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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ul 11. 2018

발명왕 에디슨을 꺾고 교류표준 이끌어 낸 테슬라

책을 읽고 있는 니콜라 테슬라 ⓒ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188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전신국에 근무하던 한 청년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읊조리다가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교류전기를 이용하면 직류 전동기의 스파크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에디슨 회사의 유럽 자회사인 컨티넨털 에디슨에 근무하며 교류전기를 이용한 모터를 개발합니다. 


테슬라 전구 ⓒ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하지만 그의 발명품은 유럽에서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국행을 결심합니다. 바로 니콜라 테슬라(1856~1943)입니다. 그는 발명가 에디슨의 가까운 지인인 찰스 배철러의 추천장을 들고 에디슨을 찾아갑니다. 그가 에디슨에게 가지고 간 추천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나는 두 명의 위대한 사람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은 당신이고 다른 사람은 이 젊은이다.” 



◇두 천재를 둘러싼 ‘전류전쟁’


테슬라는 뉴저지주 멘로파크의 에디슨 실험실에서 에디슨과 함께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맡은 일은 직류기계 장치를 개량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사장인 에디슨과 의견이 자주 충돌했습니다. 하루는 에디슨이 테슬라에게 모터와 발전기의 효율을 높이도록 설계를 요구했고, 이를 실현하면 테슬라에게 5만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테슬라 다상 발전기 ⓒ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몇 개월 뒤 테슬라는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에디슨에게 약속대로 보너스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에디슨은 “테슬라, 자네는 미국식 유머를 이해하지 못 하는군”이라며 농담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에디슨은 그 대신 1주일에 18달러를 받고 있던 테슬라에게 매주 10달러를 더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이에 테슬라는 그 제안을 거절하며 에디슨연구소를 그만 두었습니다.


에디슨에게 실망한 테슬라는 1886년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듬해에는 교류시스템에 필요한 발전기, 모터, 변압기를 모두 만들어냅니다. 또 세계 최초로 ‘교류전기 모터’(테슬라 코일)의 특허를 획득한 발명가로 역사에 기록을 남깁니다. 이후 테슬라의 교류시스템은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투자로 나날이 발전했습니다. 


테슬라의 교류유도전동기 by Romain Ramier CC-BY-SA-3.0(Wikimedia commons)


당시 에디슨은 백열전구, 전선, 전기모터, 발전기 등을 모두 직류전기로 사용되도록 개발해 전기산업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기차에 사용되는 공기 브레이크를 발명해 백만장자가 된 뒤 테슬라에게 교류변압기 특허를 사들여 전기분야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이때부터 두 천재는 직류와 교류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전류전쟁을 시작합니다.


테슬라 연구소의 테슬라 코일 by Thomas Commerford Martin CC-BY-SA-3.0(Wikimedia commons)



테슬라결투신청에 사진 1으로 응수


고압전기 발전기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테슬라  ⓒ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에디슨은 전력공급 방식으로 직류(DC)를 선호했습니다. 전기가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전기를 타 지역으로 보낼 때 전류를 세게 하기 쉽지만 전압을 높이기는 어렵습니다. 당시 에디슨은 120V의 전기를 생산해 각 지역으로 송전했습니다. 하지만 전기를 전달하는 전선에는 저항이 있어 전기를 멀리 보낼수록 전기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가까운 곳에 직류 발전소를 설치해야 합니다.


반면 테슬라가 선호한 교류(AC)는 1초에 50~60회씩 전류의 방향이 바뀌어 전류가 흐릅니다. 교류는 전류를 세게 만들긴 어려워도 전압을 높이기 쉽습니다. 테슬라의 교류발전기는 수천 볼트(V)에 이르는 고전압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전선에 저항이 생겨 전기량이 감소해도 멀리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발전 방식이 전기를 싸고 편리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교류전기가 에디슨의 직류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에디슨은 전면적인 교류 공격에 나섰습니다. 


우선 ‘에디슨 전기회사로부터의 경고’라는 팸플릿을 제작해 사람들에게 뿌렸습니다. 팸플릿에는 고압 교류전선에 감전된 사람들의 명단이 실려 있었습니다. 에디슨의 직류 시스템은 전선을 땅에 묻는 방식이어서 감전될 위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기업이 구리시장을 장악하면서 구리 가격이 3배나 올랐습니다. 직류방식은 전기를 굵은 구리선으로 보내야 하는 반면, 교류방식은 구리선이 가늘어도 됐기 때문에 에디슨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이에 에디슨은 어린 시절 교류 전화선에 사람이 감전돼 죽는 것을 직접 본 해럴드 브라운이라는 사람을 매수했습니다. 그를 직류방식의 신봉자였습니다. 에디슨은 브라운을 통해 ‘뉴욕타임스’에 공개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이 광고에서 브라운은 “내 몸에 직류를 흘려보내는 동안 당신의 몸에는 교류를 흘려보내서 누가 오래 견디는지 알아보자”며 “100V에서 시작해 50V씩 올리고, 둘 중 먼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자신의 전류방식의 결점을 공개적으로 시인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측은 브라운의 결투를 무시했습니다. 오히려 테슬라는 몇 백만V가 흐르는 전기불꽃 밑에 책을 읽고 있는 사진 한 장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이 사진은 교류 송전의 안전성과는 관련이 없지만 전기의 특성을 모르는 대중에게 교류가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2라운드 역시 테슬라가 이긴 셈입니다. 



◇에디슨의 마지막 반격 VS 온몸으로 막아낸 테슬라


에디슨 실험실의 말 감전사 실험 ⓒ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에디슨은 원래 사형제도에 반대했지만 사업 앞에서는 달랐습니다. 뉴욕주 사형 집행에 자신이 직접 고안한 전기의자를 사용하도록 로비를 벌인 것입니다. 교수용 올가미가 너무 느슨해 사형수가 천천히 고통스럽게 질식사하거나 너무 꽉 조여 교수형이 아닌 참수형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에 에디슨은 “고압 전류가 가장 빠르고 고통 없이 사형수에게 죽음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교류를 의자에 흘리는 전기의자를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전기의자의 첫 희생양은 내연녀를 흉기로 살해한 윌리엄 케믈러라는 사형수였습니다. 1890년 8월 6일 전기의자에서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17초 동안 1000V가 전기의자에 흘렀습니다. 케믈러는 비명을 질렀고 곧 죽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숨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어 72초 동안 전류를 흐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연기만 솟아오른 뒤 전기가 끊어졌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전기의자 때문이 아니라 전기를 흘려보내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에디슨은 테슬라와의 전류전쟁에서 패배했습니다. 결정적으로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장에서 테슬라가 승기를 잡았습니다. 


당시 행사는 콜럼버스의 북미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성대히 열린 행사였습니다. 박람회에 켤 전구만 25만 개나 됐습니다. 이때 에디슨과 테슬라가 서로 이 사업을 따려고 했는데, 테슬라는 고주파 교류전력이 자신의 몸을 통과하는 실험을 진행해 교류 전기의 안전성을 입증했습니다.


테슬라 다상 시스템 ⓒ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결국 25만 개의 전구를 켜는 행사는 테슬라 측에서 수주를 따냈습니다. 웨스팅하우스는 테슬라가 특허권을 무상으로 양도하면서 자금난이 해소돼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일로 에디슨은 패배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오늘날 전력공급방식의 표준이 교류로 자리잡게 된 이유입니다. 


끝없는 탐구와 노력으로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많은 과학자와 발명가들은 당대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돈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란 자부심으로 모든 것을 던져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꿈을 현실로 만든 이들의 노고가 문명의 수레바퀴를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http://shindonga.donga.com/3/all/13/111141/1

http://news.joins.com/article/20695615#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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