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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un 03. 2020

디스플레이 용어도 모르고
TV 사면 손해!

사람이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의 약 80%는 눈을 통해 얻어집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 장치는 정보 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생활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지요. 언제 어디서든, 더 크고 더 생생하게 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따라 디스플레이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해왔습니다. 최근에는 OLED, QLED, micro LED가 꿈의 디스플레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전문 용어를 전면으로 앞세워 광고하고 있지요. 그러나 소비자로서는 이런 용어들이 다소 낯설고 어렵기만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OLED와 QLED의 정확한 개념과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액정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모든 논란의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액정 디스플레이(LCD, Liquid Crystal Display)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가늘고 긴 막대 모양을 갖는 액정(Liquid Crystal)은 액체처럼 흘러서 움직일 수 있고, 고체처럼 규칙적인 배열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 액정의 배열 방향을 바꾸면, 빛을 통과시킬 수도 차단할 수도 있지요. 마치 블라인드가 햇빛을 막거나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처럼요. 액정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서, 액정 디스플레이에는 광원(光源)이 필요합니다. 액정 뒤쪽에 배치하기 때문에 후면광(백라이트 backlight)라 부르는데, 이 백라이트가 바로 태양과 같은 역할을 하지요. 초기의 LCD는 냉음극관(CCFL) 방식의 백라이트를 사용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형광등을 켜놓은 것과 같아요. 그런데 백라이트는 흰색 빛이라서,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컬러 필터가 있어야 합니다. 빨간색 스테인드글라스나 셀로판지 뒤에서 빛을 쏘면 빨간색 빛이 투과되지요? 컬러 필터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는 거예요. TV 화면을 확대해보면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 부분 화소(sub-pixel)들이 보입니다. 이 세 가지 색을 조합하면 16,777,216 가지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LCD의 컬러 필터는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TV나 모니터를 확대해보면 빨강(R), 초록(G), 파랑(B)색의 부분 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개의 화소에는 각각 RGB 부분 화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빛의 삼원색인 RGB를 조합하면 다채로운 색깔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을 확대하면 3색의 화소가 드러난다.3색 화소 by Martin Howard CC BY-SA 2.0 (Wikimedia Commons)빛의 삼원색 by Quark67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액정 디스플레이를 형광등 – 블라인드 – 셀로판지가 층층이 쌓인 구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형광등에서 나온 백색 빛은 블라인드가 열려 있는 정도에 따라 통과하거나 차단됩니다. 블라인드를 통과한 빛만 셀로판지에 걸러져 색깔을 내는 원리입니다. 백라이트, 액정, 컬러 필터가 각각 형광등, 블라인드, 셀로판지의 역할을 하지요. 


LCD의 구조도를 단순화한 그림입니다. 백라이트는 형광등, 액정은 블라인드, 컬러필터는 셀로판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LED TV는 사실 LCD TV다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다이오드)는 전류를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입니다. 반도체는 전압, 열 그리고 빛 등의 특정 조건에서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크게 단원소 반도체, 화합물 반도체, 유기물 반도체로 분류할 수 있어요. 갈륨질소(GaN)나 갈륨비소인(GaAsP)처럼 두 가지 이상의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 반도체가 LED의 재료예요. 


화합물에 포함된 성분의 종류와 비율을 조절함에 따라 LED 빛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원칙적으로 LED 디스플레이는 R, G, B 색을 자체 발광할 수 있는 소자이기 때문에, 백라이트와 컬러필터, 액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LED TV라고 부르는 제품들은 백라이트만 형광등에서 LED로 바뀐 것으로 구동 원리는 LCD와 동일해요 LED 백라이트는 CCFL 백라이트보다 소비전력이 낮고, 오래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면 전체에 균일하게 빛을 비출 수 있습니다. 


by Bełamp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OLED와 QLED의 구조는 동일하다


OLED와 QLED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OLED는 유기발광다이오드 (Organic Light Emitting Diode), QLED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 (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예요. 전류가 흐르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성질은 동일하지만, 발광재료가 유기물질이냐 양자점이냐에 따라서 OLED와 QLED로 구분하여 부릅니다. 


OLED의 구조도(좌), QLED(우)의 구조도


유기물이라고 하면 흔히 생명체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OLED가 마치 반딧불이 같은 유기체들이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라고 오해할 수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유기물은 탄소화합물을 뜻하는데, 탄소산화물(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과 금속의 탄산염(탄산칼슘, 탄산나트륨 등)은 유기물에서 제외됩니다.






현재까지 꿈에 디스플레이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OLED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빛의 삼원색인 R, G, B 발광 재료만 있으면 우리가 원하는 거의 모든 색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총천연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노란색과 주황색을 낼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해요. 발광 재료를 한 가지만 사용하면 색의 순도와 발광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지요. OLED는 청색, 노란색, 녹색, 적색을 발광하는 재료가 개발되어 있고, 그 재료들의 효율이 우수합니다. OLED는 LCD보다 완벽한 블랙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LCD가 백라이트를 켠 상태로 블라인드를 닫아 빛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블랙을 구현한다면, OLED는 R, G, B 픽셀의 모든 스위치를 끄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높은 명암비와 색재현율 덕분에 OLED를 통해 보는 영상은 매우 선명하지요.


LCD(좌)와 OLED(우)가 블랙 색상을 구현하는 방법


디스플레이 구조 측면에서 OLED는 백라이트, 액정, 컬러 필터가 요구되지 않아서 동전 두께만큼이나 얇은 디스플레이, 그리고 자유자재로 접고 휠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어요. 또 응답속도가 빠른 OELD는 화면이 전환될 때 잔상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자연스러운 영상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LCD보다 소비 전력이 낮고, 시야각이 우수한 것도 장점입니다.





번인 현상은 청색 화소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유기물은 산소와 수분에 매우 취약하고, 무기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아요. OLED 패널에 수분이나 산소가 침투하게 되면, 화소가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암점(dead pixel)이 발생하게 됩니다. 암점은 한 곳에서 여러 곳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OELD 패널을 외부와 차단할 수 있도록 캡슐로 잘 막아주어야 합니다. 


OLED의 가장 큰 단점은 번인(burn-in) 현상이에요. 번인은 화면에 동일한 이미지가 반복되었을 때, 화면에 영구적인 잔상이나 얼룩이 남는 현상을 말합니다. 청색 화소는 다른 색보다 수명이 짧아요. 청색 화소가 수명을 다하면, 흰색을 표현해야할 때 적색과 녹색 화소만 작동하여 누런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정지된 화면을 장시간 재생하면 특정 부분의 화소만 소모되어 번인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지요. 그러므로 OLED는 고정된 화면, 반복적인 화면을 재생하는 용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QLED: OLED의 장점 + 긴 수명


유기물보다 수명이 긴 무기물을 사용하면 번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양자점 (퀀텀닷, Quantum Dot)은 차세대 LED 발광물질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양자점이란 10nm 미만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의 빛을 낼 수 있습니다. R, G, B 색을 내기 위해 서로 다른 재료가 필요했던 유기발광재료와 달리 퀀텀닷은 하나의 물질을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빨강 → 녹색 → 청색’의 순서로 퀀텀닷의 크기가 작아집니다. 이론적으로 QLED의 구조와 발광원리는 OLED와 동일합니다. 발광층의 재료로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QLED는 OLED의 양산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OLED 보다 수명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요. 


퀀텀닷은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낼 수 있습니다. 위의 숫자는 퀀텀닷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크기가 클수록 붉은색, 작을수록 푸른색을 낼 수 있습니다. (by Prof. Michael S. Wong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QLED는 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을까?


하지만 퀀텀닷 소재 역시 산소, 수분, 열 등에 취약하기 때문에 OLED와 마찬가지로 캡슐층(=봉지층)으로 패널을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카드뮴(Cd) 계열의 퀀텀닷은 표현할 수 있는 색의 영역의 넓고 효율이 우수하지만, 발암 등급 1군으로 지정될 만큼 독성이 강해요. 그래서 인체에 무해하고 효율이 좋으며 저렴한 퀀텀닷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청색 발광 퀀텀닷 개발의 어려움입니다. 크기가 작은 청색 발광 퀀텀닷은 합성할 때 표면에 결함이 생기기 쉽고, 적색이나 녹색보다 발광 특성이 좋지 않거든요. 삼원색을 구현하지 못하면 컬러 디스플레이로 기능할 수가 없습니다. 





진짜 Q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QLED TV는 엄밀하게 따지면, 퀀텀닷을 응용한 LCD TV입니다. 청색 LED와 액정 사이에 적색, 녹색 발광 퀀텀닷을 포함하는 필름을 끼워 넣은 것이지요. 반도체는 전류뿐만 아니라 빛을 통해서도 발광할 수 있습니다. 퀀텀닷 필름은 이런 특성을 이용합니다. 필름의 적색, 녹색 퀀텀닷이 백라이트에서 나온 높은 에너지의 청색 빛과 반응하여, 각각 적색, 녹색 빛을 내게 돼요. 즉, 파란 빛이 필름을 통과하면서 순도가 높은 흰 빛을 생성시켜 색 재현율이 향상되는 기술입니다. 


퀀텀닷을 컬러 필터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구조의 LCD는 백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의 2/3 정도가 컬러 필터에 흡수되어 효율이 떨어집니다. 퀀텀닷 컬러 필터를 적용하면 효율이 높아지고, 일반 LCD TV보다 색 재현율, 시야각과 응답속도가 개선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청색 발광 퀀텀닷 소자가 없기에 퀀텀닷 컬러 필터를 적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QLED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류가 흐를 때 퀀텀닷들이 발광하는 것으로, 백라이트와 컬러필터가 필요하지 않아요. 퀀텀닷 필름이나 컬러 필터 모두 빛에 의해 발광하는 방식이고, LCD의 일부로 적용되므로 엄격하게는 QLED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퀀텀닷 필름(좌)과 퀀텀닷 컬러 필터(우)를 적용한 LCD


QD-LCD TV(현재의 QLED TV)는 기존의 LCD TV에 비해서 색 재현율이 높고, OLED TV보다 제조 비용이 낮은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LCD 기반의 기술이기 때문에, 속도, 명암비, 시야각, 전력 소모 등의 조건은 현재로서는 OLED TV가 더 우수하지요. 


OLED와 QLED 둘 중 어느 쪽이 진보된 기술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QLED 상용화는 또 다른 문제이고요. 제품 구매는 소비자의 선호도, 사용용도, 예산 등에 따라서 개개인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다만, 제품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이준신, 이성은, 김도영, 최병덕, 모연곤, 디스플레이 공학, 홍릉과학출판사 (2009).
[2] 이창민, 이우석, 채희엽, 양자점 디스플레이 기술의 현재와 미래, 진공 이야기 (2017).
[3] 손동익, 양자점과 응용기술, 진공이야기 (2017).
[4] 신동식, OLED 디스플레이 – 급성장이 예상되는 OELD 디스플레이 산업, 한국IR협의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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