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처럼 매일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의 농도는 왜 날마다 다를까요? 겨울철 날씨를 흔히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하다고 해서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파가 찾아올 때는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혹은 ‘보통’ 수준일 때가 많습니다. 반면에 따뜻한 날씨가 찾아올 때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경우가 흔합니다.
이처럼 미세먼지 농도는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려면 안정된 대기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주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역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역전층이 생겼을 때 지표면과 상층면 사이에 공기 순환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높은 곳의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고 지표면의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 공기가 섞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차가운 한파가 불어닥칠 때는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배출되더라도 강풍에 날려 흩어집니다. 같은 양의 미세먼지가 배출되더라도 센 바람이 불수록 미세먼지의 농도는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한반도에 역전층이나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즉, 중국에서 저농도의 미세먼지가 밀려오지만 한반도 지표면에 쌓이면 고농도로 바뀔 수 있습니다.
2019년 12월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윤진호 교수 연구팀은 “기후 위기로 남한 서쪽 지역 풍속이 50년간 감소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갈수록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에 쌓이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은 1958년부터 2018년까지 60년간 2월과 5월 사이 남한 서쪽 지면 부근의 풍속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속 1.5m에서 1.25m로 약 0.25m/s가량의 풍속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해 평균 풍속이 초속 1m를 넘지 않는 사례는 1995년까지는 발견되지 않다가 1996년 이후 6번으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최근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감소하는데도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늘어난 이유로 풍속 감소를 꼽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중국기후센터와 환경감시종합센터가 이번 겨울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수도권 지역의 기상 조건을 분석한 결과,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비나 눈이 적게 내리며 계절풍(강한 북서풍)이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따뜻한 겨울에는 강한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바람이 약하게 불면 그만큼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바람이 약해진 상태에서 중국이 석탄 가동 공장을 늘리면 미세먼지가 평소보다 느리지만 더욱 많이 우리나라에 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평소에는 중국에서 배출한 오염물질이 한국까지 오는데 12~36시간이 걸리지만, 북서풍이 약해지면 48~60시간으로 늘어납니다. 이로 인해 길어진 기간 만큼 더 많은 오염물질을 흡수해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즉,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고농도 미세먼지 일수를 더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기상청은 대기 정체 그 자체도 이상기후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 대류권 상층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인 제트기류를 곧바로 흐르지 못하고 구불구불 흐르게 만듭니다. 이처럼 제트기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블로킹 현상 blocking phenomenon’ 이 발생합니다. 한반도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막아 대기 정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우리나라 동쪽 상공에서 강한 상층 고기압이 만들어지면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만나 합쳐져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안장부: 두 개의 고기압과 두 개의 저기압이 맞닿아 있는 중심 부분의 지역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것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특히 2015년 국립기상과학원은 최근 4년 동안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등급이 ‘나쁨’(일평균 미세먼지 농도 : 121~200㎍/㎥)이었던 고농도 사례에 대한 기상 상황을 유형화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 북부에 기압골이 위치하고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이 위치했다가 이후에 기압골이 통과한 뒤 다시 산둥반도 부근의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입니다(2011년 2월 3~7일, 2013년 3월 7~9일, 2014년 2월 24~27일).
두 번째는 우리나라가 두 개의 고기압과 두 개의 저기압이 맞닿아 있는 중심 부분의 지역인 안장부에 위치한 사례입니다(2012년 1월 18일, 2013년 1월 13일, 2013년 4월 4~5일)입니다. 하나의 고기압에서 하나의 저기압으로 바람이 불고, 다른 고기압에서 또 다른 저기압으로 바람이 불지만 우리나라는 그 가운데 위치해 바람이 없는 무풍지대가 되는 상황입니다.
세 번째는 고기압이 남해상에 있던 경우로 대기가 매우 안정돼 있으며 해상과 내륙 일부에 안개, 박무가 함께 관측된 경우입니다(2011년 3월 31일, 2012년 3월 28일).
마지막으로 발해만에 기압골이 있던 사례입니다(2013년 12월 5일, 2014년 1월 17일).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기상 조건은 다양합니다. 앞으로 여러 유형의 기상 상황별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배출원 추적을 통해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를 산출하는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문헌>
· 김동식, 반기성, 2020, 미세먼지 제로 프로젝트, 프리스마, pp.32-41.
· 김동식, 반기성, 2019, 미세먼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프리스마, pp.137-170.
· 한겨레, 2019, 서쪽 풍속 60년간 감소…“고농도 미세먼지 악화될 것”, 12월 13일
· 동아일보, 2019, 한파 주춤하자 미세먼지 … ‘삼한사미’ 시작됐다, 12월 9일
· JTBC, 2018, 며칠째 한반도 '무풍지대'…미세먼지 더한 중국 스모그, 1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