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많은 소리를 듣습니다. 자연에서 나는 소리, 말소리, 음악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자동차 소리 등등. 이런 다양한 소리는 인간의 감정과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좋은 소리도 많지만, 살면서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거나, 우리의 쾌적한 삶을 방해하는 소리도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아마도 수면을 방해하는 밤 중에 들리는 소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 왜 밤중에 소리가 더 잘 들릴까요? 이제부터 그 원인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밤에 소리가 더 잘 들리는 원인을 알아내려면 우선 소리가 전달되는 원리를 알아야 하는데요. 파동의 한 종류인 소리가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입자가 서로 가까이 있을수록 좋습니다. 즉, 기체보단 액체가, 액체보다는 고체가 소리를 전달하기가 좋습니다. 옛날 영화를 보면 기차가 오는 소리를 공기를 통해 전달해 듣는 것보다 기차 레일에 귀를 대고 들음으로써 기차가 오는 것을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또한, 소리는 진행하면서 다양한 물질을 만나면 진행 방향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아스팔트 길을 가다가 모래사장으로 비스듬히 들어간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럼 먼저 모래사장에 빠져서 상대적으로 느린 바퀴 쪽으로 자동차의 진행 방향이 꺾이게 되겠죠? 이처럼 소리의 파동이 진행하다가 다른 환경을 만나 진행 속도가 달라지면 속도가 느린 쪽으로 진행 방향이 꺾이게 되고 이를 ‘파동의 굴절’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대부분 공기를 통해 고막으로 들어오는데 왜 굴절이 일어날까요? 공기 온도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공기가 뜨거울수록 분자운동이 활발해서 진동을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즉,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공기가 있을 때 소리는 속도가 느린 차가운 공기 쪽으로 진행 방향이 휘게 됩니다.
이를 낮과 밤에 적용해 볼까요? 낮에는 태양열 에너지가 지표에 닿아 땅이 따뜻해집니다. 하지만 밤에는 땅이 빠르게 식어서 금방 차가워지죠. 따라서 낮에는 상층부 공기보다 지표면 근처의 공기가 따뜻하지만, 밤에는 상층부 공기보다 지표면의 공기가 차갑습니다. 그러다 보니 낮에는 소리가 위로 휘어서 흩어지고 멀리 전달되지 않지만, 밤에는 소리가 아래로 휘어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지표면으로 다시 돌아와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해도 밤에 나눈 목소리가 더 멀리 잘 들릴 수밖에 없지요.
밤에 소리가 잘 들리고 잠을 자꾸 방해하는 것은 소리의 굴절과 함께 다른 과학적 원리도 함께 숨어있습니다. 바로 ‘신호 대 잡음 비’라고 하는 SNR(Signal Noise Ratio)입니다. 여기서 신호란 우리가 신경을 쓰고 의미를 두는 소리이고, 잡음은 신호를 제외한 다른 소리를 이야기합니다. 이 개념은 우리가 받는 소리 신호의 크기가 주변 잡음의 크기에 비해 얼마나 큰가를 나타내는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듣는 소리 레벨이 잡음 레벨 이하가 되면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됩니다. 아주 조용한 독서실에서는 조용히 말해도 잘 들리는 반면에 활기찬 시장에서는 아주 크게 말해야만 들리는 것처럼요.
우리는 평소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밤보다 낮에 더 다양하고 큰 잡음들을 듣고 있습니다. 실제로 측정 결과에 따르면 도로 주변 주거지역 평균 소음도가 낮에는 68dB, 밤에는 65dB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낮에는 SNR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던 소리마저 밤에는 잡음이 줄어듦으로 SNR이 커져 우리에게 명확하게 인식되게 되는 것입니다. 병원에서도 SNR을 활용한 연구 결과가 있어요. 취침 전 백색소음을 청취한 대상자와 귀마개를 적용한 대상자의 수면의 질을 비교한 실험이었는데요. 어떤 결과나 나왔을까요? 환자에게 조사한 결과 백색소음을 들려주었을 때 환자가 느끼는 수면의 질과 수면시간, 수면 효율이 모두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였습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사람이 소리를 인식하는 것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밤에 왜 소리가 더 잘 들리는지 아시겠지요? 바로 소리의 굴절과 SNR 때문이었습니다. 아파트의 높은 층의 장점은 조망권과 일조권만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활동하는 낮에는 소리가 위로 꺾여서 고층이 더 시끄럽지만, 반대로 잠을 자는 밤에는 아래로 꺾이는 소리로 인해 고층이 조용해지니까요.
※ 참고문헌
[소리의 과학] 밤과 낮, 언제 소리가 더 크게 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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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층수와 소음의 관계(2014), 환경부(2011)
백색소음 적용이 입원환자의 수면에 미치는 효과(2019, 조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