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추운 극지에서만 산다는 편견은 No!아름다운 바닷가의 '요정'펭귄
흔히 ‘남극의 신사’라고 불리는 펭귄은 북극의 북극곰과 함께 극지를 대표하는 동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혹독하게 추운 극지가 아닌 호주의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요정’으로 불리는 펭귄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호주 필립 섬에 살고 있는 ‘리틀 펭귄’입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약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빅토리아주의 ‘필립 섬’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섬의 상당부분이 자연공원으로, 코알라와 바다 새 등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50만 명이 넘는 전세계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지요.
필립 섬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받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요정 펭귄’입니다.
학명은 ‘쇠푸른 펭귄(Eudyptula minor)’으로, 다 자란 몸의 크기가 33cm에 몸무게가 1kg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종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만 살고 있는 종이랍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18종의 펭귄 중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황제펭귄이 키는 1m 20cm가 넘고 몸무게가 20~50kg 정도라고 하니, 이 펭귄이 얼마나 작은지 상상이 되시나요?
작고 예쁜 모습에 ‘요정 펭귄(fairy penguin)’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지금은 가장 작은 펭귄이라는 뜻을 살려 ‘리틀 펭귄(Little penguin )’이라고 부릅니다.
리틀 펭귄은 검은색과 흰색의 깃털이 아닌 푸른색과 흰색의 깃털을 가진 유일한 펭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푸른색과 흰색은 이 작은 펭귄이 바다에서 포식자의 눈길을 피해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선 짙은 푸른색의 등은 바다에서 수영할 때 물과 섞이면서 바닷제비 등 하늘을 나는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하얀 배는 바닷물 아래에서 펭귄을 쳐다볼 때 하늘과 섞이면서 물개와 같은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이 작은 펭귄이 깃털 색을 이용해 똑똑한 위장술을 펼치고 있는 셈이지요.
리틀 펭귄은 바다에서 수영과 먹이활동을 하며 일생의 80%를 보냅니다. 그러다 육지로 올라와 둥지를 짓고 번식을 하고 새끼를 위한 먹이를 물어 나르지요. 필립 섬은 바로 리틀 펭귄이 돌아와 번식하는 곳입니다.
리틀 펭귄은 해가 뜨기 한두 시간 전 바다로 나가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 저녁에 해가 진 뒤에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육지 위 풀숲에 땅을 파고 굴 모양의 집을 짓고 사는데, 뒤뚱거리며 바다까지 가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포식자에게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안전한 때를 골라 바다에 나갔다가, 다시 어두워졌을 때 집으로 돌아온답니다. 그래서 필립 섬에서는 해가 진 저녁 무렵 귀여운 리틀 펭귄이 바닷물에서 나와 무리를 지어 집을 찾아가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땅 위에서는 느린 리틀 펭귄이지만 바닷속에서는 최대 1초에 약 1.7m의 속도(6.4km/hr)로 헤엄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재빠른 수영 실력을 자랑합니다. 또한 필립 섬 자연공원에서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평균 15~50km를 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에 200~1300번을 잠수해서 보통 10~30m 깊이를 내려가는데, 최고 72m까지 잠수해 114초를 머문 기록도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멸치나 오징어 등을 찾기 위해서지요.
유럽인들이 필립 섬에 정착하기 전에는 이곳에 10개나 되는 리틀 펭귄 군락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필립 섬에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되면서 리틀 펭귄의 수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또한 사람들을 따라 야생고양이나 여우 등이 들어오게 되면서 9개의 군락지가 사라지고, 서머랜드 만에 하나의 군락지만 남게 됩니다. 하지만 그 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었지요.
이에 1985년 빅토리아주 정부에서는 리틀 펭귄을 보호하기 위한 30년 계획을 세우고, 서머랜드 만의 집과 땅을 모두 다시 사들입니다. 그리고 건물들이 사라진 자리에 대신 펭귄들을 위한 나무집을 만들고 펭귄들에게 알맞은 토종 식물을 다시 가꾸는 등 활발한 보호 정책을 펴게 됩니다. 또한 관광객의 동선을 제한하고, 푸른색과 녹색에 민감한 리틀 펭귄에 해가 되는 불빛을 최대한 차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도 필립 섬을 찾은 관광객들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답니다.
이와 같은 많은 노력으로 현재 필립 섬에는 3만 2000마리의 리틀 펭귄이 살고 있습니다. 2007년 2만 6000마리였던 공식 자료 수치가 늘어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름 오염이나 플라스틱 쓰레기는 여전히 리틀 펭귄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리틀 펭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사람인 셈입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Penguin Parade3 by Phillipislandtourism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4.0
*참고
https://www.visitphillipisland.com/
https://penguinfoundation.org.au/
https://www.penguins.org.au/photo-gallery/
http://www.senckenberg.de/root/index.php?page_id=5210&year=0&kid=2&id=4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