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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May 09. 2018

‘페르마의 정리’를 풀고도 받지 못한 ‘필즈상’

노벨상에서 수학 분야가 제외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평생의 소원은 노벨상에 버금가는 상이 수학계에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국제수학자대회 회장직을 맡았을 때 모았던 기금과 저의 전 재산을 기초 자금으로 현재와 미래 수학 발전에 공헌한 수학자에게 금메달을 주었으면 합니다. 수상자는 금메달을 받을 시점을 기준으로 만 40세 이하면 좋겠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는 젊은 수학자에게 앞으로 수학 발전에 큰 도움이 돼 달라는 의미로 이 메달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결정에 따라 국제수학자대회에서 금메달을 시상해 주셨으면 합니다. - 존 필즈의 유언장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기부로 1901년 시작된 노벨상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있습니다. 물리학,화학, 생리학 같은 기초 분야에는 상을 주는데 수학 분야에는 상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이 때문에 1924년 캐나다의 수학자 존 필즈는 토론토 국제수학자대회 때 권위있는 수학상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도대체 노벨은 왜 수학상은 노벨상에서 제외했던 것일까요?



왜 노벨수학상은 없을까?


알프레드 노벨 Ⓒ Public domain(Wikimedia)


노벨상에서 수학이 제외된 이유로 몇 가지 이유가 꼽히고 있습니다첫째는 노벨이 스웨덴 수학자 미타그레플러와 한 여인을 두고 삼각관계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노벨상에서 수학 분야를 뺐다는 가정입니다.


미타그레플러 Ⓒ Public domain(Wikimedia)


둘째는 당시 스웨덴에서 학문적 명성이 높았던 미타그레플러가 자신을 첫 수상자로 선정하도록 한림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노벨이 우려했다는 추측입니다. 미타그레플러의 업적이 뛰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혹시 다른 수학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셋째는 상당히 부유하던 미타그레플러를 노벨이 얄밉게 생각해 수학 분야를 제외했다는 이야기입니다.수학 분야에 상을 주면 업적도 뛰어나고 부러울 것 없던 미타그레플러가 수상자가 될 수 있어 노벨 수학상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란 설입니다.


넷째는 노벨이 어려서부터 수학을 못해서 어른이 된 뒤에도 수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실생활에 유용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는 설입니다. 수학자들의 연구는 실생활에 직접적인 유용성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주장입니다.

 


필즈메달에 새겨진 남성과 원기둥의 비밀


필즈상 메달 Ⓒ Public domain(Wikimedia)


필즈의 노력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인 1936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 때 첫 필즈상의 주인공이 탄생했습니다. 국제수학연맹에서는 필즈의 노력을 기려 이 상의 이름을 ‘필즈상’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런데 필즈상의 메달에는 한 남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혹시 수학자 필즈의 얼굴일까요? 아닙니다.이 남자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입니다. 메달 앞면은 아르키메데스의 얼굴을 둘러싸고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TRANSIRE SUUM PECTUS MUNDOQUE POTIRI”(자신 위로 올라가 세상을 꽉 붙잡아라.)


Domenico Fetti가 그린 생각하는 아르키메데스 Ⓒ Public domain(Wikimedia)


필즈메달의 뒷면에는 아르키메데스가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한 도형과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바로 구면과 이에 외접하는 원기둥입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이 구와 원기둥의 겉넓이의 비율이 2대 3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굉장히 기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묘비에도 이 그림을 그려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메달 가운데 라틴어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CONGREGATI EX TOTO ORBE MATHEMATICI OB SCRIPTA INSIGNIA TRIBUERE”(전 세계에서 모인 수학자들이 탁월한 업적에 수여한다.) 이처럼 필즈 메달에 아르키메데스의 얼굴과 그를 기리는 도형이 새겨진 이유에 대해 명확히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는 가우스, 뉴턴과 함께 인류 3대 수학자로 손꼽힐 만큼 위대한 수학자입니다.이 때문에 수학사에 위대한 영향을 끼친 아르키메데스를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이 때문에 필즈상을 놓친 수학자


노벨상에 버금가는 필즈상이 제정됐지만 대다수 수학자들은 진짜 수학의 노벨상은‘아벨상’이라고 말합니다.아벨상은 노르웨이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1802~1829년)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2002년 제정된 상입니다.


닐스 헨리크 아벨 Ⓒ Public domain(Wikimedia)


첫 수상자는 2003년에 나왔고,해마다 노르웨이 국왕이 수여합니다. 필즈상은 앞으로 기대되는 젊은 수학자를 위한 상이라면 아벨상은 평생의 업적을 기리는 상입니다. 아벨상이 제정된 지 10여년 만에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발전한 이유는 수상자의 평생 업적을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만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필즈상과 달리 아벨상은 수학자가 평생 이룬 업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정합니다. 상금도 100만 달러(약 10억원)로 800만 크로네(약 13억4,000만원)를 주는 노벨상과 대등한 수준입니다. 아벨상의 상금은 필즈상보다 50배 정도 많습니다.


나이 제한 때문에 아깝게 필즈상을 놓친 수학자가 있습니다. 300년 동안 풀리지 않던 ‘페르마의 정리’를 풀어낸 영국의 수학자 앤드류 와일스입니다. 그는 1993년 그 동안 두문불출하며 풀어낸 페르마의 정리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이듬해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 수상을 기대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가 만 40세였기 때문입니다.


페르마의 동상 앞에 선 앤드류 와일스 / by kwiles7 CC BY-SA 3.0 (Wikimedia)


하지만 그의 논문에 오류가 발견돼, 1년 동안 매달린 끝에 오류를 말끔히 수정합니다. 그의 나이는 이미 41세가 됐고,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세계수학자대회는 지나간 뒤였습니다. 그래서 국제수학자대회측은 그의 업적을 인정해 기념 은판을 제작해 필즈상을 받지 못한 그의 한을 풀어주었습니다.



<참고문헌>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M201008N016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199704N038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17/20140817006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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