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소음 속에 가려진 발톱

타인의 기준에 매몰된 자아를 위한 그리스 신화의 조언

by 정명


​고대 그리스의 밤길, 홀로 걷는 여행자 앞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납니다. 그녀는 황홀한 미소와 달콤한 목소리로 여행자를 유혹하며 함께 춤추기를 권합니다. 여행자가 그녀의 미모에 취해 정신을 잃고 다가가는 순간, 여인의 치마 아래로 기괴한 다리가 드러납니다. 한쪽은 청동으로 된 인공의 다리, 다른 한쪽은 나귀의 다리. 그녀의 정체는 변신술의 귀재이자 하데스의 사자인 '엠푸사(Empusa)'입니다.

​엠푸사는 여행자의 '정신'을 먼저 먹어치웁니다. 아름다운 환상으로 눈을 멀게 하고, 달콤한 소음으로 귀를 막아 여행자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려했는지조차 잊게 만듭니다. 주체성을 상실한 여행자가 몽롱한 황홀경에 빠졌을 때, 그녀는 비로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냅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엠푸사는 어떤 모습입니까? 그것은 화려한 광고 카피일 수도 있고, 끝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쇼츠 영상일 수도 있으며, "너도 이렇게 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가짜 전문가들의 목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손 안의 작은 화면이 뿜어내는 눈부신 빛에 매료되어, 정작 내가 지금 서 있는 현실의 바닥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망각하곤 합니다.


​엠푸사의 다리가 짝짝이인 점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한쪽은 차가운 금속(인공물), 한쪽은 짐승의 것(본능)입니다. 이는 현대인이 처한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인공적인 기술의 화려함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말초적인 본능만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중독되어 가는 모습입니다. 이 기괴한 불균형 속에서 우리는 '나만의 생각'을 키울 시간을 박탈당합니다. 남들이 정해준 미적 기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소비 패턴을 쫓느라 나의 진짜 욕구는 엠푸사의 식탁 위에 제물로 바쳐집니다.


​주체적인 인간으로 선다는 것은, 엠푸사가 내미는 화려한 유혹의 치맛자락 너머 그 기괴한 다리를 직시하는 일입니다. 나를 들뜨게 만드는 달콤한 소음들이 사실은 나의 시간을 훔치고 사유를 마비시키는 발톱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감각을 자극하는 화려함에서 잠시 고개를 돌려, 고요하고 건조한 진실의 자리에 서 보십시오. 그곳은 비록 눈부시게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당신의 영혼이 포식자에게 뜯겨나가지 않는 안전한 지대입니다.


​지금 당신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그 눈부신 대상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당신의 성장을 돕는 빛입니까, 아니면 당신을 마비시키는 엠푸사의 환영입니까? 화려한 겉모습에 속아 영혼의 이목구비를 내어주지 마십시오. 당신의 정신이 명징하게 깨어 있을 때, 비로소 엠푸사는 힘을 잃고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진짜 삶은 환상이 끝난 지점에서, 당신의 두 발이 대지를 딛고 서 있을 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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