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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ul 24. 2018

달은 왜?

해가 클까요, 달이 클까요?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고요? 맞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질문은 바보 같은 질문일 수 있습니다. 해가 달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이렇게 발전하기 전의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와 보름날에 떠오르는 달은 크기가 거의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해가 달보다 크다는 것을 언제, 어떻게 알았을까요? 또 달은 왜 항상 같은 면만 볼 수 있는 걸까요? 달은 왜 매일 50분씩 늦게 뜨는 걸까요? 



역시 해가 크네!


천체를 육안으로 보았을 때의 밝기를 ‘겉보기 등급’이라고 합니다. 밝을수록 등급의 숫자는 작아집니다. 해를 제외하고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로 겉보기 등급은 –1.76 정도입니다. 보름달의 겉보기 등급은 최대 –12.9 정도이며 해는 –26.7 정도입니다. 밝은 천체가 크게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크게 보이는 거리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해와 달은 밝기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 크기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해와 달의 크기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보름달은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는 해보다도 더 커 보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해가 달보다 크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어떠한 도구나 장비 없이도 해가 달보다 확실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일식’입니다. 일식은 달이 해를 가리는 현상인데요, 그믐 때 해-달-지구가 일직선으로 늘어서면 달이 해를 가려 해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런 일식이 해와 달의 크기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개기일식이 일어나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린 모습.(위키백과) by Luc Viatour CC-BY-SA-3.0Wikimedia commons)


겉으로 보기에 크기가 비슷한데 달이 해를 가렸다는 것은 지구에서 볼 때 달이 해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안쪽에 있으니 앞에서 해를 가릴 수 있는 것이지요. 겉보기 크기가 비슷한 두 물체가 있다면 당연히 멀리 있는 물체가 조금이라도 큽니다. 따라서 달보다 해가 더 멀리 있고 큽니다. 실제로 해는 달보다 400배가량 크며, 지구에서의 거리도 달까지의 거리보다 389배가량 멉니다. 해가 달보다 훨씬 크지만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겉보기가 비슷해 보이는 것이지요. 겉보기 크기가 비슷하지 않다면 개기일식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임금의 옥좌 뒤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다섯 개의 봉우리와 해와 달이 그려져 있는 ‘일월오봉도’입니다. 해는 왕, 달은 왕비를 상징하며 음양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림 속의 해와 달은 똑같은 크기로 그려져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해와 달이 크기가 비슷하지만 그만큼 음양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은 지구 바라기?


2018년 7월 28일은 음력으로 보름입니다. 보름은 해-지구-달 순서로 늘어서 있을 때를 말합니다. 이런 순서로 늘어서 있다가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월식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월식은 보름날에만 일어납니다. 하지만 보름 때마다 월식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달의 공전 궤도상에서 해-지구-달이 일직선이 되어야 월식이 일어납니다. 7월 28일에 일직선이 되고 월식이 일어납니다. 그것도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월식입니다. 지난 2018년 1월 31일에도 개기월식이 일어났었습니다. 한 해에 개기월식을 두 번 볼 수 있는 것도 정말 드문 일입니다.


해와 달이 같은 크기로 그려져 있는 일월오봉도(위키백과)by elle_rigby CC-BY-2.0(Wikimedia commons)


보름달을 보면 달 표면의 어두운 부분들로 이루어진 모양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그 모양을 보고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달에는 옥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달 표면의 모습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은 모습만 보여줍니다. 달이 지구 둘레를 한 달에 한 바퀴씩 도는데 왜 뒷모습을 안 보여주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달의 자전 때문입니다. 지구도 해 주변을 공전하면서 스스로 자전합니다. 지구는 일 년에 한 바퀴씩 공전하며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합니다.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낮과 밤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런데 달은 한 달에 한 바퀴씩 자전합니다. 즉, 달은 지구 주변을 한 달에 한 바퀴씩 공전하며 자전도 한 달에 한 바퀴씩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달의 앞면만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달도 지구처럼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하면 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달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탐사선이 뒤쪽에 가서 찍은 사진으로 가능합니다.


지구에서 보는 달 표면의 모습은 항상 같은 모습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모습.(위키백과)



달은 왜 매일 지각하나?


지구는 해 주변을 공전하고, 달은 지구 주변을 공전합니다. 그래서 해, 지구, 달의 위치가 매일 변합니다. 지구에서 보는 달의 위치가 매일 변하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도 매일 달라집니다. 해와 지구 사이에 달이 있게 되면 달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가 그믐에서 초하루쯤입니다. 달이 계속 공전하여 음력 7일 정도 되면 달의 반쪽만 보입니다. 이때가 상현달입니다. 상현달은 정오 무렵에 동쪽에서 뜨고 해가 질 때 남쪽에 있습니다. 음력 15일 정도 되면 보름이 되고 둥근 달을 볼 수 있습니다. 보름달은 해가 질 때 동쪽에서 뜹니다. 음력 22일 정도 되면 상현달과는 반대 모습의 하현달을 볼 수 있습니다. 하현달은 동쪽에서 해가 들 때 남쪽에 있습니다. 정오 무렵에 서쪽으로 집니다.


그런데 달이 뜨고 지는 것을 관측해 보면 달은 매일 약 50분씩 늦게 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름날 자정에 남쪽에서 보이는 보름달이 다음날 같은 위치에 왔을 때는 새벽 0시 50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다음 날은 같은 위치에 왔을 때는 새벽 1시 40분이 되어야 합니다. 매일 저녁 같은 시각에 달을 관측해 보면 그 전날보다 왼쪽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달이 이렇게 50분씩 늦게 뜨는 이유는 달이 지구 주변을 공전할 때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입니다. 달의 공전 방향과 지구의 자전 방향은 같습니다.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해와 달을 비롯해 모든 천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지구는 하루 24시간 동안 360도 자전을 합니다. 또 달은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29.5일이 걸립니다. 음력으로 한 달이지요. 지구가 하루 360도 자전하는 동안 달은 공전 궤도에서 12.2도만큼 공전합니다.(360도÷29.5= 약 12.2도)


달이 12.2도를 공전해서 위치가 변했기 때문에 지구에서 어제와 같은 달을 보려면 약 50분이 더 지나야 합니다. 지구가 12.2도만큼 더 자전을 해야 같은 달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24시간 동안 360도 자전하므로 1시간에는 15도 자전합니다. 12.2도를 자전하는 데는 약 48.8분이 걸립니다. 그래서 달은 매일 약 50분씩 늦게 뜨는 것입니다.   



올해 두 번째 개기월식


1969년 7월 21일(한국 시각 기준), 인류는 처음으로 지구 외의 천체에 발을 딛었습니다. 아폴로11호 우주인들이 달에 착륙한 것이지요. 물론 달에는 떡방아를 찧은 옥토끼는 없었지요. 바람 한 점 없고 메마른 황량한 땅만 있었지요. 하지만 지구에게 달이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밤하늘을 비춰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지구가 해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7월 28일 개기월식은 올해 두 번째 일어나는 또 하나의 우주쇼입니다. 새벽에 일어나기 때문에 보기 쉽지는 않겠지만,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달은 왜?’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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