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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Dec 31. 2021

라오스로 가는 길

feat. 지속 가능한 발전


 어디로든, 언제든, 누구와 함께든 상관하지 않고 일단 떠나는 것에 방점을 두던 때였다. 태국 여행을 함께 하겠느냐는 Y의 제안에 별생각 없이 태국행 왕복 티켓을 끊어버렸다. 막상 함께 지내보니 Y는 동행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여행자였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을 본 Y가 라오스에 꼭 가야겠다는 말을 던진 채 몇 날 며칠을 흘려보내면 답답해진 내가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식이었다. 항공편을 뒤지는 나를 지켜보며 Y는 비행기가 아닌 야간열차를 타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고, 열차 시간과 좌석 등급을 알아보고 예매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은 다시 내 몫이었다. 정작 나는 꽃보다 청춘을 본 적도 없었고 라오스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Y와 미묘하게 어긋난 상태로 태국 여행이 희미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예상치 못했던 순간, 그러니까 태국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는 야간열차에서부터 기억의 조각이 선명해진다. 기차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승무원이 의자를 침대 형태로 바꿔준다. 2층 침대로 변신한 좌석에 흰 침대보가 씌워지고 이불과 베개까지 놓이면 작은 등과 커튼이 딸린 침실이 완성된다. 시골 마을 사이를 느리게 이동하며 덜컹거리는 기차 안은 침실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아늑했다. Y와 함께였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 장점이 분명다.


 Y와 나는 성향이 달랐기 때문에 라오스에서도 감정선이 어긋날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딱 잘라 표현하기 힘든 어떤 것들을 공유한 순간들도 있었다. 어설픈 자전거를 타고 자갈밭 사이를 달려 방비엥의 블루라군으로 향할 때 불이 나던 엉덩이, 이미 해가 떨어져 아무도 없던 새까만 블루라군에서의 다이빙, 툭툭이에 자전거까지 싣고 밤길을 달리는 동안 눈앞을 가리던 흙먼지,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향하는 구불거리는 산길에서 멀미를 할 수밖에 없던 낡은 봉고......


 매연으로 가득한 라오스 비엔티엔의 거리에서 여벌의 옷으로 코와 입을 대충 가린 채 걷는 동안 매캐한 연기 사이로 쌉쌀한 우정이 밀려들어왔다.





 라오스의 도심은 공기질이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 여행객을 위한 차량이 유독 많았고, 대부분의 차량은 사용기한을 훨씬 넘긴 상태로 외국에서 들여온 것들로 보였다. 한글이 쓰여 있는 버스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는데 마냥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꾸준히 가르친다. 미래 세대의 필요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 쉽게 말하자면 자원의 고갈이나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발전이다.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류의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주요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오염 물질 배출량을 관리하는 것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 중 하나이다. 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독려하고, 허용 기준을 초과한 오염 물질을 배출할 경우 부과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도 확장되고 있다. 서울의 도로 곳곳에 노후 경유차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공해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는 것처럼 말이다.


 경유나 휘발유와 같은 차량의 연료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공기 중의 질소가 산화되어 질소 산화물이 만들어진다. 질소 산화물은 산성비, 오존, 미세먼지 등을 유발하는 오염 물질 중 하나이다. 경유차는 공기가 많은 상태에서 엔진 작동시키기 때문에 질소 산화물을 더 많이 발생시키며, 이 질소 산화물을 환원시키는 후처리 과정이 복잡하다. 최근 대란이 일어났던 요소수가 바로 질소 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에 설치된 장치에 들어가는 환원제다. 그러나 과거에 만들어진 경유차에는 이 저감 장치조차 없기 때문에 노후 경유차의 등급을 분류하여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환경 문제는 지구 전체 차원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 의정서'와 같은 국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참여에 관한 입장 차이 등으로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과 전기차 충전소를 늘려가는 동안 노후된 공해 차량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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