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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an 13. 2021

로봇과 결혼하는 시대가 올까?

“로봇 애인을 경험하면 다시는 인간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을거야.”- 영화 에서 지골로 조(주드로 분) 의 대사 Ⓒ 네이버 영화 -

2001년 당시에만 해도, 이 대사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영화 <바이센터니얼 맨(1999)>에서 인간과 로봇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역시 흥미로운 상상일 뿐 우리에게 당장 직면한 문제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드라마 <휴먼스(2015~2018)>나 <그녀, 안드로이드(2019)>처럼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의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해 인간과 가족이 되려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미 로봇과의 결혼은 시작되었다.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모습 by Jean-Léon Gérôme CC0 (Wikimedia commons)

중국의 AI 기술자는 자신이 만든 로봇과 결혼하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었고. 일본에서는 실물이 아닌 AI 홀로그램과 결혼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또 프랑스에서는 3D프린터로 만든 로봇과 약혼한 여성이 로봇과의 결혼이 합법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간이 아닌 대상과 결혼하는 것은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그 기원은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론 조각상과 로봇을 같다고 할 순 없지만,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은 오늘날의 인공지능 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차이라면 피그말리온은 과학기술이 아니라 신의 마법으로 자신의 꿈을 이뤘다는 것이지요.





인간은 로봇을, 로봇은 인간을 닮아 간다.

Ⓒ 네이버 영화 ‘미녀와 야수’

인간과 로봇의 작동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던 사람들은 마치 인간과 같이 행동하는 로봇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미녀와 야수(2017)>에 등장하는 주전자 미세스 팟을 한번 보세요. 마법으로 인간이 주전자로 변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미세스 팟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인간과 감정 교류를 능숙하게 할 수 없을 뿐이지요. 영화 속의 완벽한 미세스 팟은 특이점이 오면 구현 가능할 것입니다. 2005년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과 같거나 더 뛰어나게 되는 특이점이 2045년에 올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 네이버 영화 ‘아이언맨3’

흥미롭게도 이제 인간과 로봇은 점점 서로를 닮아 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공학의 힘 덕분에 아이언맨처럼 자신의 기능이나 능력을 보강하고, 로봇은 오히려 인간을 닮아 갑니다. 결국 어느 시기에 이르면 인간인지 로봇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트랜스 휴먼(trans human) 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원래 트랜스 휴먼은 공학의 도움으로 능력을 향상한 인간을 말하는데, 넓은 의미에서는 콘텍트렌즈를 낀 사람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어요. 트랜스 휴먼은 인간과 기계 사이에 존재했던 불연속적인 간극을 점차 줄여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사라지는 포스트 휴먼(post human) 시대를 가져올 것입니다. 

물론 포스트 휴먼 시대가 와도 여전히 인간과 로봇이 결혼한다는 것을 거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과거에도 신분을 뛰어넘어 천민과 양반, 노예와 귀족이 결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큰 반발이 있었습니다. 인도에서는 법으로 신분제도를 금지하지만, 여전히 신분의 벽을 넘어 결혼하기가 어렵습니다. 동성 결혼이 일부 국가에서 합법화된 이후에도 여전히 반발이 거세듯이 로봇과 결혼도 많은 반발을 불러올 것입니다.



다양한 결혼 이유만큼 다양한 결혼 형태가 생긴다.


알파고와 IBM 왓슨의 등장으로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즉,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로봇이 결혼하기까지 남은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법률적인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날이 오기 전에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7년 유럽의회에서는 법률적으로 로봇의 권리와 의무를 설정하기 위해 전자인격(Electronic Person)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아마도 로봇이 전자인격을 통해 권리능력을 획득하면 법적인 결혼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적 난관과 법률적 문제를 해결해도 로봇과 결혼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왜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한 결혼 정보회사의 조사에서는 아이를 갖기 위해 결혼한다는 사람들보다는 “노년에 외롭지 않기 위해” 또는 “결혼 자체의 행복” 때문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결혼에 대한 이유가 이와 같다면, 인공지능 로봇과 결혼이 합법화된 이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로봇과 결혼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결혼하는 이유 (출처: 결혼정보회사 선우)


물론 지금까지 이야기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지능 수준에 도달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그렇다고 이 논의를 시기상조로 여기면 안 됩니다. 알파고가 예측보다 빨리 인간을 이긴 것을 보면 전자인격에 대한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습니다. 과연 로봇과의 결혼이 새로운 가족 형태를 예고하는 행복한 미래가 될까요? 아니면 급격한 인간성 소실의 출발점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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