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날 때, 어떤 약을 드시나요? 다양한 종류의 진통제나 해열제가 있는데요, 아스피린은 오랜 시간 동안 해열 진통제로 사용되어 온 약입니다. 1897년 8월 10일,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의 첫 샘플이 만들어진 날을 기념하여, 아스피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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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수메르와 이집트의 기록에서 버드나무(Willow)를 염증 치료와 해열, 진통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발견됩니다. 또한 고대 그리스에서는 출산의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버드나무 잎을 차로 만들어서 산모에게 마시게 했다고도 전해집니다.
버드나무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성분이 항염증, 해열 진통 효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버드나무 껍질과 이파리, 껍질 말린 가루 등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화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버드나무 안에서 실제로 이러한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이 추출되었고, 이것이 바로 '살리신'이라는 성분입니다.
살리신을 활용한 다양한 약재들이 개발되었고, 여러가지 버전의 살리신 약재가 나타났습니다. 인공 살리신을 합성하는 여러가지 방법들도 개발되었죠. 류머티즘으로 인한 관절 통증과 일반적인 해열, 진통에 다양하게 사용되었던 살리신 약재들은 그러나, 부작용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염료/화학약품 회사인 바이엘(Bayer)에서 근무하던 펠릭스 호프만(Felix Hoffman)은 아르투르 아이헨그륀(Arthur Eichengrün)의 지시 하에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해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에 1879년 8월 10일의 일이었습니다.
여기에도 흥미로운 뒷얘기가 얽혀있는데요,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스피린은 펠릭스 호프만이 류머티즘을 앓고 있어서 살리실산나트륨(sodium salicylate)을 복용했던 아버지를 위해 개발했다는 것이 정설로 전해졌습니다. 살리실산나트륨은 염증을 완화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뛰어났지만, 위장장애와 이명 등의 부작용이 심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러한 부작용을 없앤 새로운 합성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이 등장하게 된 것인데요, 1900년대 중반까지도 펠릭스 호프만이 아스피린의 주요 발견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1949년, 아르투르 아이헨그륀이 새로운 주장을 했습니다. 펠릭스 호프만은 자신의 지시를 따라서 합성을 진행했을 뿐이고, 실제 아세틸살리실산을 발견한 것은 자신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노트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고 이러한 주장과 증거들이 받아들여져, 지금은 아르투르 아이헨그륀과 펠릭스 호프만이 공동으로 발견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헨그륀은 왜 맨 처음 아스피린의 발견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일까요? 펠릭스 호프만이 아스피린의 주요 발견자로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34년에 발간된 화학의 역사 관련된 한 책의 각주에서 였습니다. 1934년부터 45년까지는 바이엘 그룹이 속한, 또 호프만과 아이헨그륀의 조국인 독일이 나치의 지배 하에 놓여있었던 시절이었고, 40년대로 갈수록 나치에 의한 유대인 탄압이 심해졌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헨그륀은 유대인이었죠. 그는 아스피린을 발견한 뒤로 몇 년 더 바이엘에서 근무하다가 독립해서 자신만의 공장을 차리고, 다양한 화학신소재들을 개발해서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았지만, 나치 독일의 마수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공장을 뺏길 위기에 처했고, 심지어 후반 몇년 동안은 수용소에 감금되기도 했었죠.
그런 입장에서 아스피린, 즉 아세틸살리실산의 발견자는 나라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전쟁이 끝나고 4년 뒤인 1949년에 이르러서야 한 화학 전문 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실제 아스피린의 발견 과정을 밝힐 수 있었죠.
1899년, 바이엘은 아세틸살리실산에 '아스피린(Aspiri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상품화 합니다. 아스피린의 A는 아세틸살리실산의 A를 상징하고, spir는 자연적으로 살리신을 생산하는 Spiraea ulmaria라는 식물의 학명에서 따왔으며, in은 당시의 약명에 자주 붙이던 접미어입니다. 이 세가지가 합쳐져서 Aspirin이 된 것이죠.
출시 이후로, 아스피린은 정말 효과적인 해열 진통과 항염증제로 널리 사랑받아왔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효과를 가져서 '마법의 약(Wonder Drug)'이라고 불리기도 했죠. 놀라운 점은, 아스피린이 단순히 해열 진통과 항염증에만 효능이 있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스피린이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심장병: 아스피린은 혈액을 묽게 해서, 심장 질환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 일부 암: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스피린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대장암 등 일부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혈전: 혈중 혈소판 농도를 일부 감소시켜, 혈전이 생성되는 양을 줄여줍니다.
또 아스피린은 의학적 용도 외에도 더 많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 분은 다음에 올라올 카드뉴스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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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놀라운 아스피린이지만, 물론 의약품인 이상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살리신계 알러지: 아스피린의 주요성분인 살리신계열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 또는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아스피린을 섭취해서는 안됩니다.
- 라이 증후군: 유아나 어린이의 경우 고열이나 감염증을 겪은 후 아스피린을 먹었을 때 라이 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뇌의 급성부종이나 간의 지방변성이 나타나기도 하고, 구토, 의식저하, 경련 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고열이나 감염증, 아스피린과의 연관성이 밝혀져 있기는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고, 대증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치료방법 입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12세 미만의 유아 및 어린이에게는 의사의 소견 없이 아스피린을 먹이는 것을 권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이외에 이명, 소화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스피린이라는 약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알아보았습니다. 잘 알고 사용하면 놀라운 효능의 약이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 아스피린,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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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covery of aspirin: a reappraisal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119266/
A history of aspirin
희귀난치성질환 정보 - 라이 증후군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354145&cid=51362&categoryId=51362
Aspi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