로를 내려가는 " "인데, 아무튼 그 경사로가 아주 길었다는 거야. 그네보다 훨씬 재미있기 때문에 이 기구 근처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북적여.


 어느 동네에서든 인기가 대단하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차마 타보못하고 지나쳤는데, 왕가누이에서는 워낙 긴 경사로가 눈에 띄길래 근처에 서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골목대장처럼 보이는 여자 아이가 아주 대단하더라고. 연달아 타겠다고 떼쓰는 꼬맹이들을 진정시키면서 순서를 조율하고, 안전 지도까지 해주더라니까. 심지어 나에게도 타보겠냐고 권하고 내 순번까지 정해줘서, 늘 궁금했던  "탈 것"을 타보는 소원을 이뤘어.


 덕분에 봄 냄새 가득한 왕가누이에서 가슴이 몽글해졌어. 뭐랄까, 90년대의 어느 봄날로 돌아간 것 같았거든. 놀이터에 있는 아무 어린이들과 그날의 친구가 되어서 나름의 규칙을 만들며 놀이를 하던 시절 말이야.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놀이터보다 키즈카페가 인기를 끌고, 보호자가 근처에 있다간간이 개입을 하는 것 같아. 아이들끼리 왁자지껄하게 지지고 볶는 그 옛날의 놀이터는 못 본 지 꽤 됐거든. 그래서 왕가누이 놀이터에서 맞이한 봄이 더욱 특별했어. 1년에 두 번이나 찾아온 봄. 계절을 오가고 시대를 오고 간 특별한 순간이었어.



오늘의 과학
 지구는 똑바로 서 있지 않고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채로 자전과 공전을 합니다. 옆으로 팔을 든 채로 난로 주위를 돈다고 상상해 봅시다. 난로가 내 오른쪽에 있을 때는 오른손이 뜨거워지고 왼손은 차갑습니다. 반대로 난로가 내 왼쪽에 있을 때는 왼손이 뜨거워지고 오른손은 차가워집니다. 지구의 북극이 오른손, 지구의 남극이 왼손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북반구와 남반구의 계절이 반대인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양팔을 수평하게 옆으로 들지 않고, 오른팔을 위쪽으로 비스듬히 올리고 왼팔을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내리면, 지구의 모습과 더 비슷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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