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에 대해 19세기까지 알 수 있었던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밝기 정도만 파악하는 것이 최선이었지요. 하지만 분광기가 손에 들어오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분광기로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별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지요.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는 별과 태양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적외선 분광장치나 마이크로파 분광장치까지 동원되면서 별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들의 운동 상태도 알 수 있고 그런 원소를 포함하는 천체가 팽창하고 수축하는 등의 상황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수억 광년 이상 떨어진 별의 구성요소와 운동을 스펙트럼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별의 성분, 원소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해 준 분광기는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스펙트럼 연구의 시작점에서부터 분광학 발전까지 소개합니다.
프리즘은 고대 로마제국의 문서에서도 언급될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되었는데 17세기 아이작 뉴턴에 와서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뉴턴 이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빛에는 색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색은 물체가 가진 고유한 성질이라고 여겼지요.
하지만, 뉴턴은 프리즘을 이용하여 백색광에서 일곱 색깔 무지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프리즘을 이용해 이 일곱 색깔의 무지개가 하나의 백색광으로 합쳐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지요. 백색광이 사실은 여러 색이 합쳐진 결과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뉴턴은 또 무지개를 일곱 색깔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원래 무지개의 색은 대다수 사람에게 다섯 가지 정도가 또렷하게 구분이 됩니다. 서양이나 동양 모두 마찬가지죠. 하지만 뉴턴은 음악이 “도레미파솔라시”의 일곱 음계가 있는 것처럼 색도 일곱 가지여야 된다고 생각해서 주황과 남색을 추가해서 일곱 색깔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단색광을 여러 색의 빛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것을 스펙트럼이라고 한 것도 뉴턴이지요.
그리고 이런 실험의 결과들을 정리하여 “광학”이라는 책을 펴냅니다. 이 책에서 뉴턴은 빛은 여러 색깔의 입자가 모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입자가 너무 작아 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지요. 뉴턴이 광학을 펴낸 이후 과학계에서는 빛이 입자라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이중 슬릿 실험 : S1의 슬릿 a를 통해 들어온 빛이 S2의 슬릿 b와 c를 통과한 뒤 F의 스크린에 닿을 때 간섭무늬를 만든다. 상쇄간섭에 의한 검은 부분과 보강간섭에 의한 밝은 부분이 번갈아 나타남을 F 후면의 무늬가 보여준다. 이미지 by Stannered CC BY-SA 3.0(Wikimedia)
하지만 과학계에는 여전히 빛이 파동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 토머스 영이 빛의 파동성을 입증하는 역사적인 실험을 합니다. 보통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이라고 합니다.
그림처럼 앞에 하나의 슬릿을 놓고 그 뒤에 간격이 아주 좁은 두 개의 슬릿을 설치합니다. 빛은 앞쪽의 슬릿을 통과하면서 살짝 분산되었다가 다시 두 개의 슬릿을 통과합니다. 그 이후에 뒤쪽의 스크린에 상을 맺게 되지요. 빛이 만약 입자라면 가운데가 밝고 양쪽 끝으로 갈수록 어두운 상을 맺게 될 것인데 실제 실험 결과는 달랐습니다. 어둡고 밝은 무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되풀이되는 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파동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인 간섭현상 때문입니다. 즉 반대의 위상을 가진 파동이 서로 섞이면 진폭이 서로의 차이만큼 줄어들고(상쇄간섭), 같은 위상을 가진 파동이 섞이면 서로의 합만큼 진폭이 늘어나는(보강간섭) 현상입니다. 이 결과, 두 슬릿을 통과한 빛이 거리차에 따라 보강간섭과 상쇄간섭을 되풀이하는 모습이 상에 나타나는 것이지요.
토머스 영의 실험 이후 빛은 다시 파동이라는 생각이 과학계의 주류를 이룹니다. 그리고 19세기 초 프리즘에서 발전한 분광기의 성능이 크게 개선이 됩니다. 분광기를 사용하여 연속인 줄 알았던 햇빛의 스펙트럼 중간에 검은 선들이 수백 개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프라운호퍼(Joseph von Fraunhofer)는 향상된 분광기로 햇빛에서 관찰되는 검은 선들의 상대적 위치가 일정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비율을 대단히 정확하게 측정하지요. 하지만 그 검은 선들의 정체가 뭔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프라운호퍼의 발견에 고무된 과학자들은 다른 빛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중 키르히호프와 분젠은 햇빛이 아닌 금속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습니다. 금속을 불꽃에 넣은 뒤, 그 불꽃에 빛을 통과시키면 스펙트럼에 검은 선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또 금속을 넣은 불꽃에서 나오는 빛에선 반대로 검은 선이 생긴 곳에서만 밝은 선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를 통해 키르히호프와 분젠은 금속의 종류에 따라 각기 흡수하거나(흡수 선스펙트럼) 방출하는(방출 선스펙트럼) 빛의 파장이 같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왜 원소들마다 서로 다른 선스펙트럼을 가지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는 새로운 분자를 발견하는 붐이 일어납니다. 모두 선스펙트럼 덕분이지요. 기존에 알고 있던 원소의 스펙트럼이 모두 정리되고, 새로운 종류의 광물이 발견되면 분광기로 스펙트럼을 조사합니다. 기존 스펙트럼과 다른 스펙트럼 선이 발견되면, 새로운 원소가 발견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하여, 광물을 분리하여 새로운 원소의 실체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방법으로 이전보다 훨씬 신속하게 새 원소를 많이 발견하였습니다.
1861년 분젠과 키르히호프가 이 방법을 이용해 루비듐을 발견합니다. 루비와 같은 붉은 색 계통의 선 스펙트럼을 낸다고 루비듐이란 이름이 붙었지요. 1863년에는 인듐이 발견됩니다. 푸른색 영역에 선이 그려졌기 때문에 푸르다는 뜻의 인디고에서 원소 이름을 땄습니다. 태양에서 오는 빛의 선 스펙트럼을 통해선 헬륨을 발견합니다. 아르곤 기체도 이런 과정을 통해 발견됩니다.
20세기 초반 눈부시게 발전한 양자역학이 드디어 선스펙트럼의 비밀을 풀었습니다. 입자들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에너지 준위)는 특정한 양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진 에너지가 적은 상태(바닥상태)의 입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들뜬상태)가 될 때 외부로부터 흡수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이 정해지는 것입니다. 이때 입자들이 흡수한 빛 파장 부분이 검은 띠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바닥상태와 들뜬상태의 에너지 차이가 입자마다 다 달라서 서로 다른 파장에서 검은 띠가 그려지게 됩니다.
반대로 들뜬상태에서 바닥상태로 내려갈 때는 입자들이 빛을 내는데 이때 내놓는 파장이 바닥상태에서 흡수한 파장과 동일합니다. 그래서 흡수할 때의 검은 띠와 방출할 때의 밝은 띠가 같은 곳에 그려지게 되는 것이지요.
연구는 원자가 흡수하고 내놓는 전자기파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루어졌고, 원자가 결합된 분자에 관한 연구가 뒤이어 진행되었습니다. 분자들은 진동과 회전 에너지 상태값이 있는데 이 에너지 상태값이 분자 구조에 의해 결정됩니다. 에너지 상태 변화는 그 폭이 작아서 파장이 아주 긴 전자기파인 적외선이나 마이크로파 영역에 해당됩니다. 또한, 분자들마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분자들마다 내놓는 적외선이나 마이크로파가 다 다릅니다.
스펙트럼 분석의 범위가 이렇듯 적외선과 마이크로파로 넓어지면서 분광학의 범위도 넓어지고 활용도도 더 커집니다. 이제 분광 분석으로 분자들의 종류와 그 농도도 알 수 있게 되고 분자의 구조도 알 수 있지요. 병원에서 많이들 이용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도 신체 내의 물분자의 핵자기공명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신체의 이상을 찾는 장치입니다.
즉, 분광학은 신체 내부 진단에서 우주 관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응용, 적용되었고,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로 확장되리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