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주기를 파악하는 일은 선조 때부터 중요했습니다. 얼마나 지나야 봄이 오는지, 언제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지, 언제쯤 비가 많이 내릴지 아는 것은 농사를 짓는데도, 배를 내어 물고기를 잡을 때도, 소나 양을 놓아먹이는 유목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지요. 이를 위해 일정한 주기마다 반복되는 현상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상의 여러 현상들은 그 주기가 들쑥날쑥하여 기준으로 잡기가 힘들었지요. 반면 하늘의 천체들은 언제나 같은 주기를 반복하였고, 태양이나 달과 같은 천체의 변화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예상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낮과 밤으로 나뉩니다. 그러니 당연히 하루의 시작은 해가 뜨는 것으로 삼는 것이 좋을 듯했지요. 하지만 계절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시점이 다르고, 낮과 밤의 길이가 다르니 이를 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중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는, 즉,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점은 언제나 일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동양에서는 이를 정오라 하고, 서양에서는 noon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오를 하루의 시작으로 잡으면 한참 일하던 중간에 날이 바뀌니 뭔가 어색하지요. 그래서 하루가 바뀌는 시기를 정오와 그 다음 정오의 중간으로 정합니다. 이를 자정이라 하지요. 이렇게 하루의 시작과 끝은 자정으로 정해집니다.
하지만 하루만으로 시간의 주기성을 따지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주기가 필요했지요. 마침 우리에겐 주기적으로 모양이 변하는 달이 있습니다. 달은 29.5일을 주기로 모양이 차고 기우며 변합니다. 대략 30일로 보면 되지요. 한 달을 시작하는 것은 두 시점에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나는 달이 완전히 둥근 모양이 되는 보름이고 다른 하나는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그믐입니다. 차고 기우는 것 중 사람들은 대부분 완전히 기운 것을 선택합니다. 다시 달이 차오르는 기쁨 속에서 한 달을 시작하고 싶어서였을까요?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은 특히나 바닷가 사람들에게 요긴한 일입니다. 그 모양에 따라 밀물과 썰물의 주기가 달라지고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정도도 달라지지요.
일주일은 고대 바빌로니아 시절에서부터 유래했습니다. 해와 달, 그리고 당시 알려져 있던 다섯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이렇게 일곱 천제가 시간을 관할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유래하지요. 그래서 일주일의 요일은 달 월, 화성의 화, 수성의 수, 목성의 목, 금성의 금, 토성의 토, 태양의 일로 명칭이 정해졌습니다. 이런 바빌로니아의 문화가 페르시아나 이스라엘 그리스로 전파되었고 동쪽으로는 인도와 중국, 우리나라에까지 퍼졌습니다. 물론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요일이 아니라 도교사상으로 변해서 이어졌습니다.
조선시대에도 한 달을 일주일 단위로 나누었을까요? 그 증거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의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왜 신문의 이름을 순보라고 지었을까요? 바로 열흘을 단위로 나오는 신문이라서 열흘을 뜻하는 한자 순(旬)을 넣었던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일주일이 단위가 아니라 열흘이 한 단위였던 것입니다. 흔히 초순, 중순, 하순으로 한 달을 세 시기로 나누었지요. 그렇다고 열흘마다 휴일이었던 건 아니고 대략 한 달에 다섯 번 정도의 휴일이 있었습니다. 흔히 조선시대 달력은 태음력을 기초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히는 태양태음력으로, 해를 기준으로 하여 1년을 24절기로 나눈 것과 음력을 기준으로 한 달을 정한 것을 병행해서 썼습니다. 물론 그래서 달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지요. 우리나라에서 일주일이 하나의 주기가 된 것은 1895년 갑오개혁 때로,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것입니다. 일본도 물론 당시 유럽으로부터 들여온 것이고요.
일 년을 정하는 것은 먼 과거에도 참으로 중요했습니다. 대부분의 자연현상이 일 년을 기준으로 주기를 가졌기 때문이지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일 년을 기준으로 반복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요. 따라서 일 년은 태양의 변화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오랜 관측에 따라 낮이 가장 길어지는 하지와 밤이 가장 길어지는 동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등이 기준이 되기에 좋다고들 생각했지요. 그 중, 하지는 농사일을 주로 삼는 이들에게 시작으로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한창 작물을 경작하는 중간이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춘분이나 추분 그리고 동지를 기점으로 일 년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춘분을 시작으로 하는 경우는 카이사르의 로마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추분을 1년의 시작으로 삼는 것은 서양에선 학교의 학기로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가을 학기가 새 학년의 시작이지요. 하지만 대부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졌다가 점차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를 일 년의 시작으로 삼았습니다. 끊임없이 밤이 길어지다가 드디어 그 끝에서 다시 낮이 길어지는 때이니 새로운 한 해의 희망을 보여주기에 좋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겨울에는 전쟁도 멈추던 고대에 평화로부터 한 해를 시작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한 겨울에 일 년이 시작하는 달력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태양력의 기원은 올라가면 고대 이집트까지 닿습니다. 이집트의 경우 일 년을 360일로 잡았지요. 그리고 한 달은 30일로, 한 주는 10일로 잡았습니다. 그러니 3주가 모여 한 달이 되고 12달이 모여 1년이 됩니다. 하지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365.2422일입니다. 즉 1년이 지나면 5.2422일이 남지요. 10년이면 52일이 남아버리니 완전히 엉켜버립니다.
그 뒤 지중해 세계를 통일한 로마는 1년을 12달로 하고 총 355일로 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1년과 약 10일의 차이가 있으니 실용성이 영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4년을 세트로 묶어 첫 해는 355일, 다음 해는 378일, 다시 그 다음 해는 355일, 그리고 마지막 해는 377일이 되도록 운영을 합니다. 이런 달력에 문제를 느꼈던 로마의 율리우스 시저는 1년을 365일로 잡습니다. 그러면 1년에 0.2422일이 남지요. 그래서 4년마다 윤일을 둬서 하루를 더 넣습니다. 이를 율리우스력이라고 합니다. 4년이면 남는 일수가 0.9688일이니 하루를 넣어주면 얼추 맞긴 하지만 0.0312일이 모자라게 됩니다. 무슨 큰 차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28년 정도 모이면 하루가 달라지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그러니 한 600년 정도 지나면 4일도 더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계절의 변화와 달력이 맞지 않게 되자, 다시 16세기에 교황 그레고리오 13세에 의해 새로 그레고리력이 만들어집니다. 그레고리력은 1년을 365일로 정하는 것과 4년마다 윤일을 넣는 것은 율리우스력과 같습니다. 다만 100년에 한 번씩 윤일을 취소하는 것이 다른 점이지요. 앞서 율리우스력에서는 128년마다 하루 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으니 100년에 한 번 윤일을 없애면 그 차이가 거의 사라집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합니다. 그래서 다시 400년마다 윤년을 두기로 하지요. 이리하여 1년은 평균 365.2425일이 되어 지구 공전 주기 365.2422일과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3226년이 지나야 하루 오차가 생기지요.
이렇듯 인류는 보다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해왔습니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양떼를 몰고 풀이 더 많은 곳을 찾아가기 위해,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이유들이 있었죠. 그 결과, 이제 인류는 우주 천체의 움직임을 따라 시간의 흐름과 주기를 파악하며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