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와 푸코의 '규율 권력'
1. 길이를 맞추는 살인마
그리스 아테네로 가는 길목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살았다. 그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친절하게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잠자리를 제공했다. 그의 집에는 쇠로 만든 침대가 하나 있었다. 공포는 나그네가 그 침대에 눕는 순간 시작된다. 그는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밖으로 튀어나온 다리를 도끼로 잘라버렸다. 반대로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침대 길이에 맞을 때까지 팔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억지로 잡아당겼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 아니었다. 오직 '침대의 규격'에 딱 맞는가, 맞지 않는가. 그 기계적인 기준만이 절대적인 법이었다.
2. 푸코와 순종적인 몸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 사회의 시스템(학교, 병원, 군대, 공장)이 인간을 다루는 방식을 '규율(Discipline)'이라 정의했다. 권력은 거창한 이념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미세한 '시간표', '매뉴얼', '평가 기준'을 통해 작동한다. 푸코는 이를 통해 시스템이 원하는 것은 '순종적인 몸(Docile Body)'이라고 말했다.
생각은 필요 없다. 명령하면 즉각 반응하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효율적인 기계.
사회가 개인을 규격화하는 과정은 프로크루스테스가 다리를 자르는 과정과 똑같다. 튀어나온 개성은 잘라내고, 부족한 복종심은 잡아 늘린다.
3. "우리 회사랑 핏(Fit)이 안 맞네"
매년 연말, 인사 평가 시즌이 되면 사무실 곳곳에 피 냄새가 진동한다. 회사는 직원들을 '평가표'라는 이름의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눕힌다.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김 대리가 있다. 그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지만, 9시 정각에 앉아있는 걸 힘들어한다.
회사는 그의 다리(창의성)를 자른다. "근태가 안 좋아. 조직 생활은 융통성이 있어야지."
묵묵하고 깊이 있게 일하는 이 과장이 있다. 그는 진중하지만,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서툴다. 회사는 그의 팔(성격)을 억지로 잡아당긴다. "리더십이 부족해.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해 봐."
'인재상', '조직 문화', 'Fit'.
이 세련된 단어들은 사실 잔인한 톱날이다.
회사는 당신이 당신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침대 규격(KPI)에 딱 들어맞는 부속품이다.
너무 뛰어나도 안 된다. 조직의 위계질서를 해치니까. (잘라낸다) 너무 부족해도 안 된다. 효율이 떨어지니까. (늘린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통을 느낀다.
내 본성, 내 기질, 내가 가진 고유한 색깔이 뚝뚝 잘려 나가는 고통. 하지만 우리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시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 톱을 든다.
4. 절뚝거리는 생존자들
지하철을 둘러보라.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무표정한 이유는, 그들의 영혼이 어젯밤에도 조금씩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은 없다.
어떤 이는 꿈을 잘렸고, 어떤 이는 자존심을 잘렸으며, 어떤 이는 양심이 늘어났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절뚝거림을 안고 출근한다.
오늘 당신은 회사의 침대에 눕기 위해 당신의 무엇을 잘라냈는가? 분명한 건, 그 침대에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피를 흘리며, 맞는 척 연기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