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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ul 03. 2018

빗방울의 비밀

일기 예보에도 없던 비가 갑자기 내립니다. 우산도 없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나요? 일단 뛰고 보나요? 빗방울이 굵어 맞으면 아플 것 같은데, 그래도 비에 맞아 죽었다는 사람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장마에 태풍에 비가 많이 오는 계절입니다. 창문 너머 빗방울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뛸까, 말까?                      


우산이 없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온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라도 머리에 쓰고 뛸 것입니다. 하지만 뛰다 보면 어차피 맞을 비 뛴다고 덜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거리를 간다면 비를 맞을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뛰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내리는 비를 먼저 맞아야 하고 더 세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에 의문을 가지고 직접 실험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브레시아대학교 크랭코 보치 교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하여 실험을 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걷거나 뛰는 길은 직선이고 평평하고 내리는 비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비를 맞는 사람의 체형과 바람의 속도, 빗방울의 크기와 비 내리는 방향 등을 조절하면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결과 뛰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비가 오는 방향에 따라 비를 덜 맞는 적절한 속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가는 방향에 수직이나 앞쪽에서 비가 오면 뛰는 것과 걷는 것이 별로 차이가 없지만, 뒤쪽에서 비가 온다면 뛰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비바람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뛴다면 비를 가장 적게 맞는다고 합니다.

또 체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 같은 속도로 걷는다면 날씬한 사람이 통통한 사람보다 비를 덜 맞았습니다. 결국 길을 가다가 갑자기 비가 오는데 피할 곳이 없다면 뛰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고마워요, 공기 저항!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면 ‘아주 높은 곳에서 중력을 받아 떨어지는 비를 맞아 머리를 다치는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내리는 비는 작은 물방울처럼 보이지 않고 긴 철사처럼 보입니다. 지구와 같은 질량이 있는 물체 주변에는 언제나 중력이 존재합니다. 지구의 중심 방향으로 향하는 중력으로 인해 물체가 지구로 떨어집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이유도 질량을 가진 빗방울이 지구의 중력이 끌려 떨어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높은 구름 속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떨까요?



떨어지는 물체는 중력에 의해 가속이 됩니다. 이것을 중력가속도라고 하는데 지구에서는 9.8m/s2입니다. 이것은 물체가 1초에 9.8미터씩 가속된다는 말입니다. 1초에 9.8미터씩 이동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1초에 9.8미터씩 이동한다면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고 이런 운동을 등속운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속된다는 말은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구로 떨어지는 물체는 가속되며 떨어지기 때문에 땅에 도달할 때는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체는 매우 위험한 것이지요.


그런데 천만 다행으로 지구에는 공기가 있고, 공기 속에서 떨어지는 물체는 공기의 저항을 받습니다. 공기 저항은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물체가 떨어지는 가속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기 저항은 속도가 커질수록 똑같이 커집니다. 그래서 떨어지는 속도가 2배가 되면 공기 저항도 2배가 됩니다. 구름 속에서 만들어져 떨어지는 빗방울도 똑같이 중력을 받고 공기 저항을 받습니다. 중력가속도에 의해 떨어지면서 계속 가속됩니다. 그러면 속도가 커지겠지요? 그러면 공기 저항도 커집니다. 그래서 공기 저항의 크기가 빗방울의 질량과 같아지면 중력과 공기 저항이 같아져 더 이상 가속되지 않습니다. 가속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더 이상 속도의 증가 없이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등속 운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속도를 ‘종단 속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공기 중에서 중력을 받고 떨어지는 물체는 어느 속도에 이르면 가속도 없이 똑같은 속도로 떨어지며 공기 저항력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예를 들어 1000미터 상공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대략 지면에 도달할 때 초당 140미터의 속도가 됩니다. 이것은 시속 504킬로미터입니다. 그러나 공기 저항 때문에 빗방울은 종단 속도에 이르게 되고 초속 약 9미터 정도로 지면에 떨어집니다. 보통 빗방울의 지름이 약 0.4센티미터 정도인데 이 정도의 빗방울이 종단 속도에 이르면 맞아도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만약 빗방울이 아니라 같은 크기의 모래나 우박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고체는 액체보다 인체에 부딪쳤을 때 변형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물체가 인체에 부딪칠 때 모양이 변하거나 부서지면 그 충격이 분산이 되어 충격량이 작을 수 있지만,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그 충격이 그대로 인체에 전해지는 것이지요. 빗방울도 머리에 부딪치면 산산이 부서져 충격이 훨씬 줄어듭니다. 여기에 종단 속도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프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공기가 없어 공기 저항이 없다면 빗방울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공기는 숨을 쉬는 데도 중요하지만 저항이 있어 더 고마운 물질입니다.      



빗방울은 동그랄까?


구름 속에 있는 물방울은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떤 모양일까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는 종종 눈물방울처럼 묘사하기도 합니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공기 저항으로 모양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1밀리미터 이하의 빗방울은 보통 동그란 공 모양을 유지하지만, 1밀리미터 이상 4밀리미터 이하의 빗방울은 햄버거 모양으로 납작해집니다. 빗방울이나 물방울이 동그란 모양을 하는 것은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표면장력은 액체의 표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한 힘입니다. 표면에 있는 액체의 분자들은 안쪽과 옆쪽에 있는 분자들 하고만 인력을 주고받고 바깥쪽으로는 인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물방울이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모이는 것입니다. 매끄러운 바닥에 떨어진 물이나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면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지요. 표면장력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표면장력으로 동그랗게 생긴 빗방울이 중력과 공기 저항을 받으며 떨어지면 모양이 변하는 것이지요. 표면장력이 크면 동그란 모양에 가깝고 공기 저항이 크면 타원 모양이 됩니다. 공기 저항이 더 커지면 빗방울은 아래 가운데가 옴폭 들어간 모양이 됩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니 만화에서 선으로 그은 빗줄기가 생각납니다. 빗방울 자체는 타원 모양이거나 옴폭 들어간 모양이겠지만 우리 눈의 잔상효과로 선을 죽죽 그으면서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빗방울이 줄기처럼 내린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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