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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ul 07. 2018

버리지 않으면 변하지 못한다

출사표

언론사는 뭘 먹고 살까. 독자의 구독? 늘어나는 구독에 파생되는 광고? 기업 브랜딩을 위한 협찬?


지금도 유효한가. 종이신문 구독률은 매년 바닥을 친다. 수십년 역사의 잡지사가 폐간 수순을 밟는다.


광고? 이미 권력은 포탈에 역전된지 오래고, 대체할 가성비 좋은 매체는 넘치고 넘쳤다.  


협찬? 플래카드에 이름 들어간다고 좋아하는 데는 정부기관밖에 못봤다. 행사장을 메운 홍보팀과 초청 VIP들을 본 적 있는가. 이건 브랜딩이 아닌 보험이자 관계장사다.


과거엔 어땠을지 몰라도, 현재의 언론 BM은 실패했다. 타협하고 부역자가 되던가, 침묵하고 사라지던가. 생각보다 선택지는 단순하다.


기자의 신념은 무너졌다. 이유도 없이 사라지는 기사에 기사인척 하는 기사가 날뛴다. 데스크란 작자들은 광고주에게 형님이니 혈맹이니 하는 소리를 지껄인다.


버리지 않으면 변하지 못한다. 저널리즘의 가치니 뭐니 뻥칠 시간에 콘텐츠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고민하자. 돈 나오는 구멍을 보면 소비자가 보인다. B2B냐 B2C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게 가치를 망친다면 버려야 한다.


버리지 않으면 변하지 못한다. 누구나 쉽게 글을 쓰고, 유통시킬 수 있는 시대다. 글만 쓰는 이들과 경쟁하는 시대는 끝나고, 글도 쓰는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매일 한 꼭지 기사를 쓰는게 밥먹여준다고 생각한다면, 그 미래는 영업맨밖에 없다.


버리지 않으면 변하지 못한다. 언론은 언론에 머물러선 안되고, 기자는 기자에 머물러선 안된다.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자.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것을 하자. 당연히 그러면서 돈도 벌어야 된다.


버리지 않으면 변하지 못한다. 이건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부끄럽지 않고 당당했던, 기자이고 싶었던 사람의 출사표다.


버리지 않으면 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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