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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Feb 21. 2018

‘생명의 비밀’을 찾아나선 여정

이중나선구조의 발견

1953년 2월 28일 아침.

영국의 물리학자 프랜시스 크릭과 미국의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은 생명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인 DNA의 분자구조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었으며, 세포라는 아주 작지만 복잡한 세계를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DNA 이중나선 구조 / by Cancer Research UK CC BY-SA 4.0(Wikimedia)

두 사람은 유전물질을 이루는 성분들을 마분지에 그리고 자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4종류의 염기를 이중나선 모양으로 줄을 세우면 아데닌(A)은 티민(T)과, 구아닌(G)은 시토신(C)과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결과, 한 가닥에 있는 염기서열, 즉 염기들의 배열순서를 알면 다른 가닥에 있는 염기서열도 자동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세포 분열에 앞서 염색체가 두 배로 늘어날 때 유전자들의 유전암호가 정확히 복제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이해되었습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DNA의 분자구조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단순한 구조가 생명암호 될 수 있나?

1869년 스위스 출신의 생리학자 프리드리히 미셔는 백혈구의 핵으로부터 DNA와 관련 단백질의 결합체인 ‘뉴클레인(nuclein)’을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뉴클레인이 인을 함유하고 있으며 산성인 것까지 알아냈습니다.

세포핵에 유전물질이 있다는 것이 명백해지자 19세기 내내 대다수 과학자들은 DNA 보다는 DNA와 결합한 단백질이 유전정보를 운반한다고 믿었습니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DNA는 ‘디옥시리보오스(DeoxyriboNucleic Acid)’라는 당과 인산, 염기의 3가지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그 뒤 피버스 레빈은 DNA가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4개의 염기를 갖는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어 1930년에 2명의 스웨덴 과학자 토비언 캐스퍼슨과 에이나르 함마르스텐은 이 뉴클레오티드가 매우 긴 DNA 사슬로 엮여있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그러나 그 당시는 DNA처럼 단순하게 반복되는 분자가 인간과 같이 복잡한 생명체의 탄생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암호화할 수 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던 때였습니다. 


이중나선구조의 실마리, 샤가프의 법칙

DNA에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는 최초의 실험적 증거는 1944년 미국의 세균학자 오즈월드 에이버리

폐렴쌍구균 실험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에이버리는 폐렴쌍구균의 다른 가닥에서 전달된 DNA가 박테리아의 특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분자생물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전 형질은 유전자라는 뚜렷이 구별되는 실체에 의해 조절된다.

 유전자는 세포핵 안에서 발견되는 실타래처럼 생긴 염색체 안에 있다.

 유전자는 DNA로 만들어져 있다. 


이로 인해 과학자들은 DNA라는 분자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어 1950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생화학자 에르빈 샤가프가 종이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서 DNA에 있는 4개 염기의 양을 측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염기의 비율에 규칙이 있음을 발견했는데, 아데닌의 양은 티민의 양과 항상 같았고(A=T), 구아닌의 양은 시토신의 양과 항상 같았습니다(G=C). 이 발견을 ‘샤가프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당시 샤가프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왓슨과 크릭은 당시 DNA의 분자구조를 찾기 위한 경쟁자였던 킹스칼리지의 모리스 윌킨스로절린드 프랭클린의 X선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크로마토그래피 : 적절한 정지상과 이동상을 사용하여 시료들이 섞여 있는 혼합물을 이동속도 차이를 이용하여 분리하는 방법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생명과학대사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431785&cid=42411&categoryId=42411


X선 사진으로 이중나선을 풀다

X선은 분자를 통과할 때 옆으로 튀는 경향이 있는데, X선 회절 사진은 X선이 튈 때의 점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X선 회절 영상’으로부터 분자의 모양을 연역해 내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고단한 작업이었는데, 윌킨스와 프랭클린은 해상도가 좋은 X선 회절 사진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불화로 DNA 구조를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모리스 윌킨스가 크릭에게 보낸 편지 / by wellcomecollection.org CC BY 4.0 (Wikimedia)

이때, 윌킨스가 이 사진을 프랭클린의 동의도 얻지 않고 왓슨에게 몰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왓슨은 이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DNA가 이중나선구조를 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이처럼 왓슨과 크릭은 자신들이 X선 회절 사진을 찍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찾아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윌킨스와 프랭클린이 고된 실험으로 얻어낸 X선 회절 사진과 샤가프의 법칙을 근거로 논리를 짜맞추다보니 이중나선구조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왓슨과 크릭이 개발한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살펴보면, 리본 형태의 가닥은 당과 인산이 결합된 구조로 위아래 염기들이 연결돼 있습니다. 또한 각 염기는 'A는 T', 'G는 C'와 결합돼 샤가프의 법칙을 준수하고 있는데, 두 개의 마주보는 리본이 한 바퀴 도는 동안 10개의 염기쌍이 결합돼 있습니다. 



왓슨과 크릭, 그리고 미처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

왓슨과 크릭의 연구 내용은 1953년 4월 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립니다. 

‘핵산의 분자구조’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불과 1,000여 단어로 된 짧은 글로, 실험 데이터는 전혀 없고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묘사하는 간단한 그림 모형이 실려있습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1920~1958) / by Rori! CC BY 4.0 (Wikimedia)

동시에 윌킨스와 프랭클린도 각각 DNA가 이중나선구조라는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X선 회절 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논문을 발표한 왓슨과 크릭, 그리고 이를 입증하는 X선 회절 사진을 촬영한 윌킨스는 1962년 공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습니다. 여기서 이름이 빠진 프랭클린은 아쉽게도 암으로 일찍 세상을 뜨면서 공동 수상의 기회를 놓칩니다.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를 연구하게 된 배경에는 이처럼 많은 과학자들의 집념이 서려 있습니다. 

왓슨과 크릭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핵산은 생물학의 핵심 연구주제가 아니었습니다. 미셔가 핵산을 분리한 것이 1869년이었고, 핵산이 유전물질일 가능성은 1953년에 이르러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생명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인 DNA 구조의 발견과 관련하여, 왓슨과 크릭만 기억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위대한 과학적 진실을 발견이 되기까지 수많은 과학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이로 인해 오늘날 우리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커버이미지 출처 : 

Science Museum London CC BY-SA 2.0 (Wikimedia)

《네이처》에 실린 ‘핵산의 분자구조’

http://www.fossilmuseum.net/Biology/WatsonCrickNatur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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