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핵융합 반응 원리. 궁극적으로 수소 원자핵 4개가 융합해 헬륨 원자핵 1개를 만들어진다.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멘델레예프는 1869년 그 당시까지 알려져 있던 원소들을 가지고 주기율표를 만들었습니다. 원소들의 성질에 따라 만든 주기율표는 63개의 원소가 있었고, 듬성듬성 비어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 자리는 언젠가 발견될 원소의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원자번호 1번인 수소 다음에 2번인 헬륨은 주기율표에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은 당당히 2번 자리에 있고 원소의 개수도 118개나 되지만,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는 왜 헬륨이 없을까요?
금, 은, 구리, 철, 납, 주석, 수은은 고대부터 알려져 있었고 사용해온 원소입니다. 그래서 이 원소들을 ‘고대의 7금속’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비금속 원소로 탄소와 황도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중세 연금술사들에 의해 많은 원소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연금술은 다른 물질을 가지고 금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금술은 금은 만들진 못했지만 화학을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연금술사들에 의해 비소, 안티몬, 비스무트, 아연 같은 원소들이 발견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원소들은 누가, 언제 발견했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습니다.
발견자와 시기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최초의 원소는 인입니다. 1669년 독일의 연금술사 헤닝 브란트가 오줌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인입니다. 18세기에 이르러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망간), 텅스텐, 몰리브데넘(몰리브덴), 크로뮴(크롬), 우라늄, 타이타늄(티탄), 지르코늄, 이트륨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원소들은 광물 원료에 들어 있는 것을 화학적 방법으로 분리해낸 원소들입니다.
1778년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셸레와 프리스틀리가 발견한 산소에 Oxygen(신맛을 만든다는 뜻으로 붙임)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비로소 근대 화학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후 질소, 수소가 발견되고 1817년 리튬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경로로 발견된 63개의 원소를 가지고 주기율표를 만든 것이 멘델레예프입니다.
멘델레예프기 주기율표를 발표하기 1년 전인 1868년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피에르 장센은 개기일식을 관측하다가 그 당시 알려져 있던 어떤 스펙트럼과도 일치하지 않은 밝은 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지프 노먼 로키어도 태양 스펙트럼에서 장센이 발견한 밝은 노란색 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이것이 새로운 원소에서 나오는 스펙트럼이라고 확신하고 헬륨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 헬리오스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아침에 동쪽에서 나와 남쪽을 지나 저녁에 서쪽으로 가면서 온 세상을 비춥니다. 지구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것을 태양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태양신의 이름을 붙여 ‘헬륨’이 되었던 것입니다.
1895년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윌리엄 램지가 우라늄 광석에서 아르곤을 분리하는 실험을 하다가 새로운 기체를 발견했는데, 이 기체가 바로 헬륨이었고 스펙트럼 분석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써 헬륨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고, 64번째로 발견된 원소가 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원자번호 2번임에도 불구하고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는 헬륨이 없었던 것입니다.
수소 다음으로 많은 원소, 헬륨
우주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는 원자번호 1번인 수소입니다. 질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우주 전체에서 수소는 75%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헬륨으로 24% 정도입니다. 나머지 1% 안에 수소와 헬륨을 뺀 원소들도 구성되어 있다니 우주는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헬륨이지만 지구에서는 쉽게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 발견된 것도 지구가 아니라 우주였습니다. 지구에서는 우라늄이나 토륨 등의 방사성 원소들의 핵분열로 생성되어 땅 속에 갇혀 있게 됩니다. 그래서 천연가스를 채취할 때 함께 채굴하기도 합니다. 매장량도 많지 않아 지금처럼 채굴한다면 약 30년 정도면 고갈된다고 합니다. 헬륨은 또 수소 다음으로 가벼운 기체이므로 지하에서 빠져 나온 헬륨은 지구의 중력으로 잡을 수 없어 서서히 우주로 빠져 나갑니다. 헬륨은 주기율표에서 18족에 위치해 있습니다. 네온, 아르곤, 크립톤, 크세논, 라돈이 18족에 속합니다. 이 원소들은 지구에서 희귀하기 때문에 영어로는 noble gas라고 합니다.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하지 않고 고귀하다는 것이지요. 또 희유기체라고도 합니다. 존재량이 많지 않기 희귀하다는 뜻입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지요. 양성자는 (+)전기를 띠고 있고 전자는 (-)전기를 띠고 있습니다. 중성자는 말 그대로 전기적인 성질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자는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같아 전기적으로는 중성을 띠고 있습니다.
수소는 원자핵으로 양성자 1개를 가지고 있고 전자 1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가장 가벼운 원소입니다. 헬륨은 원자핵으로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 그리고 전자 2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자들은 가장 바깥쪽의 전자들을 주고받으며 다른 원자들과 반응하여 여러 가지 분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분자 중에 알려진 것이 물입니다.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하여 물 분자 1개를 만드는 것이지요.
우리 주변에 있는 분자나 화합물들은 이렇게 원자와 원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헬륨은 아주 안정적인 원자여서 다른 원자와 반응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자체로도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원소를 비활성 원소라고 합니다. 헬륨은 알려진 모든 원소 중에서 가장 반응성이 적은 원소입니다. 그래서 헬륨은 단원자 분자로 존재합니다.
이런 헬륨이 폭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곳은 태양입니다. 헬륨이 태양의 스펙트럼에서 발견된 것과 연관이 깊습니다. 태양의 열과 빛 에너지는 수소의 핵융합 반응으로 생성되는 것입니다. 핵융합 반응은 원자핵과 원자핵이 융합하여 새로운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태양의 수소 핵융합 반응은 수소 원자핵(양성자 1개)들이 융합해 중수소 원자핵(양성자 1개+중성자 1개), 헬륨3 원자핵(양성자 2개+중성자 1개)을 거쳐 헬륨 원자핵(양성자 2개+중성자 2개)이 되는 반응입니다.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이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E=mc²)에 의해 에너지로 만들어집니다. 아주 작은 질량이지만 태양의 핵융합 반응은 엄청나게 많은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이기 때문에 태양계 전체를 밝히고 데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것도 태양 에너지 덕분이고, 그것이 아주 작고 가벼운 원자번호 1번과 2번의 활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헬륨은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비행선이나 풍선 등에도 많이 이용합니다. 또한 헬륨을 포함한 비활성 기체들은 다른 물질과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물질의 충전재로 쓰이는데 이것은 다른 물질과 반응을 하지 못하게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또 비활성 기체는 조명기구 안에 넣는 물질로 많이 쓰여 네온사인이나 형광등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헬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목소리 변조일 것입니다. 파티용 풍선에 든 헬륨을 들이마신 다음 말을 하게 되면 도널드 덕 같은 목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이런 효과를 ‘도널드 덕 효과’라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 목소리가 성대에 있는 공기가 진동해서 나오는 것인데, 성대에 헬륨이 많아지면 소리의 전달 속도가 빨라져 진동수가 커져 높은 음이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헬륨을 너무 많이 마시면 산소 부족으로 생명을 잃거나 뇌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세상의 모든 원소 118』, 시어도어 그레이, 영림카디널
위키백과, 핵융합 반응
위키백과, 비활성 기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