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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an 16. 2020

화성 정복을 실현시켜줄 미래소재, 실리카 에어로젤

화성의 테라포밍 과정 예상도 by Daein Ballard CC BY-SA 3.0 (Wikimedia)


테라포밍(Terraforming)은 지구가 아닌 행성을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는 환경으로 개조하는 일을 말합니다. 특히 화성(Mars)은 인류의 정착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으로 주목받아 왔지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화성 북극의 만년설을 증발시켜 방출된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시나리오를 제안했습니다. 온실효과가 발생하면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이 올라갈 테고 지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화성 극지방에 핵폭탄을 터뜨려 한꺼번에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는 아이디어를 발표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화성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이산화탄소를 다 활용하더라도 지구의 약 7%에 해당하는 대기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인류가 가진 기술로는 붉은 행성 전체를 푸르게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에요.


화성 극지방의 만년설 (NASA): 물과 이산화탄소(CO2)로 구성된 화성 극지방의 만년설






화성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바꾸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실리카 에어로젤로 화성에 거주 가능한 지역을 만드든 방법

화성 전체를 바꾸는 일이 불가능 하다면, 일부분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관점을 바꾸니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하버드, 칼텍, 에든버러 대학 공동연구팀은 ‘실리카 에어로젤(silica aerogel)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화성 내에 광합성이 가능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구역을 만든다는 발상을 네이처 애스트로노미(2019년 10월)에 소개했습니다. 2~3cm 두께의 실리카 에어로젤을 화성의 만년설 지역에 지붕처럼 덮는다는 단순한 계획입니다. 실리카 에어로젤은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처럼 별도의 열원 없이도 지붕 아래쪽 구역의 온도를 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게 되지요. 또 이 반투명한 지붕은 자외선을 막아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생명체에 매우 해로운 자외선 C(UVC)를 99.5%까지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광합성에 필요한 가시광선은 투과시킬 수 있고요. 액체 상태의 물, 이산화탄소, 가시광선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생명체들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산소를 발생시킵니다. 원시 지구에도 산소가 부족했는데,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등장하면서 산소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거든요. 화성에서 남세균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인간이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왜 하필 실리카 에어로젤일까?


냉동 연기(frozen smoke), 푸른 연기(blue smoke)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 에어로젤은 3차원 그물 구조 안에 기체가 채워진 다공성 구조체입니다. 만드는 방법을 알면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왼쪽에 있는 그림처럼 액체 안에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고체 입자가 퍼져 있는 것을 졸(sol)이라고 부릅니다. 젤라틴 가루를 물에 풀어놓은 상태와 같습니다. 졸을 냉각하거나 가열해서 굳히면 입자들이 3차원적으로 연결되어, 고체 안에 액체가 갇힌 젤(겔, gel) 상태가 됩니다. 마치 젤리처럼요. 그릇 안에 있는 젤리를 뒤집어서 꺼내면, 찰랑찰랑 흔들리지만, 그릇에 담겨있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지요? 교차결합으로 형성된 3차원 구조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젤을 특수한 조건에서 건조시켜 액체를 제거합니다. 그러면 다 쓴 방향제처럼 쪼그라들지 않고 형태가 유지된 에어로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리카 에어로젤 개념도


에어로젤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가벼운 고체입니다. 99.8%가 공기로 채워져 있어서, 같은 부피의 공기보다 겨우 3배 정도 무겁지요. 한 부분에만 힘을 가해 누르면 유리처럼 산산이 조각나지만, 누르는 힘이 고르게 분산되어 있으면 자기보다 1000배가 넘게 무거운 물체를 지탱할 수 있습니다. 에어로젤의 구멍 크기는 1~50nm 정도로, 공기 분자의 평균 이동 거리인 (70nm)보다 작습니다. 공기가 에어로젤 내부에서 잘 순환(대류)되지 않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에어로젤 위에 꽃을 올려놓고 그 아래를 직접 가열해도, 꽃이 불타거나 시들지 않지요.


(왼쪽) 에어로젤 위에 꽃을 올려두고, 아래쪽을 직접 가열하는 사진 (NASA), (오른쪽) 2g의 에어로젤에 2.5kg의 벽돌을 올려놓은 사진 (NASA)


에어로젤은 금속산화물이나 탄소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데, 최초의 에어로젤은 실리카(SiO2, 이산화규소)를 이용하여 제조되었습니다. 실리카는 그 자체로도 열전도율이 낮은 물질로, 에어로젤로 만들면 기존에 단열재로 많이 사용되는 유리섬유, 스티로폼, 폴리우레탄 폼보다 3배나 뛰어난 단열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뿐만 아니라 반투명하기 때문에 빛이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투광성 단열재로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하버드 연구팀이 실리카 에어로젤에 주목한 이유도 바로 뛰어난 단열 특성 때문입니다. 실제로 실리카 에어로젤은 역사상 최초로 화성 표면을 돌아다닌 이동식 탐사 차량 소저너(sojourner)의 단열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꿈의 소재


실리카 에어로젤은 1931년에 처음 제작되었지만, 제조하는 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쉽게 깨져서 70년간 우주 항공 분야와 같은 특수한 영역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2003년에서야 한국인 공학자가 세계 최초로 에어로젤 상용화에 성공하여, 제품을 NASA에 공급했지요. 이제는 우주 항공 분야를 넘어 가전제품이나 화장품과 같은 일상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공학적인 노력이 더 필요한 상태예요. 이런 요구에 맞추어 LG화학을 비롯한 기업과 국책 연구소, 대학들이 연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에어로젤은 오늘날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것만큼 21세기에 사용될 것이다.”라는 NASA의 예언이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1] Wordsworth, Robin, L. Kerber, and C. Cockell. "Enabling Martian habitability with silica aerogel via the solid-state greenhouse effect." Nature Astronomy 3, 10 (2019): 898-903.
[2] Mars Terraforming Not Possible Using Present-Day Technology, 
https://mars.nasa.gov/news/8358/mars-terraforming-not-possible-using-present-day-technology/
[3] This Material May Make Human Habitation on Mars Possible,
https://www.smithsonianmag.com/smart-news/material-may-make-human-habitation-mars-possible-180972667/
[4] Aerogels: Thinner, Lighter, Stronger,
https://www.nasa.gov/topics/technology/features/aerogels.html
[5] 전현애, 김순원, 최현철, 김경수, 차세대 에너지절약소재인 에어로겔 및 이를 이용한 단열재 개발 동향
[6] 미래 바꿀 신소재, 에어로젤, 
http://www.gacho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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