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우리나라 남성의 3분의 2가량(66.3%)이 담배를 피웠습니다. 2018년에는 3분의 1이 조금 넘는 36.7%가 흡연했습니다. 이처럼 담배를 피우는 인구는 줄고 있지만 여러 암 가운데 폐암의 발병률은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폐암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입니다. 건강검진으로 인한 조기 진단이 이뤄짐에도 폐암 발병 후 5년 내 생존자는 5명 중 1명에 불과합니다.
의학계는 폐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 요인으로 간접흡연을 포함한 모든 흡연을 꼽습니다. 폐암 원인의 약 85%는 흡연입니다. 이러한 흡연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간접흡연의 해가 없는 사회를 조성하자는 의미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5월 31일을 ‘세계금연의 날’로 지정해 건강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때 ‘말보로’의 광고모델로 1992년 7월 5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웨인 맥라렌이 남긴 말입니다. 담배는 합법적인 유해물질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흡연을 위한 목적으로 널리 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흡연자에게 담배의 중독성을 가져오는 물질로 알려진 ‘니코틴’의 어원은 프랑스 발루아 왕가의 외교관이자 언어학자였던 장 니코(Jean Nicot)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의 통북투(Timbuktu)에 대사로 임명됐는데, 거기서 흑인 노예선에 함께 실리던 신기한 식물, 담배를 접합니다. 1560년 니코는 프랑스로 귀국길에 포르투칼에서 담배 씨앗을 가지고 옵니다.
담배는 아메리카 중앙의 서인도제도에서 콜럼버스가 원주민에게 연초법을 배워와 스페인과 포르투칼에 어느 정도 퍼트렸지만 아직 유럽 전역에선 생소한 식물이었습니다. 원래 의학에 관심이 많던 니코는 종기가 난 환자의 얼굴에 담배 이파리를 짓이겨 낸 즙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열흘만에 종기가 사라졌습니다.
그는 담뱃잎이 상처나 화상, 종기에 효능이 있다고 보고 담배의 씨앗을 프랑스에 보급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담배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끽연법이 같이 들어오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담배피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1800년대 유럽에서 콜레라와 흑사병 같은 여러 유행병이 나돌자, 흡연은 전염병을 막아준다는 소문이 퍼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게 되었습니다.
담배를 섭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프랑스인은 담뱃잎을 가루로 만들어 코로 흡입했고, 미국인은 씹는 담배를, 스페인은 궐련을, 영국인은 파이프 담배를 피웠습니다. 이 가운데 크기가 작은 궐련이 인기를 끌면서 담배 제조업자들은 독특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잎 색깔이 짙은 ‘벌리 burley’부터 ‘브라이트 bright’까지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1880년 수작업으로 일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제임스 본색은 한 시간에 담배 12,000개비를 생산하는 자동 지궐련 제조기를 특허로 등록했습니다. 담배는 점차 인류를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했는데, 담배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쟁이 빈번했던 세계사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전쟁의 긴장감을 떨쳐내기 위해 담배를 피웠습니다. 독일을 무대로 구교와 신교가 벌인 30년 전쟁(1618~1648년), 나폴레옹의 이베리아반도 침략에 저항해 에스파냐, 영국, 포르투갈 동맹군이 벌인 반도전쟁(1807~1814년), 영국-프랑스-터키 동맹군과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크림전쟁(1853~1856년),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년),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등에서 담배는 계속 소비됐습니다.
그런데 1606년 스코틀랜드 의사 엘리자 덩컨이 “담배가 매우 유해하고 위험한 것”이므로 그 이름을 “청춘의 멸망”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1622년 네덜란드의 요한 네안더는 담배가 “몸과 마음을 모두 망치는 물건”이라고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되던 담배는 점차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는 식물로 인식이 바뀌어 갑니다. 현재는 흡연과 암, 심혈관 질환, 폐질환 등의 질병과의 역학관계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담배는 개인의 기호품에서 재발하기 쉬우나 반복 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금연은 사망감소 효과가 큰 치료법이지만 본인의 의지만으로 장기간 금연을 이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의사의 금연 권고는 성공률이 10%, 약물과 행동요법을 포함한 금연치료는 30~5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폐암의 위험은 1일 흡연량과 기간에 비례하는데, 비흡연자의 평생 폐암 위험은 1% 이내이지만 심한 흡연자의 평생 위험은 30%에 달합니다. 또 호흡기암의 위험도는 금연과 함께 줄어들어, 흡연했다가 금연하게 된 경우 계속 흡연했을 때보다 사망률이 20~90%로 줄어든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금연이 건강을 증진하고 호흡기 및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이유는 혈액의 응고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심장은 더 적은 부담으로 온몸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심장경색과 심장마비 등의 위험을 줄여줍니다. 또 관상동맥 질환의 발생 후에 금연하면 재발 빈도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임신 전이나 초기 3~4개월 내에 금연하면 임신과 출산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신생아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흡연으로 인해 줄어든 정자의 운동능력, 수정능력도 금연을 통해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한때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던 담배는 오늘날 만병의 근원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47,000명 가량이 담배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흡연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지금 바로 금연을 시작하는 것은 어떠신가요?
<참고문헌>
·김대현, 서영성, 2009, 질병으로서의 흡연, 가정의학회지, 30(7) pp.494-502.
·빌로스 지음, 서종기 옮김, 2011, 식물, 역사를 뒤집다, 예경, pp136-140.
·이현우, 2018, 담배의 유해성분 ‘니코틴’, 원래 사람이름이라고요?, 아시아경제, 4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