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많지만, 서서히 올바른 방향으로
역대 최고의 인상액을 기록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소비자 접점의 소매업체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현장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물류업종인 물류센터에도 바람은 불어 닥쳤다. 단가인상과 생산성, 그리고 자동화. 폭풍은 곧 찾아온다. 그리고 그 폭풍이 만들 물류센터의 변화는 이미 눈앞에 와있다.
“전년도에 비해 아르바이트 인건비가 10% 정도 높아졌습니다. 사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보다는 높은 급여를 주고 있었는데,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여 조금 더 높인 결과입니다. 편의점과 물류센터 시급이 동일하게 7,530원이라면 물류센터에서 일하고자 하는 인력은 그리 많지 않아요. 물류는 기본적으로 작업강도가 있고, 근무지도 외진 곳에 위치하여 인력을 모으려면 더 많은 돈을 줘야 됩니다” (3PL업체 A社 대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물류원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지역마다 상이한 것 같지만, 저희는 한 7-8% 올라갔습니다. 사실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자동화가 대표적이긴 합니다. 그러나 다루는 SKU가 많고, 복잡한 물류대행의 경우 자동화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화주에게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서 실제 업체들에게 단가 인상 요청을 했습니다” (3PL업체 B社 대표)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인력도급비용과 같은 부가 비용을 고려하니 인당 15%의 비용이 더 올라갔습니다. 정해진 회사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입장에서, 예전에는 어느 정도 생산성만 만들어진다면 자체적으로 R&D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됐는데 이제는 다릅니다.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앞으로 ‘생산성’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유통업체 C社 물류팀 관계자)
“원래 저희가 지급하는 시급이 꽤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큰 영향을 받고 있진 않아요. 현재 아르바이트 인력에게 지급하는 시급은 지난해와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거나 약간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로 간다면 아무래도 부담이 커지는 것이 뻔한 사실입니다. 인건비 외에도 기존 인력들을 물류센터까지 이송하는 데 사용하는 셔틀버스나 식대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고민입니다” (물류센터 인력도급업체 D社 관계자)
전년 대비 16.4%의 인상률을 적용한 2018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확정, 적용됐다. 두 자리 수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7년(12.3%) 이후 11년만이다. 인상액(1,060원) 기준으로 4자리수를 갱신한 것은 역대 최초다. 이에 소매유통업, 프렌차이즈 등 소비자 접점에서 인력을 운용하던 업계의 아우성과 연이은 업체들의 단가인상 발표로 여론이 들끓는 상황. 다수의 현장 인력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물류업종인 ‘물류센터’ 안에도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불어 닥쳤다.
물론 당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물류센터 수익의 영향은 ‘그래도 버틸만하다’는 쪽으로 업계의 의견이 몰린다. 최저임금 인상 이전에도 높은 업무 강도와 멀리 떨어진 근무지로 인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주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목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늘어나는 인건비는 물류업체에게 점차 큰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직접 물류센터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3PL업체와 커머스 물류팀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전년 대비 7-15%의 인건비가 늘어났으며, 물류업체들의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PL업체 A社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다른 직원들의 임금인상 기대감도 함께 불러온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오래 근무하던 직원들의 경력에 차별을 두면 안 되니, 연쇄적인 임금 인상을 고민해야 하고 이것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인상 이후 1달 기준, 당장 물류업체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원가 부담이 전가되지는 않았다. 많은 물류업체가 물류센터에서 직접 인력고용, 운영보다는 인력도급업체와 계약을 통해 인력을 공급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류업체와 인력도급업체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다면, 최소한 그 기간 동안 원가인상 부담은 1차적으로 인력도급업체의 몫이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인력도급업체가 물류업체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인력공급 비용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에서 물류센터를 관리하고 있는 물류팀 관계자에 따르면 용인지역 인력도급업체들의 수수료 체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기점으로 중구난방 요동치고 있다. 최저임금 이상의 웃돈을 얹어줘야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같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 물류업체는 1차적으로 인력공급 비용 인상분의 숙제를 ‘화주’를 통해 풀 수 있다. 여기서 화주가 3PL업체의 요구를 수용하여 단가 인상을 해준다면 이상적인 그림이 나온다. 실제로 단가인상에 성공한 물류업체도 존재한다. 3PL업체 B社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입점 화주사 측에 단가 인상 요구를 했고, 1개의 화주사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단가인상 취지에 동의해줬다”며 “물론 임금인상 분을 100% 화주사에게 전가하여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업체가 이와 같은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3PL업체의 경우 기존 화주업체 중 지난달까지 단가인상 요구를 수용한 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이 업체의 대표는 “의사결정 라인이 짧은 중소중견업체는 일정 부분 단가 인상을 함께 고민해주는 부분이 있지만, 대기업은 다르다”며 “임금인상은 너희들의 이야기니 예산 범위 안에서 프로세스를 개선하든, 생산성을 개선하든, 알아서 책임을 부담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화주와 재계약하는 시점에 단가를 재조정하는 데, 한 번 올려 받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라며 “화주사의 물량이 늘어나면 자연히 단가 인하를 요구하기도 하고, 혹여 재계약 과정에서 경쟁 입찰에 들어갈 경우 신규계약을 따내기 위한 물류업체들이 도저히 수지가 안 나올 것 같은 가격에 입찰을 넣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물류업체간의 과당경쟁이 ‘불법 파견’, ‘4대 보험 미지급’, ‘최저임금 미준수’, ‘11개월 고용후 퇴직급 미지급’, ‘외국인 불법고용’과 같은 비정상적인 편법, 불법운영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된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덧붙여 그는 “3PL업체 입장에서는 인력공급업체에게 지불하는 비용만 올려주고, 화주에게는 단가 인상을 못 받는 상황에 봉착하는 것이 가장 난감한 상황”이라며 “향후 수개월 동안 화주와 단가를 협상할텐데, 그 기간 동안 손실을 중간에 있는 물류업체가 껴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업체는 향후 신규화주 계약과 같은 경우에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한 새로운 단가구조를 만들어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단가를 올리기는 어렵고, 인건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는 물류업체의 또 다른 해법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물류업체의 본질은 ‘규모의 경제’에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 인상이 항상 물류비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그 근거가 있다.
한 택배업체 임원은 “국내 택배사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택배운임은 매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최저시급 인상이라는 숙제가 더해졌다”며 “그러나 단 몇 퍼센트의 이윤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커머스업체나 자영업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택배업체가 함부로 택배단가를 올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물류기업의 경쟁력은 끊임없는 원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격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며 “가격은 하나의 상품이며, 외부 압력이 아닌 시장에 의해 조정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중소 물류업체 역시 업무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한 3PL업체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근로시간을 기존 8시간 30분에서 7시간 30분으로 단축했다. 단축된 시간만큼 손실된 생산성을 공동작업 방식의 라인 효율화로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다른 물류업체 역시 생산성 증대를 위한 직원 현장교육을 검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이 외에도 인건비와 크게 상관없는 부자재와 같이 추가적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찾는다는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 동안 국내에선 제자리걸음만 밟던 ‘자동화’ 물류센터에 대한 고민 또한 불러왔다. 종전에 높은 고정비와 저렴한 인건비로 인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던 자동화 설비가 단계별로 올라갈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눈앞의 과제로 다가온 것이다. 당장 완전 자동화까지는 무리더라도 ‘반자동화’ 정도는 추진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창고관리시스템(WMS) 하나 없이 물류를 운영하던 한 업체의 물류팀 관계자는 “시스템, 바코드, 컨베이어 등 기초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기존 20명이 하던 일을 15명이 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인건비는 올라갔지만, 장비 가격은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효율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당장은 다루는 SKU가 많아 모든 물류를 자동화할 수는 없지만, 인건비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동화 시설 도입 또한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까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3PL업체 A社 역시 단계적인 자동화를 고민하고 있다. 추가적인 인력을 투입하여 최저임금 인상분의 1.5배 이상(심야의 경우 2배) 지급해야 하는 초과근무를 최대한 없앤다. 이로써 기존인력의 업무강도는 낮아지고, 근로시간도 짧아진다. 만약 추가 인력투입만으로 부족하다면 반자동화나 자동화 설비 도입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숙련도가 높아진 직원에게는 더 높은 급여를 줘서, 개인당 인건비는 높이고, 총 인건비는 낮추자는 복안이다.
A社 대표는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 기준을 둔다면 결국 쉬운 일을 택하지, 물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일본 같이 지역과 업종별로 최저임금 기준을 다르게 두거나, 외국인 근로자의 물류센터 채용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산업에 맞는 차별적 제도 적용이 필요하지 않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