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과 발명의 역사를 보면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된 것들이 많습니다. 우연은 우리가 살면서 늘 일어나는 일인데, 왜 우리는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우연인 것 같지만 그 우연을 발견이나 발명으로 이어지게 하는 생각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적 사고’라고 합니다.
찍찍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벨크로 테이프(velcro tape)입니다. 옷, 장갑, 운동화, 모자 등의 단추나 끈을 대신해 여미는 데 널리 사용합니다. 이 벨크로 테이프는 스위스의 전기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1907~1990)이 발명한 것인데, 그 일화가 발명의 속성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명가이기도 했던 드 메스트랄은 머릿속에 늘 발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개와 함께 사냥을 가면서 풀숲을 돌아다녔습니다. 한참 다니다 보니 바지와 개의 털에 씨앗들이 많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풀씨가 옷에 달라붙는 것을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아주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드 메스트랄은 씨앗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드 메스트랄은 순간 머릿속에 발명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풀씨에는 갈고리 모양의 가시로 덮여 있어 옷이나 동물의 털에 잘 달라붙었던 것입니다. 이 씨앗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갈고리와 걸쇠가 있는 벨크로 테이프를 발명한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풀씨를 떼어내는 데 귀찮다고만 생각했을 겁니다. 투덜대면서 떼어내겠지요. 드 메스트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작고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만큼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열중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되었지만 결코 우연이 아닌 발명이나 발견을 ‘세렌디피티적 사고’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BC 287~BC 212)는 세렌디피티적 사고의 대표적인 주인공입니다. 왕의 금관에 은이 섞여 있는지 밝히라는 임무를 띠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무게를 달아 보아도 왕이 준 금의 무게와 같았습니다. 세공사에게 준 금의 무게와 왕관의 무게가 같다면 왕관에 은이 섞여 있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해결할 수 없었던 아르키메데스는 머리를 식힐 겸 목욕탕에 갔습니다. 목욕탕에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자 찰랑찰랑 넘치던 탕 속의 물이 넘쳐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탕 속에 들어가면 목욕탕의 물이 넘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는 세렌디피티적 사고를 합니다.
‘물이 얼마나 넘치는 걸까? 내가 물에 잠긴 만큼 물이 넘칠 것이다. 따라서 물이 넘치는 양은 물에 잠긴 내 몸 만큼일 것이다. 그렇다면 왕관과 순금을 물속에 넣어 보자.’
이런 생각을 한 아르키메데스는 ‘유레카!’를 외치고 목욕탕에서 달려 나왔습니다. 알몸인 것도 모르고 말이지요.
아르키메데스는 왕관과 무게가 같은 순금을 물속에서 재어 순금의 무게가 더 무거운 것을 알아냈습니다. 왕관에 은이 섞여 있어 순금과 무게는 같지만 부피가 더 커서 물을 더 흘러넘치게 되고 부력이 더 컸던 것입니다. 공기 중에서는 차이를 알 수 없었던 것이 물속에는 차이가 확실하게 났던 것입니다.
‘어떤 물체에 가해지는 부력은 그 물체가 대체한 유체의 무게와 같다.’
이것이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한 부력의 원리입니다. 목욕탕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 같지만 사실 아르키메데스는 이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세렌디피티적 사고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렇게 세렌디피티적 사고는 우연히 이루어진 것 같지만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항상 생각하고 고민해왔기 때문에 어떤 사소한 일도 예사롭지 않게 보였던 것입니다.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1881~1855)이 페니실린을 발견하여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것도 세렌디피티적 사고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실험 도중 실수로 방치한 푸른곰팡이가 다른 세균을 죽이는 것을 보게 된 것이지요.
3M의 연구원도 더 강력한 접착제를 발명하고자 실험하던 중 접착력이 너무 약한 물질이 만들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포스트잇을 발명한 것입니다.
차고 한편에서 마크 저커버그와 친구들 또한 세렌디피티적 사고로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명단과 졸업 앨범 사진들을 가지고 친구찾기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사소한 것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발상을 하게 된 것이 바로 세렌디피티적 사고입니다. 차고에서 중고책 한두 권을 팔다가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도 세렌디피티적 사고로 이루어낸 것입니다.
영국의 작가 호레이스 월폴(1717~1797)은 <세렌디프의 세 왕자>라는 우화에서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항상 우아하면서도 지혜롭게 발견하는 모습을 ‘세렌디피티’라고 정의했습니다. 발명왕 에디슨도 다른 것을 발명하려고 애쓰던 중에 등사판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이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바로 깨달은 것이 세렌디피티적 사고였던 것입니다. 세렌디피티적 사고는 생각의 폭이 좁거나 하나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혀 상관없고 소용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까지도 관심을 넓힐 때 발견이나 발명이 우연처럼 다가와 눈앞에 나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