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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Apr 23. 2018

4월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

이제 동물실험은 한계에 이르렀다

by Tony Webster CC-BY-2.0 (Wikimedia commons)


“영장류와 돌고래 등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과거와 미래를 생각할 줄 안다는 측면에서 사람과 똑같은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자 피터 싱어 교수가 자신의 저서 <동물해방>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그는 인간이 아닌 동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으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이처럼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4월 24일을 ‘세계 실험동물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고통스러웠을 것” vs “정상적으로 마취했다


1903년 2월 2일 영국 런던대학교의 의과대학에서 생리학을 가르치던 윌리엄 베일리스 교수는 60명가량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리어종의 갈색 개 한 마리를 해부했습니다. 그는 1년 전 개를 가지고 실험해 세계 최초로 호르몬을 발견한 과학자였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참관했던 스웨덴 학생은 개는 의식이 있어 고통스러웠다며 국립생체해부반대협회에 제보했습니다.


마취된 개와 베일리스 교수(사진에서 제일 오른쪽) Ⓒ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국립생체해부반대협회는 “개의 생체해부가 잔인하고 불법적인 처사였다”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베일리스는 “정상적으로 마취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하지만 이것은 동물해부를 둘러싼 논란의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1906년 생체해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근처 공원에 갈색 개의 동상을 세웠습니다.


“영국의 신사숙녀 여러분, 언제까지 이런 짓을?” 동상에 부착된 명판은 의대생들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의대생들은 틈만 나면 갈색 개의 동상을 훼손했습니다. 경찰이 하루 24시간 경호에 나섰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나날이 많았습니다. 4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경찰 측에서 야간을 틈타 몰래 동상을 제거한 뒤 녹여 없앴습니다.


‘갈색 개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의대생들은 실험을 통한 의학지식을 넓힌다는 근거를 내세웠고, 생체해부 반대론자들은 동물에게도 권리가 확대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내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이전까지 당연히 여겨왔던 동물실험을 윤리적인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부작용 없는 기적의 약, ‘부작용’ 심각


1960년대 동물실험은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냈습니다.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 대표적입니다. 탈리도마이드는 독일 제약회사인 그뤼넨탈에서 콘테르간이란 상품명으로 판매된 임산부의 입덧 방지용 약입니다. 이 약은 개와 고양이, 쥐, 햄스터,닭에게 먹였을 때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탈리도마이드를 ‘부작용 없는 기적의 약’이라고 선전한 이유입니다.


탈리도마이드 / by Stephencdickson CC-BY-4.0 (Wikimedia commons)


주로 독일과 영국, 스웨덴,일본 등 50개가 넘는 나라에서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하기 시작합니다. 훗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탈리도마이드에는 혈관형성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임신 후 42일 이전에 이 약을 복용하면, 아이는 팔다리가 전혀 없든지, 사지가 있어도 매우 짧고 손발가락이 없이 태어났습니다. 복용량에 관계없이 임산부가 단 한 알만 먹었을 때도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인간과 비슷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서 기형아가 생기는 것을 확인한 뒤, 이 약은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이미 독일에서 5,000여명의 피해자가 있고, 그 밖의 지역에 5,0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뒤의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백혈병의 치료제로 알려진 글리백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독성을 보였지만 원숭이와 사람이 복용했을 때는 질병에 대한 효과가 입증됐습니다.이처럼 많은 의약품들이 인간과 다른 동물에게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물실험 3R, ‘대체·축소·완화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현재 학계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한 독성 확인 방법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동물실험에서 독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탈락한 비율이 94%에 달했습니다.유럽은 2013년부터 화장품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6년 2월 3일부터 국내 시판되는 모든 화장품은 개발과정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물실험이 금지된 현재 화장품 독성평가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OECD는 1980년대부터 회원국에 권고하는 화학물질 독성시험 기준을 마련해 동물들의 희생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은 1959년 영국의 동물학자 윌리엄 러셀과 미생물학자 렉스 버치가 주장한 ‘3R’ 개념입니다.


우선 동물 사용을 피하는 방법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그 다음으로 불가피하다면 사용하는 동물의 수를 줄이며(Reduction), 마지막으로 고통을 최대한 완화(Refinement)하는 방법으로 실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기존에 이미 검증된 물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해 별도의 추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세포와 조직을 활용해 독성을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피부세포와 각막세포, 폐세포 등을 사용하며, 필요에 따라 피부와 각막의 세포를 배양해 인공조직을 만들어 사용합니다.살아있는 동물을 다루지 않는 만큼 참여연구원들도 심리적 부담을 줄이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언젠가는 컴퓨터에서 가상의 인간세포를 키워 독성평가를 모두 대체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문헌>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2005, 《동물해방》, 인간사랑

《과학동아》, 2016년 6월호, “인간의 아바타, 실험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http://ecotopia.hani.co.kr/68588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4818&cid=58939&categoryId=58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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