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그러나 종종 나는 상상한다. 내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나무판자와 망치질이, 언젠가 누군가의 고양이를 위한 아늑한 집이 된다고. 마치 어린아이가 블록을 쌓듯 나는 고양이를 위한 집을 설계한다.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드는 창, 밤에도 아늑하게 잠들 수 있도록 감싸주는 지붕, 그리고 꼬리를 말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깊은 푹신한 쿠션까지.
고양이의 집을 짓는 일은 고양이를 위해서지만, 이상하게도 그 과정에서 나는 사람의 마음을 짓는다. 벽 하나를 세울 때마다 내가 가진 모난 감정들이 다듬어진다. 창문을 만들면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야가 한결 더 넓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을 달 때, 나는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고양이가 들어가도 좋고,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그 공간이 “누군가”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해 고양이의 집을 짓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안락함을 상상하며 정성을 쏟는 동안, 내 마음도 어딘가에서 아늑해진다. 그렇기에 나는 가끔 질문한다. 과연 이 작은 집이 고양이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잃어버린 평온을 찾기 위해 만든 도피처일까?
고양이가 그 집을 탐탁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고양이는 원래 자기만의 방식을 가진 존재니까. 다만 나는 그 집이, 고양이가 잠시나마 바람을 피할 곳이 되어주길 바란다. 고양이가 고맙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만든 집 안에서 꼬리를 말고 잠들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하다.
고양이의 집을 짓는 일은, 나의 마음을 짓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조금씩, 서로를 위한 집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