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공익과 인권』 투고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규제의 기본권 침해 사례연구 및 입법적 대안 검토
-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판결을 중심으로-
권준희·김대욱·김미영·양지애·이민주·정지혜
■국문초록■
광복 이후, 분단과 군사독재를 거치며 일본의 규제 중심적 선거법이 우리나라에 전면적으로 유입되었다. 수차례의 개정을 거친 오늘날에도 공직선거법은 여전히 세세하고 포괄적인 규제를 통해 선거운동의 기간과 방식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지된 사전선거운동의 범위를 획정한 2015도11812 판결은 공직선거법의 현재와 미래에 관하여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대상 판결은 ‘목적 의사의 객관적 인정’과 ‘선거의 특정’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선거운동의 개념을 축소 해석하였다. 판결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선거운동의 목적 의사 유무를 선거의 주체인 ‘선거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의 진보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 규정 자체의 모호성과 불평등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본 연구는 문헌 조사 및 선거현장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를 통하여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규제의 기본권 침해 요소를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연구를 진행한 결과 현행 공직선거법의 기본권 침해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파악되었다.
우선 선거운동의 기간에 대한 규제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며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의 모호한 규정과 선관위의 일관적이지 못한 유권해석은 국가기관의 자의적 해석과 집행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특히 시민단체나 이익단체 등이 선거 이전부터 지지하거나 반대하여 온 현안이 ‘선거 쟁점’이 되는 경우, 이에 대한 언급을 언제까지, 얼마만큼 허용할지가 불분명하여 문제가 된다. 또한,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포괄적 규제는 비(非) 선거운동 기간의 정치활동에 족쇄가 된다. 비록 등록된 후보자에 한하여 사전선거운동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예비후보자 제도가 존재하나, 지나치게 협소한 허용범위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에는 불충분한 상황이다.
둘째, 선거운동의 방식에 대한 규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들을 선거기간 동안, 혹은 그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선거의 공정성 등을 내세워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이 역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과도한 기본권 침해이다. 금권선거나 부정선거에 대한 위험성이 대부분 해소되었음에도 여전히 규제 일변도인 공직선거법은 창의적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정치인과 유권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셋째,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기회를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하지 못하여 구조적 차별을 조장한다.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정치신인보다는 기성 정치인, 특히 현직 의원에게 유리하며 군소 정당인보다는 거대 정당 소속의 정치인에게 유리하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의 개혁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공직선거법 자체의 개정 방안과 더불어, 해당 법률 바깥에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검토하였다. 우선 공직선거법 내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완전히 삭제해야 하며,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서 제90조 등 대표적 독소조항들을 대폭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2015도11282 판결에 기초한 합헌적 해석을 통하여 사법적 규제 범위를 축소하고,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여 선거인을 기준으로 한 판단을 현실화시키며, 선거현장에서 현행 법규의 모순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발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공직선거법 밖에서의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 공직선거법, 사전선거운동금지조항, 정치적 표현의 자유, 평등권, 선거운동의 자유, 독소조항 2015도11812, 기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