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엄마의 육아 실패기
엄마는 이학박사입니다.
“엄마! 나 이번에 수학 30점 받았어.”
무슨 문제 있냐는 듯 웃으며 시험지를 내미는
아이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머리는 엄마 닮는다며…’
과학적 사실처럼 퍼져 있는 그 말을
머릿속에서 계속 곱씹었다.
수학 학원, 공부방, 창의력 수학,
심지어 과외까지 시켜봤다.
잠깐 오르는 듯했지만,
결국 언제나 다시 제자리였다.
나는 결국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린아,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워.
외우다 보면 이해돼. 엄마도 그렇게 했어."
하지만 하린이는
이해가 되지 않으면 외워지지도 않는 아이였다.
어느 날,
단원평가를 앞두고 밤늦게까지 문제를 풀게 했다.
울면서 끝까지 해내는 아이를 보며
‘이번엔 잘 보겠지’ 싶었다.
그런데
결과는 또 내 예상보다 낮았다.
“엄마! 이번엔 70점이야. 그래도 좀 잘하지 않았어?”
“도대체 어려운게 뭘까…”
입 밖으론 꺼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수십 번쯤 되뇌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억지로 시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수학 문제를 두고 실랑이를 하다 보면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아이는 주눅이 들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가 내 방식에 맞춰지길 바라는 마음부터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조금씩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는
믿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고,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 일이다.
하지만 육아는 다르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채로
그저 지켜보면서
끝까지 믿어주는 일이다.
그래서 육아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실험 같다.
그리고 그 실험은 언제나 미완성이지만,
결론 한 줄은 쓸 수 있다.
“그럼에도,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