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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un 21. 2016

여름 절기, 하지

태양이 가장 오랫동안 빛나는 날

하지[Summer Solstice, 夏至]
24절기 중 망종과 소서 사이에 있는 절기로 이 때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6월 21일, 오늘은 하지입니다. 1년 중 태양이 가장 오래 떠 있는 날인데요, 이런 현상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기울어진 자전축을 가진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모습.


지구가 기울어진 채로 자전을 하기 때문에, 1년의 절반은 북반구가 태양에 가깝고 나머지 절반은 남반구가 태양에 가깝게 됩니다. 지구에서 관측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태양이 점점 높이 떴다가, 어느 시점에서 방향을 바꿔서 점점 낮게 뜬다는 것을 의미하죠. 하지의 영어 명칭인 Summer Solstice에서 Solstice는 라틴어 Sol(태양)과 sistere(멈추다)의 합성어인데, 바로 태양이 멈추는 날, 이라는 뜻입니다.


LG사이언스랜드 '자전공전송'으로 지구의 자전과 공전, 태양의 연주운동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자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과학과 기술을 발달시키기 전, 인류는 자연을 두려워하고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먼저 배웠습니다. 지구가 기울어진 자전축을 가지고 있으며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몰라도, 어둡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고, 뜨거운 여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각 계절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날들을 정해 위대한 자연에 때로는 두려움을 표하고, 때로는 감사와 경의를 표하곤 했습니다. 이것이 동양에서는 절기, 서양에서는 축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하지는 어떤 의미를 갖는 날이었을까요?



우리나라의 하지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출처] 열두 달 세시, 절기 '하지'. 국립민속박물관 자료마당 민속이야기(http://www.nfm.go.kr/Data/cSeason_view.nfm?number=6&seq=36)

농경사회에서 적당한 때에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병충해 방제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24절기에 따라 각각의 계절에 해야 할 일들을 정해 두고 있었는데요, 하지는 감자를 수확하고, 모내기를 마무리하는 시기였습니다. 


손모내기 장면, by 조아신 (https://flic.kr/p/hJ5b2j)


벼농사는 논에 물을 얼마나 잘 대느냐에 따라 한 해 성과가 결정됩니다. 하지가 지나면 본격적인 장마가 찾아오는데, 그전까지 모내기를 마무리 해 둬야 모가 장맛비를 맞고 튼튼하게 잘 자랄 수 있었겠지요. 하지가 지나도 장마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by BASFPlantScience, https://flic.kr/p/7YREia

또 하지는 감자를 본격적으로 수확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3월 중순쯤 심은 감자는 6월 하지쯤이 되면 알이 굵어집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감자를 캐야 합니다. 쉽게 썩기 때문에, 가능하면 장마가 오기 전에 얼른 수확해서 그늘에 널어 말려 보관합니다.


멀지도 않은 옛날, 지난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아직 그 해의 수확은 멀었을 때, 그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감자입니다. 고구마, 토란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구황 작물이라고 불리는 고마운 감자입니다.




서양의 하지


기독교 문명이 주류로 자리잡기 이전부터, 서양에서도 하지는 중요한 축제일이었습니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을 축하하기도 하고, 계속해서 점점 길어져왔던 태양이 점차 그 세력을 잃는 날이라 하여 큰 모닥불을 짓고 유령을 쫓는 축제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에서는 하짓날을 굉장히 중요한 명절로 여겼다고 합니다. 하지 전날 저녁인 Midsummer's Eve는 발푸르기스의 밤, 크리스마스 이브, New Year's Eve와 함께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축제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기독교가 서양 문명 전체에 정착되면서 이런 전통은 크리스마스, 이스터 등과 함께 기독교 문화의 하나로 흡수되었는데요, 하지는 세례자 요한 축일(St. John's Day)이라는 이름의 축제일이 되었습니다. 현재도 하지(Summer Solstice 또는 Midsummer)는 여러 나라에서 축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기독교와 이교도의 문화, 히피즘 등이 뒤섞여 뮤직 페스티벌, 카니발, 행진, 파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하지에 스톤헨지 위로 떠오르는 태양


스톤헨지는 그 용도도, 기원도 알려지지 않은 미스테리한 영국의 유적지입니다. 무덤이라는 설도 있고, 고대 종족의 제사 장소라는 설도 있습니다.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특정한 형태로 배치된 거석들이 뿜어내는 신비한 분위기는 사람을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하짓날 새벽, 사람들은 스톤헨지로 모여듭니다. 이 엄청난 유적지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서지요. 평소에는 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이 통제되지만, 이날만은 엄격한 통제에 따른다는 조건 하에 스톤헨지로의 접근이 허용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 뉴욕은 하지를 색다른 방법으로 맞이합니다. 숨 가쁘게 살아가던 뉴요커들에게 잠시 모든 일상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건데요, 매년 하짓날 뉴욕 맨해튼의 타임 스퀘어에서는 하루 종일 무료 요가 클래스가 열립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요가 지도자들과 수련생들은 이 화려한 도시의 한 복판에 모여 매트를 깔고, 일상을 잊고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6월 21일은 국제 요가의 날이기도 합니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하지. 기울어진 지구의 자전축이 가져다준 선물 같은 날입니다. 여러분의 하지는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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