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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Sep 12. 2018

들국화는 어떤 식물일까?


사군자라고 하는 매란국죽은 춘하추동을 대표하는 식물입니다. 매화는 이른 봄에 피고, 난초는 한여름 깊은 산속에서 진한 향기를 내뿜습니다. 국화는 가을 들판을 화려하게 수놓고, 대나무는 눈 덮인 겨울에도 초록을 간직합니다. 국화의 계절답게 가을은 국화 향기로 가득합니다. 들판에 여러 가지 국화 종류가 피어납니다. 들판에 저절로 피는 국화를 흔히 ‘들국화’라고 하는데 정작 들국화라는 종명을 가진 식물은 없습니다. 우리가 들국화라고 하는 식물은 어떤 식물들일까요?


    

그리움과 기다림의 쑥부쟁이

쑥부쟁이 by 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 KOGL


옛날 대장장이와 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대장장이는 딸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딸은 그런 아버지에게 맛있는 반찬을 해드리기 위해 들에서 쑥을 뜯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딸에게 ‘쑥을 뜯는 대장장이의 딸’이라는 뜻으로 ‘쑥부쟁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던 중 쑥부쟁이는 한양에서 온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청년은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한양으로 떠났지요. 하지만 몇 년을 기다려도 그 청년은 돌아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쑥부쟁이는 들판에 쓰러져 죽고 말았답니다. 쑥부쟁이가 죽은 자리에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그 꽃이 쑥부쟁이가 환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쑥부쟁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쑥부쟁이라는 식물에 내려오는 슬픈 전설입니다. 그래서 그런 가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 또는 ‘기다림’입니다.


쑥부쟁이는 대표적인 들국화입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면 들판에 어김없이 꽃을 피웁니다.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의 특징은 두상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머리 모양의 꽃이라는 뜻인데요, 보통 꽃이 줄기나 가지 끝에 한 송이씩 달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상화는 혀꽃(설상화, 둘레에 길게 나 있는 꽃)과 통꽃(관상화, 가운데 모여 있는 작은 꽃) 두 가지 종류가 모여 큼직한 한 송이의 꽃처럼 보입니다. 그러니까 국화과의 꽃은 여러 개의 꽃들이 모여 머리 모양을 만드는 것이지요.


쑥부쟁이와 비슷한 식물로는 개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등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들국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쑥부쟁이라고 하는 식물이 널리 퍼져 우리 토종 쑥부쟁이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귀화식물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많은 꽃을 피웁니다. 미국쑥부쟁이는 도로변이나 제방 등 생태계의 교란이 있는 곳과 바위가 많은 산기슭 등 척박한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가 되었습니다.


쑥부쟁이의 어원은 사실, 쑥과 부쟁이의 합성어인데 부쟁이는 취나물 종류를 뜻하는 방언 ‘부지깽나물’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구절초



9월 9일은 구절초


가을이 시작되면서 햇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 구절초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구절초는 쑥부쟁이와 함께 대표적인 들국화입니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九節草 또는 九折草라고 쓰는데 음력 9월 9일에 채취하면 약효가 가장 뛰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음력 9월 9일을 중양절이라고 하는데 양기가 겹친 날이라는 뜻입니다. 이때가 구절초가 한창 피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맘때 구절초로 국화전을 부쳐 먹거나 국화차를 달여 마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겨울이 오기 전에 햇볕에 가장 좋은 날 양기를 흠뻑 받으려는 생활의 지혜였다고나 할까요.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쑥부쟁이의 혀꽃(설상화)은 폭이 가늘지만 구절초의 혀꽃은 좀 더 통통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구절초가 음력 9월의 꽃이라면 쑥부쟁이는 음력 8월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쑥부쟁이가 먼저 피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구절초




국화차 하면 산국


대표적인 들국화 중에 산국이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산국은 우리가 흔히 보는 국화와 잎 모양이 가장 비슷하며 노란색 꽃을 피우기 때문에 구별하기도 쉽습니다. 10월 산자락이나 산비탈 등 양지 바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두상화가 작고 국화 향기가 강해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산국과 아주 비슷하지만 두상화가 산국에 비해 1.5배 정도 큰 감국도 흔히 보는 들국화 중 하나입니다. 산국도 국화과의 식물이기 때문에 꽃이 두상화로 피고, 혀꽃과 통꽃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국의 꽃 전체를 따서 말렸다가 차로 달여 마시면 감기에 좋다고 합니다.


산국 by 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 KOGL




들국화는 가을 산과 들에 피는 야생 국화


지금까지 살펴본 쑥부쟁이, 구절초, 산국은 대표적인 들국화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국화의 꽃은 가장자리에 혀꽃, 가운데에 통꽃이 모여 머리 모양(두상화)을 이룹니다. 이런 국화과 식물에는 종류도 많고 어떤 것들은 구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를 통틀어 ‘들국화’라고 하는 것입니다.


왕고들빼기, 참취, 해국 등도 가을 들판을 수놓은 들국화들입니다. 왕고들빼기는 논둑이나 풀밭, 볕이 잘 드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줄기가 높이 자라고 두상화는 혀꽃만 있고 연한 노란색이어서 구별하기 쉽습니다. 참취는 보통 우리가 어린잎을 취나물로 먹기 때문에 밭에 심기도 합니다. 줄기 끝에 두상화가 모여 피고 혀꽃은 흰색이고 통꽃은 노란색입니다. 텃밭에서 길러 잎을 먹고 내버려두면 가을에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해국은 이름에 ‘해’ 자가 들어간 것처럼 바닷가에서 잘 자랍니다. 중남부 해안가와 울릉도와 독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이 강한 바닷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줄기는 높지 않고 혀꽃은 연한 자주색이고 통꽃은 노란색을 띱니다.


좌 - 왕고들빼기 by  Dalgial, CC BY 3.0  중앙 - 참취 by 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 KOGL우 - 해국 by Dalgi



가을하면 또 떠오르는 꽃이 코스모스입니다. 코스모스는 야생에서 자라는 들국화는 아니지만 높은 하늘과 잘 어울리는 가을의 꽃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들판에 들국화가 피면서 가을이 왔음을 알립니다. 공기 좋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들국화와 가을 햇살을 맘껏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긴 겨울이 오기 전에 말이지요.




  

참고 자료

『한국식물생태보감』, 김종원, 자연과생태

위키백과, 쑥부쟁이

위키백과, 구절초

위키백과, 산국

위키백과, 국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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